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 올해 말 첫 우주관광

● WORLD 2021. 2. 3. 13:17 Posted by SisaHan

4인 여행팀 `인스피레이션4' 저궤도 관광 예정
미 억만장자 기업가 기획...이달말 탑승객 선정
“누구나 우주로 갈 수 있는 길로 가는 이정표”

 

스페이스엑스의 크루드래건을 이용한 우주관광 상상도.

지난해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탄생시킨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여세를 몰아 올해 안에 최초의 민간 단체 우주여행에 나선다.

스페이스엑스는 1일(현지시각)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세계 최초로 민간인만으로 구성된 저궤도 비행팀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발사대에서 팰컨9 로켓에 실어 이륙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39A 발사대는 1969년 아폴로 달 착륙선을 발사했던 곳이다.

이 우주여행은 사전에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국제우주정거장 방문과는 달리, 우주선을 타고 저궤도에서 지구를 돌다 돌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관광객 수요와 스페이스엑스의 발사 일정에 따라 앞으로 횟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여행은 누구나 우주로 갈 수 있는 길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이용하게 되는 이번 우주여행 프로젝트의 이름은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로 명명됐으며, 여행팀은 4명으로 구성된다. 전자결제 플랫폼인 시프트포페이먼츠(Shift4 Payments)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재레드 아이삭맨(Jared Isaacman)이 기획한 이번 여행은 그가 직접 참가해 여행팀을 지휘한다.

올해 37살인 그는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로, 2004년 첫 비행 훈련을 받은 뒤 2009년 개인 제트기로 최단시간 세계일주비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그의 비행 시간은 종전 기록을 20시간 단축한 62시간이었다. 고교 중퇴 후 사업을 시작해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는 그는 이번 우주여행에 자신과 함께 탈 세 사람을 직접 선정하고 이들의 탑승 비용도 부담한다.

이번 우주관광을 기획한 재레드 아이삭맨.


90분마다 지구 한 바퀴..."여행기간 2~4일"

이번 여행은 소아암전문병원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의 기부 촉진 캠페인을 겸하는 행사로, 이달 중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우주여행객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다른 한 좌석은 이 병원 직원 대표에게 배정할 예정이며, 마지막 한 좌석은 시프트포페이먼츠를 이용하는 사업가 중에서 고를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는 보도자료에서 "아이삭맨은 리더십, 희망, 관용, 번영이라는 이번 우주여행의 네가지 축을 대표할 만한 사람을 고를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삭맨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여행은 평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며 이 역사적 순간을 통해 인류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지구상의 소아암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관광팀은 고도 수백킬로미터의 지구 저궤도에서 정해진 비행 경로를 따라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돌며 무중력 체험을 하면서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수일간에 걸친 우주여행의 모든 과정은 스페이스엑스 관제팀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 우주여행이 끝나면 우주선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플로리다 앞바다에 해상착륙한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 기간은 2~4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긴 여행을 바란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고 말했다.

인스피레이션4로 선정된 사람들은 스페이스엑스에서 팰컨9 로켓과 드래건 우주선, 궤도 역학, 미세중력, 무중력과 스트레스 테스트 등 우주비행에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시뮬레이션 훈련과 함께 비상시 대비 훈련, 우주복 및 우주선 진입 및 탈출 훈련도 밟아야 한다.

우주관광팀이 타게 될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 인스피레이션4 제공


내년 두차례 저궤도여행 추진...다음 목적지는 달 궤도

민간 우주여행은 스페이스엑스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회수-재사용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은 것도 우주여행 비용을 낮춰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이른 감은 있지만 2018년에는 일본 억만장자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와 우주여행 계약을 맺고 2023년에 그와 6~8명의 예술가를 달 궤도로 데려간다는 디어문(Dear Moon)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우주여행은 현재 개발중인 스타십이 완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스페이스엑스는 달 궤도 여행에 앞서 지난해 정식으로 우주선 승인을 받은 크루드래건을 이용한 우주여행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행 말고도 2022년엔 액시엄 스페이스와 10일짜리 우주정거장 관광을 시도하기로 이미 계약을 맺었으며, 과거 우주정거장 관광사업 경험이 있는 스페이스 어드밴체스와는 5일간의 저궤도 비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