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등 준수 연속 과락인데도 17가지 조건 걸어 3년 연장해 줘

자본금 불법충당 업무정지이어 솜방망이 결정 방통위 무용론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엠비엔과 제이티비시 재승인을 심의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등 17가지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허용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자본금 불법 충당 등 명백한 위법 행위에도 승인 취소 대신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을 내린 데 이어 무자격 불법 방송에 또 재승인을 내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JTBC><MBN>에 대해 재승인 여부를 심의한 뒤 의결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재승인 심사에서 엠비엔은 심사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640.50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했다. 제이티비시는 714.89점이었다. 엠비엔은 개별 심사 사항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 여부’(100)에서 201737.06점에 이어 이번에도 45.04점을 받아 연속 과락했다. 재승인 평가점수는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 기술, 시청자 등 5개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등을 중점 심사한 결과다.

방통위는 이날 엠비엔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엠비엔의 승인 유효기간은 12월부터 20231130일까지 3년이며, 제이티비시는 2025년까지 5년이다. 방통위는 엠비엔의 승인 기간을 짧게 한 것뿐 아니라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했다. 지난 4<티브이조선>(11가지 조건, 8가지 권고사항)<채널에이>(13가지 조건, 4가지 권고사항)보다 조건이 더 많다. 이들 종편에 부과했던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유지등과 함께, 지난 10월 말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과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 방안을 종사자 대표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여 마련하도록 하는 조건 등을 추가했다. 또 공모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되 종사자 대표를 심사위원회에 포함하고, 사외이사 선임 때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라는 조건도 들어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엠비엔 조건부 재승인은 추가 개선계획으로 이행 의지를 밝힌 것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불법 방송을 한 엠비엔은 승인을 취소해야 했다.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 결과에 방통위 무용론이 떠오른 가운데 기준점수 이하로 나온 방송을 재승인 허용한 것은 방통위가 법에 보장된 역할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 횟수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기준점수가 미달인데도 언제까지 조건부 승인을 해야 하느냐. 심사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다른 분야와 달리 공익적 책무가 강조되는 방송은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되풀이되다 보니 방송사들도 위험성을 절감하지 않은 채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법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재승인 횟수를 제한하는 등 좀 더 강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사설] MBN 면죄부’, 이러려면 종편 심사뭐하러 하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27일 재승인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사업을 최대주주의 인사 관여 불허등 조건을 붙여 재승인했다. 출범 때 자본금을 불법으로 조달해 지난달 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엠비엔은 이로써 방송사업을 접을 위기를 연이어 벗어나게 됐다. 이번 심사에 앞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경영상태도 부실한 엠비엔의 재승인을 거부하거나, 대주주를 교체하는 매각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에도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3년의 시간을 더 줬다.

방통위의 봐주기 심사는 이제 관행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엠비엔뿐 아니라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등도 재승인 심사 때 여러 차례 기준에 미달했지만 조건부로 면죄부를 받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종편들은 편법으로 심사 기간을 넘기려 할 뿐 보도의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 엠비엔은 3년 전에도 방송전문가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해 방송의 공적 책무를 높이라는 등의 조건 아래 재승인을 받았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난달 다시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4연간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등을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은 <티브이조선>도 이미 올해 6건의 법정제재를 받아 다시 재승인 취소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종편들은 시정명령을 받으면 행정소송 제기로 시간을 벌어 재승인 심사 때 해당 항목이 제재 건수에서 빠지게 하는 편법도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무더기로 승인받은 종편은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송시장을 황폐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방송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는 종편들의 반발을 의식해 좌고우면하다 종편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가 재승인 여부 외에도 좀 더 세밀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조건부 승인 횟수 제한, 대주주 교체 명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등과 함께 주요 방송시간대 광고를 제한하고 이 시간을 독립 피디 등 제3자에게 배당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방통위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재승인 제도를 정비하고 엄정한 집행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송통과위원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