미 국방 직접 중국 적성국대하듯 ·태 국가 전략적 네트워크촉구

홍콩 보안법 계기 반중연대공감대 파이브아이즈 국가, 중 제재 잇따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통보가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21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 반중국 연대 구축을 재촉했다. 최근 서방 영어권 국가들의 정보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들이 반중연대 가속화에 이어,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도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CNN> 등 미국 언론을 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온라인 연설에서 베이징이 태평양 주변 국가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틀림없이 중국 공산당은 수년 동안 이런 종류의 행위를 벌여왔고, 그 진정한 의도는 모두에게 보라고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국제적인 약속에 대한 뻔뻔스런 무시라며 전례없이 강도높게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겠다는 워싱턴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준비태세, 동반자 관계 강화, 더 네트워크화된 지역의 진작이라는 3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동반자 관계를 우리의 경쟁자들이 경합할 수 없는 전략적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현재 인도양에서 미국의 니미츠 항모전단이 인도 전함 4척과 합동훈련을 하는 것을 거론하며 인도와 우리의 커지는 방위협력은 21세기에 우리의 모든 중요한 관계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베트남을 모두 직접 거명하며 미국과 군사해양안보 문제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포위봉쇄하는 전략단위인 인도-태평양 개념에서 새롭게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해야 하는 핵심국인 인도 및 동남아 국가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이자 압박이다.

미국이 중국에게 단교 다음으로 강력한 외교제재인 외교공관 폐쇄를 취하면서, 국방장관이 나서 거의 적성국을 대하는 언어로 중국을 맹비난하며 대항 동맹 결성을 재촉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 이후로 동맹국들에게 반중전선 동참을 압박하기는 했으나, 최근들어 그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동맹구도에서 핵심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 사이에서 반중연대 결성의 공통분모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들은 지난 2018년부터 정보 차원에서는 대중 공조를 가동해왔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오스트레일리아만 화웨이 배제를 결정하는 등 미국이 꾸리려던 반중 글로벌 연대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6월초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반중연대에 공통분모가 마련됐다.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들은 최근 잇따라 중국을 겨냥한 제재 조처를 내놓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촉구하며, 일찌감치 미국 편에 섰다. 중국은 자국 학생들의 오스트레일리아 유학 금지 및 농축산물 수입 금지로 보복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캐나다와 더불어 홍콩 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최근 홍콩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고, 영국도 20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은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금지 조처를 홍콩으로 확대했다. 지난 14일엔 자국 5G 사업에서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존 장비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이 미국의 반중연대에 적극 가담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절실해진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5%포인트 안팎으로 뒤지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재선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상황은 중국 때리기를 재선 위기의 강력한 타개책으로 여기는 트럼프가 반중연대를 굳히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 외교공관 폐쇄까지 단행한 형국이다. 중국이 단호한 보복을 경고한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 명분은 더욱 쌓일 것으로 보인다. < 정의길 기자 >

중국 총영사관 보복어디? 우한 약하고 홍콩 세고청두 미 총영사관?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 보복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중 무역전쟁 개시 이후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해온 터라, 자국 주재 미국 총영사관 가운데 한곳을 폐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미-중은 영사협정에 따라 대사관 외에 각각 5곳의 총영사관을 개설한 상태다. 미국은 광둥성 광저우, 상하이, 랴오닝성 선양, 쓰촨성 청두, 후베이성 우한 등 모두 5곳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여기에 홍콩과 마카오를 관할하는 총영사관이 홍콩에 있다. 미국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텍사스주 휴스턴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뉴욕주 뉴욕과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이다. 중국은 뉴욕 유엔본부에 대표부도 두고 있다.

<뉴욕 타임스>22(현지시각)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을 겨눈 것은 다른 공관을 폐쇄하는 것보다 덜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중국 우한에 있는 미국의 총영사관과 자매 공관인데, 우한 총영사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지난 1월 미국이 외교인력을 철수한 상태다. 신문은 중국이 상응 조처로 우한 총영사관을 폐쇄하더라도 미국에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전혀 다른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우한 총영사관과 중국의 휴스턴 총영사관은 상징성과 역할 측면에서 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휴스턴은 미-중 수교의 상징적인 장소다. 수교 직후인 19792월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미국 방문 길에 휴스턴을 찾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은 양국 외교관계 복원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통한다.

수교 초기 양국의 합의에 따라 미국은 광저우와 상하이에, 중국은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 각각 총영사관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중은 19798월과 11월에 각각 광저우와 휴스턴에 첫 총영사관을 개설했다. 반면 미국의 우한 주재 총영사관은 2008년에야 문을 열었다.

현재로선 중국이 빈 공관인 우한이 아니라 미국에 실질적 타격이 될 수 있는 지역을 고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윈난·구이저우·시짱(티베트)과 충칭 등 중국 서남부를 관할하는 요충지인 청두 총영사관이 유력한 보복 카드라고 전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중국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선 홍콩 총영사관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