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원회, “코로나19 백신 나오기 전 최고의 백신은 식량

무력 충돌 확산되며 이중고부자나라들은 제 앞가림에 바빠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운영위원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9 아프리카 니제르 니아메이에서 세계식량기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니아메이/AP 연합뉴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의 어려움을 전세계에 강력하게 호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노벨위원회가 선정 배경을 밝히면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게 될 때까지는 식량이 혼돈에 대처하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노벨위원회는 예멘,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폭력적 분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기아의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은 개발도상국들에 식량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63년 활동을 시작한 유엔 산하기구다. 1995년부터 25년간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북한의 임신부와 어린이를 기르는 어머니,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기관은 평균적으로 한해에 전세계 83개국 9140만명에게 도움을 줬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많은 88개국 1억명가량을 지원했다. 지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쟁과 무력 충돌의 확산 탓이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85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2417호 결의안에서 사상 처음으로 분쟁과 기아의 관련성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저소득 국가의 상황은 전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 휩싸인 올해 더욱 빠르게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7일 내놓은 전세계 빈곤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인구 8800만명에서 11400만명이 새로 극빈층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극빈층은 하루 생활비 1.9달러(2300) 이하의 수입을 버는 이들을 말하는데, 극빈층은 1989년 이후 31년 동안 꾸준히 줄다가 올해 처음으로 다시 증가할 상황이다.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지만, 세계식량계획 등 구호기관들은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투여하는 데 집중하면서 국제 지원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탓이 크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고소득 국가들이 자국 경기 부양책에 투입한 자금의 1%만 있어도 가난한 나라들의 고용 상황이 부자 나라들보다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평화상을 받으면서 평화상 수상 단체는 25곳으로 늘었다. 단체가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까지 총 28차례이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각각 3차례와 2차례 수상했다. 신기섭 기자


노벨평화상 받은 WFP는 재난·분쟁지역의 '구호천사'

재앙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

 

"지구촌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곳이 세계식량계획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촌의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목표로 삼는 유엔 산하 인도주의 기구다.

WFP는 식량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서 긴급재난 때 식량을 지원하고 식량안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무너진 기반시설과 일상을 복원하는 데에도 진력하고 있다.

이처럼 WFP가 전 세계에서 지원하는 인구는 83개국 1억명에 달하며 인도주의 지원 규모는 세계 최대로 평가된다.

WFP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조직 소개문에서 "매일 5천 대의 트럭과 20척의 선박, 92대의 항공기를 활용해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에게 식량 등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지구촌에 전쟁, 홍수, 지진, 흉작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단체가 WFP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얀마의 탄압 속에 인도주의 위기를 맞은 소수민족 로힝야에게 세계식량기구(WFP)가 배포한 식량[ AFP=연합뉴스]

남수단에 구호식량을 공수하는 세계식량기구.

WFP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설립된 뒤 주요 재난 및 분쟁지역에서 맹활약했다.

구호대원들은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겉으로 주목을 받지 않는 '막후의 구호 천사'로 활동해왔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아사 사태,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파멸적 내전,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 재앙, 2010년 아이티를 기습한 대지진 때도 WFP는 현장에 있었다.

WFP20072008년 쌀과 밀 같은 곡물의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했을 때도 해결사로 나섰다.

식량부족에 폭동이 발생해 정정 불안까지 야기된 저개발국 수십곳에 한때 곳간이 바닥날 정도로 지원을 퍼부었다.

노벨평화상은 과거 공로 평가뿐만 아니라 향후 임무를 더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아 시상하기도 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때문에 전 세계 식량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악화한 면이 있다.

특히 WFP의 주요 지원 대상인 분쟁지역에서는 보건, 기후 위협이 동시에 들이닥친 탓에 다른 지역들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FP는 코로나19 때문에 '식량 위기 팬데믹'이 우려된다며 전 세계 27천만명이 기아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WFP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혼란과 맞서 싸울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위는 "팬데믹에 맞서 WFP는 구호 노력을 강화해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WFP의 수상이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dpa 인터뷰에서 "식량안보는 인간의 안전과 웰빙을 위한 토대"라며 "굶주림과 분쟁이 증가하는 시점에 WFP는 두 문제의 교차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벨평화상 세계식량계획,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도 앞장서

25년간 식량 보급·재난위험 완화·위기 대응 프로그램 가동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은 전 세계 기아 해소를 위해 활동하면서 특히 북한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FP는 생명을 구하고 어린이들의 영양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로 1995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공식 웹사이트와 보고서들에 따르면 WFP는 영양 보급, 재난위험 완화, 위기 대응을 북한에 대한 3대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양 보급을 위해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임신부, 어린이를 보육하는 어머니,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한다.

이 특수식단은 곡물과 단백질이 함유된 과자,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으로 구성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결정한 대북 인도지원 사업도 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천만 달러(119억원)를 지원하기로 심의·의결한 것이었다.

대북지원을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한다는 이 장관의 정책에 WFP의 단체 성격이 들어맞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통일부와 WFP가 쌀 5t을 북한에 전달하려고 했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외부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WFP로부터의 지원은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FP'코로나19 국제대응: 20209' 보고서를 보면, WFP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북한 주민 54만명에게 영양 지원을 했다.

WFP는 또 북한의 탁아소, 병원, 소아병동, 일부 기숙학원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식품공장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재난위험을 줄이는 분야에서 WFP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협이다.

WFP는 인도주의 위험을 줄이고 농작물 피해를 해결해 식량안보를 지키고자 기후충격에 의한 북한 공동체의 취약성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제방 보수, 강바닥 준설, 나무 심기, 토양 비옥도 유지, 환경보호 등이 점점 더 악화하는 기후변화에 북한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에 포함된다.

WFP는 세계 각지에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는 단체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최근 수년간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은 북한도 WFP의 위기 대응 지원을 받은 바 있다.

WFP2014, 2015년 북한에 큰 가뭄이 생겼을 때 130만명에게 구호에 동참했고, 20158, 20168월 심각한 홍수가 났을 때도 지원했다.

갖은 시련을 겪은 북한은 여전히 WFP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WFP는 올해 국가별 보고서에서 "북한은 식량과 영양을 확보하는 데에서 계속 광범위한 난제와 직면하고 있다""이는 그 나라에서 장기화하는 인도주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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