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형상화…생생한 표현의 세계
대상엔 형광물질에 담아낸 제브라피시
12위작 사람의 머리카락. 20배율 사진이다. 2020 Nikon Small World Photomicrography Competition
형형색색 빛나는 제브라피시의 비늘과 림프관, 샹들리에를 연상키는 달팽이의 혀, 뱀이 몸을 꼬은 것같은 사람의 머리카락....
예술적인 과학사진을 뽑는 유서깊은 현미경 사진 공모전 ‘니콘 스몰월드 사진 콘테스트’ 제46회 수상작 20편이 선정됐다. 대상에는 형광물질을 이용해 어린 제브라피시의 몸 구조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진이 선정됐다. 제브라피시는 잉어과에 속하는 길이 5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열대어로 몸에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브라피시의 뇌와 림프관, 비늘 등을 파란색, 주황색 형광물질을 이용해 표현한 이 사진은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들이 350개 이상의 이미지를 합쳐 완성한 것이다.
니콘 스몰월드 컨테스트에서 1위를 한 제브라피시. 파란색은 뼈와 비늘, 주황색은 림프관이다. 4배율 사진.
연구원들에 따르면 이 사진은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포유류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두개골 내부의 림프관을 제브라피시에서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실험과 사진 촬영이 훨씬 쉬운 물고기에서 이를 발견함으로써 암과 알츠하이머 등 인간 뇌에서 발생하는 질환과 관련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위작 흰동가리의 배아발달 과정. 10배율이다.
2위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물고기로 유명한 흰동가리(Amphiprion percula)의 배아를 1일, 3일(아침, 저녁), 5일, 9일차에 찍은 네 컷짜리 연속 사진이다. 수정한 지 몇시간 후부터 부화하기 몇시간 전까지의 배아 발달 상황을 보여준다.
3위작 민물달팽이의 혀. 40배율 사진이다.
3위는 민물 달팽이의 혀를 클로즈업한 사진이다. 촬영자는 15세기 프랑스 로코코시대의 화려한 샹들리에 장식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9위작 뇌 해마 뉴런 간의 연결. 63배율 사진이다.
16위작 나일론 스타킹. 9배율 사진이다.
올해 공모전엔 전 세계 90개국 연구원과 현미경 사진작가들이 2000개 이상의 작품을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예술적 비전, 독창성, 기술적 전문성 및 과학적 맥락을 기반으로 작품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5위작 보공나방. 호주에 서식하는 대형 나방이다. 5배율. 2020 Nikon Small World Photomicrography Competition 곽노필 기자
전나무 끌어안은 호랑이의 ‘황홀경’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 연해주 호랑이…무인카메라 촬영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 설치한 무인카메라로 촬영한 암컷 아무르호랑이의 냄새 표지 모습.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으로 뽑혔다.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비스듬한 겨울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오랜 전나무숲에서 암컷 호랑이 한 마리가 굵은 전나무를 부둥켜안았다. 코를 나무에 들이대고 눈을 지그시 감은 표정은 황홀경에 빠진 모습이다.
이 모습을 촬영한 러시아의 야생동물 사진가 세르게이 고르쉬코프의 작품 ‘포옹’이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되는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의 대상작으로 뽑혔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이 공모전에는 4만9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고르쉬코프는 이 극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오랜 기다림과 함께 사람의 흔적을 지워야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두만강에 인접한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가 나무를 발톱으로 긁거나 오줌으로 냄새 표시를 한 나무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사진을 얻은 것은 11개월 뒤였다.
낙엽 쌓인 암벽 위에 선 아무르호랑이를 담은 세르게이 고르쉬코프의 다른 출품작.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심사위원장인 로스 키드먼 코크스는 “마법의 숲 깊숙이 숨겨진 내밀한 순간을 독창적으로 엿본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전나무를 끌어안은 거대한 암호랑이는 수피에 남겨진 다른 호랑이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르호랑이는 한때 한반도 전역을 물론 카스피해까지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했지만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1930년대 20∼30마리로 멸종 직전에 몰렸지만 보호조처에 힘입어 현재 러시아 연해주를 중심으로 중국 북동부와 북한에 550마리가 살아남아 있다. 심사위원인 팀 리틀우드 박사는 “사진의 독특한 감성적 전달력으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지켜야 할 책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대상작 ‘기러기를 잡은 여우’. 리이나 헤이키넨,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대상작은 핀란드의 리이나 헤이키넨의 작품 ‘기러기를 잡은 여우’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사냥한 흰뺨기러기를 먹던 여우가 사진가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담았다.
수상작으로 뽑힌 덴마크 사진가 모겐스 트롤레의 ‘포즈’는 명상에 잠긴 듯한 코주부원숭이를 담았다. 모겐스 트롤레,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지메네스는 엄마 뿔논병아리 가족을 담아 수상작으로 뽑혔다. 품속에서 아빠가 건네준 물고기를 새끼가 먹으려는 순간이다. 호세 루이스 지메네스,
프랑스 사진가 프랑크 디샨돌의 수상작인 ‘두 마리 말벌’. 기생벌의 일종인 나나니(왼쪽)와 다른 말벌에 탁란하는 뻐꾸기말벌을 담았다. 프랑크 디샨돌,
영국 사진가 폴 힐튼의 수상작은 중국 광시족자치구 놀이공원에서 찍은 눈먼 반달곰을 이용한 관광을 담았다. 곰에 대한 고문이 분명하다. 폴 힐턴,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공모전의 출품작과 수상작은 런던 자연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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