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라디오 “130명은 수감 중, 51명은 조만간 구금 예정보도

교사 참수 충격 일파만파마크롱 정부 반 분리주의 법안도 탄력

 

18일 프랑스 파리 공화국광장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 참수 테러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이 내가 교사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유행했던 구호인 내가 샤를리다에서 영향을 받아, 이번 참사 뒤에도 많은 시민이 연대의 의미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가 참수당한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외국인 231명을 추방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겨냥해 만들려는 반분리주의 법안도 이번 참극으로 인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인 <유럽1>은 마크롱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으로 감시 대상에 오른 231명을 추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8일 지시했으며, 추방 대상 인물 중 180명은 현재 수감시설에 있고 51명은 조만간 구금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찰 노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다만 내무부가 추방 계획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오후 5시께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중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실렸던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준 것이 피살 계기로 추정되며, 18살 체첸계 난민인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당했다. 18일 파리와 리옹, 툴루즈 등 프랑스 전역에서 시민 수만명이 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파리 공화국광장에는 내가 교사다손팻말을 든 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18일 프랑스 파리 공화국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참수당한 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마크롱 정부가 자생적 이슬람 극단주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해 반분리주의 법안을 추진하는 도중에 터졌다. 반분리주의 법안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정교분리를 강조하며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뼈대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에서 온 이맘’(이슬람 지도자)이 프랑스에서 이슬람 지도자 교육을 하는 것을 중지시키며, 학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링을 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마크롱은 우리의 세속주의가 우리의 방패라며 2017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정교분리를 강조했고, 지난해부터 이슬람 극단주의를 거론하며 분리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법안 제정을 추진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법안 제정 움직임이 지지부진했으나, 이달 초 마크롱이 내년 초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테러로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와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이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프랑스 내 무슬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참사 이전에도 12명이 숨진 20151<샤를리 에브도> 사건, 120여명이 숨진 같은 해 11월 파리 총격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공격이 수차례 있었다. 용의자 상당수는 외국에서 온 이들이 아니라 프랑스 내부의 극단주의자들이었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마크롱 정부는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는 배격한다면서, 이슬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반분리주의 법안을 만들 때도 무슬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분리주의 법안이 프랑스 내 무슬림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많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