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언론인협 폭로JP모건·HSBC 등 연루

"권력자와 불법거래폭로는 전체 0.02% 불과"

북한 자금세탁부터 도쿄올림픽 뇌물 유치설까지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검은돈을 거래하며 이윤을 창출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십수년간 범죄에 악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을 옮겨주며 이윤을 챙겼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 체이스, 영국계 HSBC,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체방크, 뉴욕멜론은행 등 5개 글로벌은행의 불법거래 정황 중에는 대북제재 위반, 도쿄올림픽 유치 뇌물수수 등도 포함돼 있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88개국 110개 언론기관과 함께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입수한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의심거래보고(SAR)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 의심거래 18년간 2조달러"폭로된 건 0.02%에 불과"

버즈피즈는 1999년과 2017년 사이 18년간 JP모건 등 5개 글로벌은행 등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FinCEN에 제출한 SAR 2100여건을 확보해 ICIJ에 제공했다.

SAR이 제출됐다는 건 각 은행 내부 준법감시팀에서 돈세탁이나 범죄 등에 연관된 거래로 의심했다는 의미다.

이런 의심을 산 거래의 규모는 총 2조달러(2327조원)에 달했다.

ICJC"2011~2017FinCEN에 제출된 SAR이 총 1200만여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분석된 SAR은 전체의 0.02% 이하"라면서 "2조달러도 세계 전체의 은행을 통해 범람하는 더러운 돈의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개 글로벌은행은 미 당국이 벌금을 부과했음에도 위험한 권력자들로부터 계속 이득을 얻어왔다"면서 "일부 은행은 당국자가 형사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법자금 송금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북한의 자금세탁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PG)

 ◇ "북한, 미국은행들 이용해 233억원 자금세탁 추정"

이번 SAR 분석에 참여한 미국 NBC방송은 이날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 등 미국은행을 이용해 17480만달러(233억원) 이상의 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NBC는 중국 단둥홍샹실업발전과 이 회사 마샤오훙 대표를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뉴욕멜론은행 SAR에 따르면 마 대표는 위장기업을 이용해 중국과 싱가포르, 캄보디아, 미국 등을 거쳐 수천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해 제재대상 북한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됐다.

JP모건의 경우 20151월 미 재무부에 북한 관련 의심거래가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JP모건이 제출한 SAR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북한과 관련된 개인과 기업 11곳과 관련된 8920만달러(137억원) 규모의 거래가 있었다.

일본, 뇌물 주고 도쿄올림픽 개최권 따냈을까

이번 SAR 분석으로 일본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고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아들 등에게 돈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유치위) 일을 맡은 싱가포르 업체 블랙타이딩스(BT)20137월과 10월 유치위로부터 2325천만달러(27억원)를 송금받았다.

BT는 이후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선정된 20139월 전후로 세네갈 IOC 위원인 라민 디악의 아들 측에 수십만달러를 보냈다.

디악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는 관련 투표권이 없었지만 아프리카국가를 비롯 각국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홍콩의 HSBC 본사.

 ◇ 푸틴 측근 러시아 재벌은 거액 비자금 관리 정황

미국과 유럽연합(EU) 제재대상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가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즈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공개된 SAR를 분석해 러시아 갑부 아르키디 로텐베르크 형제 소유의 기업이 바클레이즈은행에 계좌를 만든 뒤 2012~20166천만파운드(897억원)를 입출금했다고 전했다.

로텐베르크 형제는 푸틴의 어린 시절 운동 친구로 러시아 권력층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HSBC가 다단계 금융사기에 계좌가 이용되는 것을 파악하고도 수백만달러가 유통되도록 방치했다고도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전체 2100건의 의심거래 가운데 독일의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연루된 사례가 62%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도 전체 2조달러 가운데 13천억 달러가 도이체방크와 관련돼 있다. 많은 사례가 이란, 러시아의 제재를 우회하는 거래와 연관돼 있다.

 

도쿄올림픽 돈으로 샀나또 드러난 검은 돈정황

·프문서아프리카 IOC 위원 아들에 수억 건넨 듯

도쿄 올림픽 유치 둘러싼 뇌물 수수 있었나

일본의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검은 돈이 살포된 정황이 미국과 프랑스 당국의 문서로 드러났다.

21<아사히신문> 등 보도를 보면,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도쿄의 컨설팅 업무를 맡았던 싱가포르 업체 블랙타이딩스(BT)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컨설턴트였던 파파맛사타 디악(55·세네갈)과 그의 컨설팅 회사에 367천달러(42천만원)를 송금했다. 파파맛사타 디악은 라민 디악 전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87)의 아들이다.

디악 전 회장은 도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던 20139월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위원을 맡고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의 다른 아이오시 위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유치는 아이오시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이런 사실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일본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미국 <버즈피드>, <라디오 프랑스> 등이 확보한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핀센)와 프랑스 당국의 자료에 담겨 있었다.

보도를 보면, 블랙타이딩스는 도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20139월 아이오시 총회를 전후로, 그해 7월부터 10월까지 도쿄올림픽 유치위원회로부터 총 2325000달러(269천만원)를 송금받는다. 블랙타이딩스는 이 계좌를 통해 20138, 11, 20141월 파파맛사타의 러시아 계좌로 15만달러(17천만원)를 송금하고, 그의 회사인 피엠디(PMD) 컨설팅의 세네갈 계좌로 201311~12217천달러(25천만원)를 송금했다. 또 블랙타이딩스는 파파맛사타가 프랑스 파리에서 산 시계값으로 20131185천유로(11600만원)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오시는 201397일 일본 도쿄의 2020년 여름 올림픽 개최를 확정했다.

당시 계약 관계자들은 의혹을 부인한다. 다케다 쓰네카즈 전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장은 블랙타이딩스에 수수료를 입금한 뒤의 일은 알지 못한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파맛사타도 다른 용도로 받은 돈이라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2016년 디악 전 회장이 브라질 리우올림픽과 일본 도쿄올림픽 유치를 돕는 대가로 230만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고 아이오시 위원을 매수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일본 올림픽위원회(JOC)도 그해 자체 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위법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올림픽 유치를 이끌었던 다케다 쓰네카즈 위원장이 뇌물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중도 사퇴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세네갈 국적으로 1970년대 아프리카 체육계에서 활동을 시작해 1999년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에 오른 디악 전 회장은 러시아 등 육상 선수들의 도핑 결과를 은폐해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5년부터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도쿄올림픽 유치 관련 뇌물 의혹도 당시 조사 과정에서 파생됐다.

라민 디악 전 회장은 지난 6일 파리 법원에서 도핑 무마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징역 4년과 벌금 50만 유로를 선고받았다. 징역 4년 중 2년은 집행유예 처분됐다. 그의 아들 파파맛사타도 징역 5년에 벌금 100만유로를 선고받았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