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선출방식 내일 확정 당원 빼고 의원 중심 선거 유력

여론조사 1위 이시바는 소수파3역 기시다 비해 불리,갈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한 뒤 남은 임기 1년간 국정을 이끌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 방식이 새달 1일 확정될 전망이다. 투표는 13~15일께로 예상되는데, 여론조사 1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불리한 선거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자민당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총리 선출 전반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29일 밤 모리야마 히로시 국회 대책위원장과 만나 당원을 빼고 국회의원(중의원, 참의원) 중심으로 약식 선거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새달 1일 결정될 예정이라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 자리에 오른다.

자민당 규정에는 총재를 선출할 때 국회의원 394, 당원 394표를 부여해 투표하게 돼 있다. 다만 긴급한 상황에서 약식으로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국회의원(394)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각 지부 연합회 대표(1곳당 3, 141)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코로나19 대응 등 정치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를 조속히 치를 수 있는 양원 총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 방식에 따라 포스트 아베후보군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만큼, 파벌들 간에 상당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원 지지 기반이 튼튼하지만 당내 소수 파벌(이시바파 19) 수장으로 국회의원 영향력이 적다. 당원을 뺀 양원 총회 방식으로 선거를 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은 낮지만 3중 하나인데다 파벌도 규모(기시다파 47)가 있어 국회의원 표를 모으기 쉬운 위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파벌에 속하지 않았으나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그룹이 30여명인데다, 니카이 간사장(니카이파 47)이 신임하고 있어 의원 영향력이 크다.

당내에서는 이시바 누르기를 위해 약식 선거를 치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베 총리뿐 아니라 자민당 내 2위 파벌(아소파 54)을 형성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총재를 선출해서는 안 된다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소파 소속인 고노 방위상도 이날 당원의 목소리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의원들은 국민과 함께 국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당원 투표 실시 요구를 담은 서명을 받아 새달 1일까지 당 지도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없지만, 선거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이시바 전 간사장, 기시다 정조회장, 스가 관방장관이다. 그동안 출마를 거듭 부인했던 스가 장관은 최근 니카이 간사장에게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호소다파(98)는 따로 후보를 낼지 여부 등 선거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후보 이외에 고노 다로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방식이 결정되는 1일 이후 후보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교도통신>29~30일 차기 총리 적임자를 묻는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50)를 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로 스가 관방장관(14.3%)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왔다. < 김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