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수사결과 발표월북 의사 밝혀

북쪽, 실종자 개인신상 정보 소상히 파악

인위적 노력 없이 발견위치 표류 힘들어

 

해경이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수색하고 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이 해당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실종 공무원이 북쪽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확인했지만, 증거 수집 과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청은 29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실종된 (47)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북쪽이 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키 등 개인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결과,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류예측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38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다.

표류 예측 분석.

해경은 또 북쪽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등으로 미뤄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실종 전날인 20일 오전 8시까지 저장된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731개를 분석했지만, 실종자와 관련한 별다른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정밀감식을 위해 폐회로텔레비전 하드디스크 원본 등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과 현재 진행 중인 폐회로텔레비전 감식, 인터넷 포털 기록과 주변인 추가조사, 필요하면 국방부의 추가협조를 받아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지난 21일 실종된 씨의 주검과 소지품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와 소청도 해상에서 9일째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수색에는 해경·해군 함정 29척과 어업지도선 10척 등 선박 39척과 항공기 7대가 투입됐다. 이정하 기자

 

", '사살명령' 상부에 되물었다"국방부 "'사살' 언급 없어"

 

우리 군이 지난 22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A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군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A씨가 8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는 내용의 북측 통지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A씨의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A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던 정황상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렷해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은밀한 대북 감청 활동을 노출하면서까지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했다는 게 군의 해명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오후 9시를 넘어서였다.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이 돌연 '설왕설래'했다는 것이다.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대위급 정장이 지시 내용을 되물었고, 9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갔다고 한다.

우리 군은 A씨가 사살됐다는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지만, 이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830분께였다.

이 같은 내용은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부에서 '사살하라'고 하자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묻는 내용을 우리 군이 들었다"고 밝혔다.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까요?' 보고하는 과정 속에서 갑자기 '사격을 하라' 그래서 고속단정이 와서 사격을 했다고 저는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해 추후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방위원은 통화에서 "북한군 상부에서 사살하라는 지시를 했고, 배에서 사살 명령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감청했다고 보고받았다""북한군이 사용한 정확한 단어가 사살인지 죽이라고 한 것인지 총을 쏘라고 한 것인지가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감청을 통해 북한군의 사살 명령과 명령 이행 사실을 실시간 확인했다면 이를 대통령에게 즉시 알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 총격 사망 공무원 친형 "빚 많고 구명조끼 입으면 월북이냐"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9"해양경찰청이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해양경찰청장의 사과와 대면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26천만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해경 발표와 관련해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면서 "동생이 그런 부분(까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 나 역시 빚이 상당히 많다.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나"라고 따졌다.

이어 "내 동생이 업무수행 중 실종돼 북한 영해로 표류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느냐"면서 "동생을 실종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이 A씨가 월북했다는 근거로 판단한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라는 정황에 대해선 "라이프재킷(구명조끼)은 법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재킷이다. 입으면 월북이라는 건 아주 위험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동생과 자신의 해양 관련 활동 경력을 언급하며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미래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동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북한 공동조사도 있지만 객관적이고 공정성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제기구를 통한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청했다.

           

"월북, 사실로 확인…북한 함정에 의사표시 정황 파악"

민주당 특위 "한미 첩보 따른 것, 상세 출처 밝히기 곤란"

"시신훼손도 다양한 첩보를 기초로 판단공동조사 필요"

             

            

더불어민주당의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공동조사·재발방지 특위가 28일 희생자의 월북 시도를 기정사실화했다.

특위 위원장인 황희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첩보에 의하면 유가족에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연합 정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팩트 중심으로 분석된다""정보 출처는 국익과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보호돼야 하므로 출처 등에 대해 더이상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다양한 경로로 입수된 것에 의하면 (월북 의사를) 확인하고 이러는 대화 정황이 들어 있다""구명조끼, 부유물, 신발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내용을 갖고 국방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북한 측 함정에 피살 공무원이 월북 의사를 나타낸 정황이 첩보망에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단속 명령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함구무언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보망에 월북 의사가 명확하게 나타난다""(대화 내용을) 말하는 순간 정보 자산이 드러난다"며 추가 언급을 자제했다.

이 관계자는 '실종 공무원이 살고 싶어서 가짜로 월북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정보망의 대화 내용을 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총살 과정에서) 군내 보고는 있었던 것 같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보고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남북 입장이 엇갈리는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해선 "북측 주장이 있고, 우리는 다양한 첩보를 기초로 판단했다""북측 주장대로 부유물만 태운 것인지, 우리측 분석처럼 시신까지 태운 것인지 협력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신 훼손 과정에 대한 감청 정보가 없냐'는 질문에 "그건 이야기해줄 수 없다""합참 발표 대부분은 팩트를 기초로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게 마치 CCTV 영상을 보듯 보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첩보자산 해석"이라며 "(사후 처리 과정에서) 불빛을 봤다는 것은 열화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위 관계자는 "국방부 입장은 월북, 시신 훼손 모두 최초 발표에서 변함이 없다""월북은 (정보가 확실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는데, 시신 훼손 부분과 관련해선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특위는 앞으로 국방부, 유가족 등과 소통하며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남북 공동대응 매뉴얼 제작 등을 북측에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