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선거불복 발언에 '민주주의 타락' 경악

"모욕·방해 등 길거리싸움로마시대 이종격투기"

 중국 "미국 점점 빨리 정치체계 우월성 잃어간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첫 토론을 지켜본 세계 각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질서한 말싸움이 몰상식하다는 평가를 넘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몰락하는 징조가 나타났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3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백인우월주의를 배척하지 않고 대선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이 뭔가 잘못됐다'는 진단을 쏟아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슈테판 비에링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언제나 민주주의의 롤모델이었다""민주주의의 모국이 위험한 경로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울리히 스펙 연구원은 "미국 상황이 통제 불능이 돼간다는 게 유럽의 공감대"라며 "이번 대선 토론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존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국장은 외국인들이 이번 토론을 미국 민주주의 퇴화의 또 다른 신호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사설을 통해 "지난 4년간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태)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가 약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이는 다른 모두에게 타산지석"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가 거의 한 마디도 정상적으로 말을 맺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토론의 방식도 개탄의 대상이 됐다.

보리스 존슨(보수당)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의 작년 토론 때 사회를 본 BBC방송의 언론인 닉 로빈슨은 이번 대선 토론을 "모욕, 방해, 소음"으로 요약하며 '길거리 싸움'으로 불렀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도 "두 후보의 토론이 고대로마의 콜로세움 격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에 더 가깝다"고 혹평했다.

스위스의 일간지인 노이에취르허차이퉁은 "미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그 90(토론이 이어진 시간) 동안 알게 됐을 것"이라며 "전통이 싸구려 TV 리얼리티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우방뿐만 아니라 적대적 관계가 짙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토론에서 미국이 분열되고 혼란스럽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처럼 행세하고 있는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자기 트위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분열과 걱정, 미국 정치체계가 그 우월성을 점점 더 빨리 잃어간다는 점이 이번 토론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첫 토론 뒤 미 CNBC 여론조사 "트럼프 41%-바이든 54%"

"77%, 미국인을 자랑스럽지 못하게 해변심은 2% 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두 자릿수 차로 뒤지고 있다는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지난달 29일 첫 대선 TV토론 이후에 실시된 것이다.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전국 유권자 92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범위 ±3.22%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였다.

796명을 대상으로 한 1TV토론과 관련한 조사(오차범위 ±3.47%포인트)에서는 53%가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았다는 응답자는 29%로 나왔다.

응답자의 45%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예상보다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11%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77%1차 토론이 자신들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더힐은 "토론에 대한 대중의 암울한 인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TV토론 혹평에도 진행방식 변경엔 일각서 우려·신중론

첫 진행 월리스 앵커 "마이크 차단 반대"백악관 "규칙 공정해야

 

미국 대선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재앙'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은 후 진행방식 변경이 추진되면서 일부에선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미 언론에 따르면 첫 토론 진행자인 폭스뉴스 크리스 월리스 앵커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향후 토론에서 진행자가 후보들의 마이크를 차단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월리스 앵커는 토론의 정신과 관련된 이유와 실제적인 이유 둘 다 때문에 후보자 마이크 차단에 반대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마이크가 꺼졌더라도 그는 계속 방해할 수 있었고, 그건 바이든의 마이크에 포착될 수도 있었다""여전히 진행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토론위는 첫 토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전날 성명을 내고 질서 있는 토론을 위해 추가적인 체계를 더하겠다면서 "머지않아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진행한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이와 관련, CBS 방송은 향후 토론에선 후보가 규칙을 위반할 경우 진행자가 마이크를 차단할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구잡이로 끼어드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월리스 앵커는 "두 후보 모두 미국인 수천만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발언권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첫 토론과 관련해선 "이것이 단지 토론의 시작뿐만 아니라 전체 토론을 위한 대통령의 전략이 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며 뒤늦은 아쉬움을 표했다.

첫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번번이 끼어들며 방해해 원만히 진행되지 못했고 양측이 동시에 설전을 벌여 볼썽사나운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는 토론회를 더 부드럽고 더 쉽게 만드는 어떤 변화에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세계 무대에 서게 될 것이고 논쟁을 다룰 수 있다. 그들이 합의한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토론위가 양측의 동의 없이 임의로 규칙을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토론 규칙에 동의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특정 규칙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는 토론하기를 원하고 토론에 참여할 계획이지만 그는 규칙이 공정하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후보가 토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가려주는 규칙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리핑하는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집요한 끼어들기’- 바이든 ‘실수 없는 공격’…입씨름 “최악 토론”

미 대선후보 첫 TV토론서 트럼프 - 바이든 격돌

인종차별·우편투표·코로나19 등 놓고 격한 공방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전체 분위기를 흐릴 정도로 끼어들기를 일삼았고, 바이든은 예상보다 실수를 범하지 않으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29일 밤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은 간단히 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대선(113)35일 앞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은 코로나19, 경제, 인종차별, 대법원, 의료보험, 기후변화, 우편투표 등의 주제를 놓고 90분 간 치열한 입씨름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껏 지켜본 대선 후보 토론 중 최악이었다”( 앵커 제이크 태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움이 정책 내용을 압도한 토론이었다. 진행자인 <폭스 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바이든의 발언 와중에 수시로 끼어드는 트럼프를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고, 토론은 수시로 주제를 벗어났다. 트럼프가 졸린 조라고 불러온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등 공세적인 태도로 임했다. 토론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에서 열렸다.

인종주의 비판 안 한 트럼프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를 비난하고 그들에게 자제해달라고 말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냐며 즉답을 주저했다. 바이든이 대표적 우파 그룹인 프라우드 보이스를 언급하자 트럼프는 프라우드 보이스, 물러나서 대기하세요!”라고 하더니 곧장 그러나 누군가는 안티파와 좌파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 왜냐면 이건 우익이 아니라 좌익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진 좌파가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 프라우드 보이스회원들은 온라인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더러 가서 그들을 부수라고 했다. 아주 기쁘다”, “대통령님, 우리는 준비돼 있습니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총기 등으로 대항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트럼프가 오히려 옹호해준 셈이 된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시카고, 포틀랜드 등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의 폭력 양상을 언급하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번째 대선후보 텔레비젼 토론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편투표에 트럼프 대법원 갈 수” vs. 바이든 투표하라

트럼프가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난해온 대선 우편투표도 뜨거운 쟁점이 됐다. 트럼프는 우편투표로 인해 대선 개표가 길어질 경우, 그 사이 승리 선언을 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은 채 내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서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주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우편투표를 할 기회를 주는 보편적 우편투표에 부정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대법원이 그 투표용지를 살펴보는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에 볼 수 없던 사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몇달 동안 (대선 결과를)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은 그것(대통령 당선자)이 나든 아니든 그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대답했다. 바이든은 우편투표 논란과 관련해 선거의 온전함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질문에, 유권자들을 향해서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증거는 없다(트럼프)는 당신이 이 선거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는 그저 개표하는 게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아들 놓고 충돌

가족 문제는 토론의 주제가 아니었지만, 다른 사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바이든의 아들 문제가 나왔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를 호구라고 비하했다는 언론 보도를 활용해 트럼프를 공격했다. 바이든은 뇌암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이 이라크에서 2년간 복무했다면서 그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애국자였다. 거기 남겨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는 보를 모른다. 헌터는 안다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 의혹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헌터가 바이든 부통령 시절에 우크라이나와 중국에 취업해 거액의 돈을 받았다며 헌터는 어디 있냐고 공격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이 중국과의 무역 적자 심화 문제로 자신을 공격하자, 대뜸 헌터가 중국에서 거액을 받았다며 주제와 무관하게 공세를 폈다. 바이든은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눈을 감기도 하면서 사실이 아니다. 내 아들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은 다른 미국 가정들이 많이 겪듯이 마약 문제를 겪었다며 그가 문제를 극복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볍게 지나간 트럼프 ‘88만원 소득세

이날 토론을 이틀 앞두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트럼프의 세금 문제도 다뤄졌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과 달리, 이 문제는 집중적인 논쟁 대상이 되지 못 했다. 바이든은 수백만 달러를 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를 더 물고 늘어지는 데 실패했다. 바이든은 경제 정책 순서에서 억만장자들은 트럼프를 좋아한다며 트럼프가 소득세를 750달러(88만원) 냈다고 언급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7, 트럼프가 지난 15년 가운데 10년은 소득세를 내지 않았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소득세를 750달러만 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이날 토론을 앞두고 납세 자료를 공개한 터였다. 바이든 부부는 2019년에 약 985000달러(115천만원)의 소득에 대해 연방세금과 기타 지불금으로 346000달러(4447만원) 이상을 납부했다. 진행자인 월리스가 ‘2016년과 2017년에 소득세를 얼마 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수백만 달러라고 답했다. 바이든이 납세 자료를 공개하라고 하자 트럼프는 “(국세청 감사가) 끝나는대로 보게 될 것이라고 기존 답변을 되풀이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학교 교사보다도 세금을 적게 낸다며 트럼프가 세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그래서 내가 트럼프 세금(제도)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이 47년 동안 한 일보다 내가 47개월 동안 한 일이 많다며 딴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그 뒤 트럼프 세금 문제는 더 거론되지 않았다. 바이든으로서는 큰 공격 포인트를 하나 놓친 셈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실적,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험 등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의료를 사회주의화하려 한다고 하는 등 바이든에게 사회주의인상을 씌우려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와의 대선 토론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 앵커도 진땀 뺀 트럼프의 끼어들기

이날 토론을 지배한 것은 정책 내용보다도 트럼프의 끊임 없는 끼어들기였다. 트럼프와 바이든, 때로는 진행자 월리스까지 2~3명의 말이 동시에 부딪치는 순간들이 잦았다. 트럼프는 작심한 듯 토론 시작부터 바이든이 발언하는 중간에 옆에서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중국에 미국 입국 차단 조처를 내리는 데 반대했다는 등 자신의 주장을 폈다. 각자에게 2분씩 발언 시간을 주고, 상대방이 발언할 때는 끼어들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행태가 반복되자 경륜의 진행자 월리스가 트럼프를 향해 바이든이 발언을 끝내도록 해달라며 수차례 제지했다. 트럼프는 월리스가 질문하는 것마저 무시하고 자신의 말을 계속 하려 했고, 월리스는 대통령님, 나는 이 토론의 진행자이고, 나는 당신이 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리스는 또 사전에 양 캠프가 약속한 것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가 바이든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하자 월리스는 당신이 더 많이 끼어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바이든 또한 트럼프가 자꾸 끼어들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깐 입 좀 다물어줄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신공격도 난무했다. 바이든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가 더 똑똑하고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똑똑하다는 단어를 썼느냐당신은 반에서 꼴찌거나 최하위권으로 졸업했다. 나에게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아라. 당신에게 똑똑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델라웨어주립대에 다녔다고 했는데, 자신의 대학 이름도 까먹었다. 당신은 거기에 안 다녔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최근 유세에서 과거 상원의원 출마를 델라웨어주립대에서 선언한 것을 일컬어 나는 델라웨어주립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언론은 델라웨어대를 나온 바이든이 델라웨어주립대를 다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 또한 정면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일방적 주장을 펴는 트럼프를 거짓말쟁이”, “광대라고 면전에서 일컬었다. 또 트럼프를 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말해온 슬리피 조(졸린 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승자 없는 토론최대 피해자는 유권자

이날 토론을 놓고 <시엔엔>(CNN) 앵커 제이크 태퍼는 내가 본 대선 토론 중 최악이었다. 이건 토론이 아니라 망신이다라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의 한 기자는 최대의 패배자는 유권자라고 촌평했다. 이 매체의 기자 네이트 콘은 실시간 중계에서 오늘 밤 승자는 없다. 그러나 승자가 없다는 것은 조 바이든이 승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바이든의 정신건강을 문제 삼으며 바이든의 토론 실력이 형편 없을 것처럼 말해왔는데, 이날 트럼프가 토론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바이든이 선방했다는 뜻이라고 본 것이다. 반면,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는 이날 토론 직후 바이든이 대법관 구성의 보수 우위 구도를 깨기 위해 대법관 인원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바이든이 몇 차례 말을 더듬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매체는 트럼프를 껑충 뛰는 야생마라고 표현했다.

<시엔엔>과 여론조사 기관인 에스에스아르에스(SSRS)와 공동으로 이날 토론회를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이 잘 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가 잘 했다는 평가(28%)보다 높게 나왔다.

이날 토론은 코로나19 때문에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서 악수나 팔꿈치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시작됐다. 방청석에는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거리를 둔 채 앉았다.

대선 후보 토론은 10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열린다. 107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 토론에 나선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시청자 조사 바이든 '판정승' 했지만"69%, 짜증 느껴"

CNN '바이든 60%, 트럼프 28%',   CBS '48% 41%'

 

미국 첫 대선 TV 토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NN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29일 토론회 직후 토론을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는 ±6.3%포인트)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비율은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직전 동일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56%로 트럼프 대통령(43%)을 앞섰다.

앞서 지난 2016년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2%를 기록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27%)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이어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가 바이든 후보를, 29%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69%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공세를 가하는 게 정당하다고 답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3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을 제외한 응답자 중 39%는 민주당을, 25%는 공화당을 지지했다고 CNN은 밝혔다.

CBS뉴스가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 139명을 인터뷰 조사(오차범위는 ±3.4%포인트)한 결과에서도 바이든 후보(48%)가 이겼다고 응답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41%)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10%는 동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원 중에서는 92%가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공화당원 중에서는 82%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고 각각 밝혔다.

CBS"이 격차는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다수인 69%가 토론에서 짜증을 느꼈다고 답했고, 유익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17%에 불과했다. 31%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토론 분위기가 부정적이었다는 응답자는 83%였고, 17%가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이번 토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24%, 38%였다. 반면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응답자는 트럼프 대통령 42%, 바이든 후보 3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