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의 날’ 1년 뒤 상황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총회장에서 연설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 장마와 초강력 태풍, 코로나19는 모두 하나를 가리킨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위기’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위기를 위기 아닌 것으로 만들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야 한다. 화석연료가 아닌,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인류는 지구상 생명체들과 함께 구원에 이를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다. 유럽 국가들은 확실히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2000년 6.6%였던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금의 52%로 늘렸다. 10년 전만 해도 전력의 40%를 석탄화력에 의존했던 영국은 최근 이 비율을 0%로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37%로 늘렸다. 미국도 가스화력과 재생에너지가 발전원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일본은 2050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100%를 목표로 한다. 반면 우리는 현재의 7% 수준에서 2030년 20%로 늘리는 게 국가 목표다. 서구 국가들이 진작 달성한 수준을 10년 뒤 목표로 잡아놓았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보수정치권은 현 정부가 태양광 등에 과잉 투자한다고 난리다. 재생에너지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단골처럼 따른다.
사실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의지의 문제에 가깝다. 현재 인류가 보유한 기존 기술만으로도 당장 가능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 교수(토목환경공학)는 2009년 마크 델루치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함께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란 제목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분야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은 “선진국에서 20~40년 안에 에너지 기간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전면적으로, 혹은 대부분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컵슨 교수는 이 연구의 대상 국가를 143개국으로 늘리며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2050년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며, 이 경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9천명 줄고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늘어나는 일자리가 140만개 많을 것”이라고 봤다.
제이컵슨 교수는 최근 한국 기후변화센터가 연 포럼의 온라인 강연에서 2017년 완공한 자신의 집에 각종 에너지 전환 기술을 적용해 주정부로부터 연간 83만원(700달러)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과 전기자동차가 쓰는 에너지의 120%를 집 지붕의 태양광을 통해 생산하고,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주유비를 내는 대신 남는 전기를 전기회사에 팔아 번 돈이다. 그의 집엔 지붕의 태양광 발전기뿐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건물 내외부의 열을 교환하고 물을 데우는 히트펌프와 난방기가 설치돼 있다. 요리를 할 땐 인덕션 쿡탑을 쓴다. 그는 “천연가스나 석탄, 석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신화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집단적 관심과 결의, 의지가 한데 모이는 것.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요구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는 것만이, 돌이킬 수 없는 ‘뜨거운 열탕’에 지구가 빠지지 않는 길이다.
전세계 시민들은 올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뿐 아니라 평양에서도 마스크를 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런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비현실적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오래가겠나’ 싶던 기대도 이젠 사그라들었다. 거리의 ‘유동’에 생계를 의탁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심정이다. 이들의 고통이 이들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선 앞날이 두려울 뿐이다. 사태가 초래된 원인과 배경에 세계 시민이 관심을 갖고 일관된 의지를 모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아니라면 인류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이대로 절멸의 길을 걷게 될까.
다음주 월요일인 9월7일은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안해 만든 기념일인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정책참여단에 참여한 한 시민이 아이디어를 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제안해 지정됐다. 미세먼지에 시달렸던 지난해 초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푸른 하늘을 기념일의 이름으로 만들었지만, 1년 뒤 코로나19의 난국에 빠질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한해 뒤, 또 다른 한해 뒤엔 또 어떤 기후재난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모두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박기용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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