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목부근 절반이상 훼손 50대 남성 현행범으로 체포

 

목 부근이 훼손된 청남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존치-철거 논란이 진행 중인 옛 대통령 휴양지 청남대 안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이 훼손됐다.

19일 충북도 발표 등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11시께 경기 용인에 사는 (50)씨가 청남대 안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했다. 이 남성은 준비한 쇠톱을 이용해 동상 목 부근을 절반 이상 훼손했고, 주변을 지나던 시민이 발견해 청남대 관리사업소에 알렸다. 경찰은 청남대 관리사업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평소에 전두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면서 충북도가 최근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존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를 보고 화가 나 나 스스로 응징하려는 마음으로 동상 훼손을 결행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 때 연희동 집 앞 등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 반란자 옷을 입은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지난 3일 오후 청남대를 찾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에 펼침막 옷을 입히고 철거를 요구했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

청남대 안 동상철거를 주장해온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청남대 국민행동)은 이 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5·18기념재단 등 전국시민사회단체 17곳이 꾸린 청남대 국민행동은 매주 화요일마다 청남대 앞에서 전두환·노태우 동상철거 화요 문화제를 열어왔다.

이 단체 정지성 대표는 이 남성은 청남대 국민행동과 직접 관련이 없다. 5·18 관련 단체 사이버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안다. 경찰에서 사건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충북도가 지난 5월 발표한 동상철거 약속을 깨는 바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충북도가 자초한 일이다위법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충북도와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애초에 동상철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해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이 지난 3일 오후 청남대 정문 앞에서 전두환 노태우 동상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 제공

씨의 신병을 확보한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는 지구대에서 1차 조사를 했지만 범행 동기, 사건 경위, 사전 계획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1825647에 조성된 청남대는 2000년대 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89차례 찾아 366472일을 머물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418일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겨 시민에 개방하도록 했다.

충북도는 지난 2015년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기념물 등을 제작해 청남대 곳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 등은 ·노씨는 5·18 민주화 운동의 학살 주범이며,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범법자다. 동상·기념물 등을 철거하라고 주장해왔다. 충북도는 지난 5월 이들의 요구에 동상철거를 약속했다가, 최근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을 샀다. 오윤주 기자

 

6개월 갈팡질팡국민 갈등만 부추긴 '전두환 동상 철거'

충북도 섣부른 철거 발표 뒤 법률 근거 못 찾아 오락가락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가 6개월 논란 끝에 결국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충북도의 설익은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편승해 충분한 법률검토나 여론수렴 없이 섣부른 철거계획을 내놨다가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펴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는 사이 전씨 동상이 훼손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충북도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20분께 청주시 문의면 소재 청남대에 있는 전씨 동상의 목 부위를 줄톱으로 자르려 한 A(50)씨가 현행범 체포됐다.

스스로를 경기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A씨는 청동으로 된 동상 목 부위 3분의 2가량을 둥그렇게 둘러 가면서 훼손했다.

그는 관광객으로 청남대에 입장한 뒤 미리 준비해 간 줄톱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충북도가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존치하기로 방향을 정한 뒤 발생했다.

도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5·18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에 최근 "동상이 법에 저촉되지 않아 존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대신 두 사람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시한 안내판을 새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18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 측은 "충북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범법자의 동상이 청남대에 세워져 있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으며 철거해야 마땅하다""동상철거를 바라는 국민의 힘을 모아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 충북도는 동상 철거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각계 여론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상 철거 문제는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 40주년 행사위원회의 요구로 처음 공론화됐다.

당시 충북도는 이 요구에 화답해 곧바로 철거 방침을 내놨다. 도정정책자문회의를 통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공론화 과정 등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동상을 철거하려니 법적 근거가 없었다.

난감해진 도는 충북도의회에 도움을 청했고, 이상식 도의원은 지난 6월 금고 이상의 형이 받은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나 기록화 등 기념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는 다시 보수단체 반발에 부딪혔고, 조례안 심사를 맡은 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7·9·103차례나 결정을 보류해오다가 결국 내분 속에 조례안이 최종 폐기되는 과정을 거쳤다.

충북도의 졸속행정이 국민 갈등과 대립만 키운 꼴이 됐다.

게다가 '철거'를 추진하던 충북도는 6개월만에 슬그머니 '존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행정 신뢰도마저 땅에 떨어졌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도가 철거 발표에 앞서 여론수렴만 제대로 거쳤어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동상이 있는 청남대는 전두환 집권기인 1983년 건설돼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관리권을 넘겨받은 충북도는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이명박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