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때 적자 6880억달러, 트럼프 집권 후 8532억 달러로 늘어

전세계 상대 연간 1천억달러 손해 말뿐인 트럼프, 미국 내부서도 비판

FTA 재협상 핑계 한국서 실익 내고 영국선 집권 내내 흑자 달성했지만

중국·프랑스·멕시코선 적자폭 확대 무역수지 바꾸기 어렵단 사실 증명돼

 

트럼프의 집권 4은 한국과 중국, 독일 등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에겐 무역수지 전쟁 4이었다. 하지만 무역수지 총량 지표 면에서 지난 4년은 트럼프의 실패로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의 교역 상위 8개국 가운데 지난 4년간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이룬 나라는 한국과 영국뿐이었고 중국·프랑스·멕시코·대만과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외려 더 커졌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분포에서 한국과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그밖에 다른 주요 국가의 비중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한국과 영국 상대로만 적자 폭 줄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1월 취임 직후부터 줄곧 미국산 우선주의기치 아래 여러 나라를 상대로 통상전쟁,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전방위 공격을 벌였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통상전쟁의 근거로 삼았다.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리는 지금, 과연 그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한겨레>오바마 2집권 첫해인 2013년부터 지난 9월까지 8년간의 미국 상무부 무역통계에서 미국의 교역 상위 8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독일·프랑스·영국·멕시코) 관련 내용을 분석해봤다. 우선 전임 오바마 집권기인 2013~2016년 사이 미국의 전세계 대상 연간 무역수지(수출-수입) 적자규모는 6880~7370억달러였다. 트럼프 집권 후 적자는 7961억달러(2017), 8786억달러(2018), 8532억달러(2019)로 꾸준히 늘었고 올 들어서도 9월까지 649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세계를 상대로 통상전쟁을 벌였음에도 1천억달러가량 적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인 상대방은 한국과 영국뿐이다. 미국의 대 한국 연간 무역적자는 2013(206억달러) 사상 첫 2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014~2016년에 250~283억달러를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선 2017228억달러, 2018179억달러, 2019206억달러 등 예전보다 줄었다.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핑계로 한국이 셰일·천연가스와 무기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대폭 늘리도록 압박해 실익을 챙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과의 교역에서도 흐름을 반전시켰다. 2000년대 들어 2015년까지 15년간 영국과의 교역에서 해마다 적자를 보던 미국은 트럼프 집권 4년 내내 무역흑자를 봤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흑자액은 68억달러다.

전투는 이기고 전쟁에선 졌다

견고한 동맹국인 한국과 영국을 빼면,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집권 기간 무역적자는 외려 확대되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국의 경우, 오바마 집권 시기 연간 3184~3656억달러였던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더 늘어났다. 특히 2018(4191억달러)엔 적자 폭이 4천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본격 돌입한 배경이다. 이웃한 대 멕시코 무역적자도 오바마 2(538~631억달러)에 견줘 훨씬 확대됐다. 프랑스와 대만과의 교역에서도 연간 적자가 약 50억달러(프랑스)~100억달러(대만) 늘었다. 일본 및 독일과의 무역적자는 두 나라 모두 연간 700억달러안팎으로, 오바마 2기 때와 엇비슷했다.

다만 미국 무역적자의 나라별 분포 구성은 달라졌다. 오바마 집권 마지막해인 2016년엔 중국(47.2%), 일본(9.3%), 독일(8.8%), 멕시코(8.6%), 한국(3.7%), 대만(1.8%) 순이었는데, 올 들어 9월까지는 중국(34.3%), 멕시코(12.2%), 독일(6.3%), 일본(5.7%), 대만(3.2%), 한국(2.4%) 차례였다. 트럼프의 통상 공격이 상대적으로 더욱 집중된 중국과 일본, 한국, 독일이 미국 무역적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셈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분포 구성을 바꾸는 전투에서는 효과를 거뒀을지언정 정작 전쟁에서는 패배한 셈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트럼프의 무역적자 해소 주장이 말뿐이고 오히려 적자폭이 커졌다는 비판은 미국 안에서도 이미 나왔다무역수지는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라별 무역수지는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 가치 변동에 좌우되고 각국의 주요 교역품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역수지가 환율 절상과 절하처럼 상반된 경제효과가 있는 터라 더 많은 흑자가 반드시 국민경제에 유익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자본재 수입이 줄어들어 무역흑자가 커지는 경우라면 국내 투자 및 생산이 수축될 수 있어서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