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외상회담 국경 긴장 양국 이익에 부합 안 해

갈등 격화 방지 등 합의 양국군 접촉 피하고, 군사력 물려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지난 9일 인도군이 병력을 이동 배치하고 있다. 라다크/EPA 연합뉴스

 

히말리아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면서 첨예해졌던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양국 외교장관은 10일 오후 상하이협력기구(SOC)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5개항에 이르는 공통인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10(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양국 간 차이가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최근 45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사격까지 주고받은 이후 국경지대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던 양국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양국 외교장관은 국경 지역의 현 상황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양국 군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기존 양자합의를 준수하며, 사태의 추가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행동 삼가기로 하는 등 5개항에 합의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11일 오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따로 자료를 내어 왕 장관은 국경지대의 현 상황에 대한 중국 쪽의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양국의 기존 합의 사항에 위배되는 총격을 포함한 위험한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교·군사 채널을 통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샹카르 장관도 중국에 대한 인도의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국경지대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인도는 중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복원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중-인 양쪽 모두 최근 악화한 국경 지역 정세를 상대방 책임으로 규정하는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 5월 긴장 고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따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국경지역에 배치된 양국 군의 접촉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어 이른 시일 안에 양국이 국경 지역에 증강 배치한 군사력을 순차적으로 기존 주둔지로 물리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45년만의 국경 총격전 이후 양국 군사력 큰폭 증강 배치, 전폭기에 탱크까지

인도군 전투기가 지난 9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다크의 산악지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라다크/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 배치하고 있다. 지난 6월 국경지대에서 유혈충돌을 빚었던 양국군은 최근 45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사격까지 주고받았던 터라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10최근 2주간 인도 국경지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인민해방군이 전국 각지에 주둔 중이던 전폭기와 방공·포병, 기갑부대, 특전사 병력 등을 대거 증강 배치했다이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확고히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처라고 전했다.

양국군은 지난 7일 중국의 시짱(티베트신장과 맞닿아 있는 인도 북부 라다크 동부에서 국경 구실을 하는 실질통제선(LAC) 부근에서 위협사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양국군이 실질통제선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총격전을 벌인 것은 197510월이다.

중국 쪽은 이튿날인 8일부터 인민해방군 중부전구사령부 소속 H-6 중거리 폭격기와 Y-20 대형 수송기를 해당 지역이로 이동배치했다. 동부 장쑤성에 배치돼 있던 HJ-10 대전차 미사일도 북서부 고비사막 지역으로 이동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서부 사막지대와 남서부 시짱 자치구 등지에서 장거리 이동 및 실탄 사격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며, 시짱 주둔군은 인도 국경지대와 비슷한 해발 4500m 고산지대에서 합동 타격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문은 군사전문가의 말을 따 중국은 인도의 군사적 모험주의 경향을 선의로 참아왔지만, 인도 쪽이 이를 양보로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최근의 군사력 증강 배치는 인도의 도발 억지 차원은 물론 무력충돌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쪽도 중국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병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10중국군이 탱크를 앞세워 기갑부대를 비롯한 병력 5~6천명을 국경지대에 증강 배치했다. 이에 맞서 인도군도 최전방으로 탱크와 장갑차 등 중화기를 긴급 증강 배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인도군 당국자의 말을 따 현재 국경지대에 배치된 양국 군사력을 비교하면 일대일이며, 중국군이 추가 증강에 나선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중국군도 전쟁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군은 지난 615일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동쪽 갈완계곡에서 쇠막대기와 몽둥이 등을 동원한 유혈충돌을 벌여 인도군 20명이 숨진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일 위협사격을 벌인 라다크 지역의 판공호수 남쪽에 자리한 레장 라 산길 지역 인근 최전방에선 양국군이 불과 200m가량 떨어진 초소에서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양자회담에 나선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양쪽 모두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지만, 국내 여론을 의식해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긴장을 낮추는 방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