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방문조사 전문가팀 피터 벤 엠바렉 단장 밝혀
“당시 확진자 1천명 가능성 … 광범위한 확산 정황”
전문가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전적 다양성 생긴 것”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 단장이 9일 저녁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코로나19가 훨씬 광범위하게 확산됐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최근 현지 방문조사를 마치고 복귀한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 단장의 말을 따 "2019년 12월 우한에선 코로나19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번진 상태였으며, 이미 10여종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엠바렉 단장은 <시엔엔>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 쪽이 2019년 12월 우한과 그 일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74명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다”며 “이 가운데 100명은 진단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74명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임상진단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정도 규모의 초기 확진자로 미뤄, 2019년 12월 우한에는 이미 1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점은 새로운 발견”이라고 덧붙였다.

또 엠바렉 단장은 “전문가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과 관련 자료도 분석했는데, 2019년 12월에만 염기서열이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13종이 발견됐다”며 “일부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첫 발생지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 등 시장에서 발견됐지만, 일부는 시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바이러스 전문가의 말을 따 “2019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이 발견된 것은 그 이전 시점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앞서 엠바렉 단장은 지난 9일 우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로 새로운 정보를 얻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일축하는 한편, 그간 중국 쪽이 강조해온 ‘수입 냉동식품 유래설’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둬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는 세계보건기구가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전문가팀의 조사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중국, WHO 조사팀에 초기 코로나 사례 로데이터 제공 거부“ 

     WSJ "조사팀, 코로나19 기원 파악 도움줄 데이터 접근 못 해"

     조사팀 "WHO, 혈액은행 샘플 접근 위해 중국에서 논의 중"

 

중국 우한 WHO 조사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찾으려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에 초기 발병 사례들에 대한 미가공 원자료(로데이터)와 맞춤형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해당 자료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언제 어떻게 최초로 퍼지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단계였던 2019년 12월 우한(武漢)에서 확인된 174건의 확진 사례에 관한 세부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WHO 전문가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대신 중국 정부 관리와 과학자들은 해당 사례들에 대한 자체 분석과 광범위한 요약본만 제공했다고 WHO 조사관들은 전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과거 시점의 사례를 살펴보는 역학조사의 한 방법인 후향성연구(retrospective study)를 위한 로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얼마나 일찍,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자체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러한 데이터 제공을 꺼린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를 키운다고 WSJ이 평가했다.

WHO는 회원국들에 자료 제공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 당국의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팀 일원인 테아 피셔는 우한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데이터에 모순은 없었지만, 로데이터가 없어 심층 분석을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중국 측과 "때때로 감정이 격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WSJ은 지난 10일에도 WHO 조사팀을 인용해 공식 최초 발병으로부터 두 달 전인 2019년 10월 후베이성 일대에서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92명이 입원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WHO 조사팀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2019년 가을 후베이성에서 수집된 혈액 샘플을 대상으로 더 광범위한 혈청 테스트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은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WHO가 우한에서 첫 사례가 보고되기 전에 소규모 발병이 있었는지 찾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마리온 코프만스는 12일 WHO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질병 통계를 검토한 결과, 2019년 말 첫 사례가 보고되기 전에 92명의 환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이들의 혈액 검사에서 어떠한 항체도 관찰되지 않았지만, 이는 그간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2019년 중국 혈액은행에 보관된 샘플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것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국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미, ‘WHO 우한 현지조사’ 성과없자 “검증 직접 나서겠다”

중 우한 현지조사 WHO 전문가팀 코로나19 기원 끝내 못밝혀
미, “보고서·자료 참고, 자체 검증 나설 것” 별러… 투명성 지적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파견됐던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별다른 성과없이 조사를 마무리하자, 조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이 자체 검증을 벼르고 나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상황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과 접근권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왔다”며 “미국은 이번 조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단의 보고서와 근거 자료를 넘겨 받아 직접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 ‘중국 편향성’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통보했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이를 취소했다. 때문에 이번 전문가팀 구성과 조사활동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전문가팀이 중국으로부터 조사와 관련해 충분한 협조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보고서와 근거 자료를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이 필요한 만큼의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우한 이외 지역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중국 쪽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코로나19가 우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원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의 이번 조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팀의 조사 보고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에 우리가 확보한 정보를 취합·분석해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 단장은 9일 저녁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중간 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조사로 새로운 정보를 얻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한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간 중국 쪽이 강조해 온 ‘수입 냉동식품 유래설’에 대해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냉동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WHO, "우한서 코로나19 기원 못 찾아"…실험실 유출 배제

냉동식품 운송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제기

중국 전문가 "우한 아닌 다른 지역서 먼저 퍼졌을 수도"

 

WHO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이 9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초 발병지인 중국 우한(武漢)을 찾아 조사를 벌였지만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는 데 실패했다.

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을 이끄는 식품안전과 동물질병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은 9일 우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바꾸진 못했다고 말했다.

애초 WHO는 우한 현지 조사에서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팀 일원인 도미닉 드와이어는 코로나19의 기원을 완전히 파악하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엠바렉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사고로 유출됐을 것이라는 가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아 관련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한 결과 이곳에서는 무엇도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연구소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중국은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해왔다.

엠바렉은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중간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 전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는 콜드체인(냉동식품 운송)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냉동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에 전파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WHO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오른쪽)이 9일 기자회견 후 중국 측 전문가 량완녠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엠바렉은 초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한 화난수산물시장 밖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많았다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이 시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재료로 팔린 냉동 야생동물에도 주목하면서 일부 종은 바이러스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숙주 동물에서 화난수산물시장까지 바이러스의 경로는 매우 길고 복잡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애초에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 퍼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엠바렉은 환자들의 혈액 샘플을 조사한 결과 환자가 처음 보고된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이나 다른 곳에서 대규모 감염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 정부와 WHO가 몇달간 협상을 벌인 끝에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압력 속에 WHO 전문가 조사를 받아들였지만 바이러스가 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기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WHO 전문가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기 위해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확인된 우한을 방문해 조사를 벌여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14일 우한에 도착해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화난수산물시장과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중국 측 패널 대표 량완녠 칭화대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견되기 전에 다른 지역에서 먼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당한 규모로 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서 비롯됐는지 아직 밝히지 못했으며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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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화난수산물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우한(武漢) 수산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 구체적 조사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창궐에 대한 야생동물 거래시장의 역할과 관련한 중요한 증거가 수집됐다는 게 조사단의 입장이다.

WHO 팀의 일원인 페터 다스작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화상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원과 인수 교차 감염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진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스작은 이번 조사 중 우한시 중심에 위치한 화난(華南) 수산시장에 대한 조사가 가장 유의미했다고 강조했다.

이 수산시장은 2019년 12월 코로나19 최초 집단 발병이 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분이 많은 수산물시장에서는 해산물과 야생동물을 포함한 육류가 팔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상인과 손님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음을 고려할 때 이곳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곳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스작은 "코로나19 발병 직후 수산시장이 문을 닫고 청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물품이 남아 있었다"며 "사람들이 서둘러 떠나면서 장비와 도구를 남겼고 우리는 그것들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방문한 WHO 관계자들

그는 WHO 조사팀이 수산시장 내에서 환경 샘플 채취 작업을 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된 장소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팀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얻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조사 결과는 아직 기밀이지만, 오는 10일 조사팀이 중국을 떠나기 전 주요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터 벤 엠바렉이 이끄는 WHO팀은 중국 입국 후 격리가 끝난 지 첫날이던 지난달 29일부터 우한 수산물시장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엠바렉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생과 관련된 장소를 확인하고, 최초 집단 감염 발생을 재구성할 것"이라며 "이곳에서 거래된 동물과 제품 기록을 찾고, 당시 시장에서 일했던 상인과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WHO 팀의 의견과 다르게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코로나19가 발원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우쭌유(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전문가는 "2019년 12월 31일 우한은 코로나19 1차 감염자 41명을 보고했고, 이 가운데 27명만 화난 수산물시장과 연관이 있었다"면서 "나머지 감염자들은 시장과 관련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푸단대 상하이 공공위생센터의 루훙저우(盧洪洲) 교수는 "화난 수산물시장은 코로나19의 근원이라기보다는 '슈퍼 전파 장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