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걸린 핵심 현안’ “미국 추종으론 국익 못 지킨다

방위비 협상도 팽팽한 긴장 이어질 듯일 외교에도 과제

 

쿼드 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미-중 사이 균형잡기에 고민이 깊다.

            

보수 언론이 -미 동맹이 훼손된 증거로 꼽는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일본도 대개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맹목적인 대미 추종보다 국익을 우선 고려하는 원칙 있는 외교로 이견이 있는 부분에선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6일 진행된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내세운 클린 네트워크참여 요구에 대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틀에는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앞선 8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민의 개인정보와 기업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중국공산당 같은 악의적 행위자들의 공격적 침투로부터 보호하자는 명분을 들어 통신망 스마트폰 앱 클라우드 서비스 앱 스토어 해저 케이블 등 주요 통신 사업에서 중국 기업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초석’(cornerstone)이자 제1동맹으로 꼽는 일본마저 중-일 관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참여 요청을 고사한 것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미국이 계획을 (좀 더 온건한 형태로) 수정한다면 재검토하겠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이유는 -중 대립이 격화되는 중에 전면적인 미국 추종으로선 일본의 국익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요미우리신문> 1016일치 2)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경제와 안전보장 문제가 결합된 과제에서는 동맹인 미국과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3만개 넘는 일본 기업이 사업하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중국과 경제관계를 완전히 차단할 경우 일본 경제에 대한 타격을 계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입장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맞서 힘겨운 논의를 이어가던 중 지난 2월 말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의미 있는 대면 협상을 못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미국과 의미 있는 대면 교섭을 못하던 중 15~16일 이틀 동안 2021년부터 5년 동안 적용될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외무성은 회담 후 앞으로 사무적 조정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언론들은 미국이 원하는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7월 일본을 방문해 현재 부담액의 4배가 넘는 80억달러를 낼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17일본의 부담액은 타국에 비해서도 매우 크다. 일본은 협의를 통해 증액의 여지가 작다는 점을 주장해 갈 것이라는 정부 내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며 보수 언론이 비난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4개국의 모임인 쿼드’(Quad) 참여에 대한 일본의 입장 역시 미묘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등의 원칙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확산하기 위한 협력체 건설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것 같이 대중 포위를 위한 집단안보체제를 만드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달 12일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들면 역내에 적과 우리 편을 나눌 수 있다. -중이 대립하는 가운데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면 어떻게 해도 반중 포위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외교가 목표로 하는 전략적 외교와 비교하면 옳지 않다는 말을 쏟아냈다. 미국은 아직 한국에겐 쿼드를 확장한 쿼드 플러스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애매한 입장은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 회의 모두 발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모테기 외무상은 여러 분야에서 기존 국제질서가 도전 받고 있다. 우리 네 나라는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강화해 간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며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견줘,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더믹은 중국 공산당이 사태를 은폐해 사태를 키웠다”, “우리 네 나라가 연대해 국민들을 중국 공산당의 부패, 착취, 억압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와 같은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 다른 나라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