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강항공청, 7개월만에 사건 원인 설명

1월초 176명 사망미군 공습으로 오인

 

승객·승무원 176명을 태운 우크라이나 민항기가 지난 1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직후 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뒤 구조팀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올해 초 우크라이나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쏜 미사일 2발을 25초 간격으로 맞고 폭파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이란군은 승객·승무원 176명이 탄 외국 민항기를 격추해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투라즈 데흐거니 잔가네 이란 민간항공청장은 23일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여객기가 첫 번째 미사일에 맞아 폭발이 일어났고, 25초 뒤 발사된 두 번째 미사일에 맞아 기체가 폭파됐다고 말했다.

민항기는 첫 미사일에 맞고도 완전히 폭파되지 않았다. 잔가네 청장은 첫 번째 미사일이 실수로 발사돼 여객기에 맞고 19초 뒤 조종사끼리 대화가 녹음된 데이터를 확보했다첫 피격 뒤에도 승무원과 승객이 살아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첫 피격 뒤 조종사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두번째 미사일에 맞아 여객기가 폭발한 순간의 데이터는 블랙박스가 그 전에 손상돼 추출되지 않았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민항기의 블랙박스를 자체 분석하지 못하고 지난달 프랑스로 보냈다.

앞서 지난 18일 새벽 이란군은 이라크 미군 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지 몇 시간 뒤 수도 테헤란 공항에서 우크라이나 민항기가 이륙하자 이를 미군 공습으로 오인하고 미사일로 격추했다. 당시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다. 이란인 82명을 뺀 외국인 사망자 중 이란계 캐나다 국적자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크라이나인(11)과 스웨덴인(10)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민항기 피습 닷새 전인 13일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 쿠드스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이라크 영토에서 암살해, 중동 정세를 일촉즉발 위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란은 사건 직후 범행을 부인하다가 사흘 만에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중동 위기는 한풀 꺾이면서 이란에 대한 책임 추궁 분위기로 급반전됐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