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대재난 선포…한파 텍사스 1800만원 전기요금 ‘폭탄’
이재민 임시거처·저금리 대출·집수리비 등 지원
회복 중이지만 6만명 정전·1400만명 수도 중단
20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한파로 인한 정전 때문에 주민이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 포트워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이례적 한파로 대규모 정전 등 피해를 본 텍사스주에 중대재난 선포를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를 본 남부 주들에 비상사태를 승인했으나, 이 중에 상황이 가장 안 좋은 텍사스는 중대재난 선포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의 지원이 더 늘어난다. 텍사스의 254개 카운티 가운데 댈러스 등 77개 카운티에 연방 자금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거처 마련과 주택 수리 비용, 저금리 대출 등이 포함된다.
미국 남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데다 미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인 텍사스는 지난주 눈보라와 함께 30년 만의 한파가 덮쳐 대규모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발전소가 재가동되고 기온도 올라가고 있으나 회복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하다. 전기 공급을 못 받은 주민이 한때 400만명에 이르렀다가 이후 복구됐으나 이날 현재 약 6만명 이상은 아직 정전 상태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전했다. 텍사스 인구의 절반 이상인 1440만명 이상이 이날 오후까지도 수도 공급 중단을 겪었다. 이번 한파로 텍사스에서만 20명 이상을 포함해 미 전역에서 6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초유의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탓에 주민들은 터무니없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또 충격을 받고 있다. 텍사스 알링턴에 사는 타이 윌리엄스는 이번 달 1만7000달러(1881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가 평소 집과 사무실 등을 합쳐 매달 내온 전기요금은 660달러(73만원)였다. 댈러스 주민 디안드레 업쇼도 7000달러(774만원)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성명을 내어 “한파로 전기나 난방 없이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너지 비용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주 당국, 의회와 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 텍사스 ‘한파 정전’, 풍력 아닌 가스발전 중단 때문이었다
가스발전 부족량, 타 전원 전체 부족량보다 커
극한 기상 전력대비책 부재가 주된 원인
전문가 “‘재생에너지 탓’ 지적은 잘못”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한 트위터 이용자(@ECOWARRIORSS)가 과학자들이 수년 전부터 북극발 한파에 대한 대비를 요구해왔음에도 당국이 무시했다고 지적하는 트윗을 올렸다.
지난주 한파로 꽁꽁 얼어버린 미국 텍사스에서 가장 타격이 컸던 전력원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가스발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15일 북극발 한파가 텍사스를 강타해 470만 가구와 사무실에 전기와 난방이 끊기고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텍사스주 발전소들이 눈 폭풍을 동반한 혹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겨울철 텍사스 전력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가스와 석탄화력발전에서 2만9천㎿가 정전되고, 풍력발전에선 1만6천㎿가 끊겼다. 4기의 원전 가운데 1기도 멈췄다. 텍사스 전력원에서 2010년 전체의 40%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은 지난해 18%로 줄어든 반면, 풍력발전은 23%까지 상승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그렉 애포트 텍사스주 주지사 등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지만, 가장 타격이 심각했던 전원은 가스발전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니얼 코헌 휴스턴 라이스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전력원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가스발전의 공급 부족량이 다른 전력원들의 부족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전 기간에 가스발전은 전력망에 다섯 차례 공급을 중단했으며, 가스발전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가스수송 관로가 얼어버렸다. 일반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용 가스 수요가 치솟아 가스공급 부족을 부채질한 데다, 비싸진 가스 가격에 이윤을 내지 못하자 가스발전사들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텍사스 주요 도시의 연평균기온은 미국 동부 도시들의 여름 평균기온과 맞먹는 20도 안팎에 이른다. 2019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5도였다. 조수아 로드스 텍사스주립대 에너지공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동안은 발전소의 방한 대비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텍사스의 전력시스템에는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2014년 겨울 나이아가라폭포를 100여년 만에 얼린 한파가 닥쳤을 때 캐나다는 전력시스템 동결에 대한 보강에 나선 반면, 텍사스는 오히려 규제 완화에 나섰다. 또 텍사스에는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연결망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이번 혹한으로 발전소들이 전력망에서 이탈하자마자 텍사스 안 전력 수요는 겨울철 상한치를 넘어서 여름철 혹서기 때의 수요와 거의 맞먹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감독하는 텍사스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14일 최대 수요가 6만9천㎿에 이르러 비상계획의 최악 시나리오 범주를 넘어섰다”며 “전력시설의 장기적 피해를 막기 위해 즉시 강제정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대규모 정전을 일으킨 2011년의 얼음 폭풍과 같은 조건이라면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량이 주 전체에서 6만7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코헌 교수는 “주의 비상계획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혹한에 의한 대규모 정전의 규모, 특히 가스발전소의 정전 규모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어떤 시나리아도 동시에 3만㎿의 전력이 정전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은 지난해 코로나19에 온 정신이 쏠려 있는 사이 미국에서 스물두 차례의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해 1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났으며, 이 가운데 16건은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고 밝혔다.이근영 기자
미 강타한 겨울폭풍 북동부까지 엄습…남동부는 토네이도
워싱턴DC·버지니아 등 눈과 '얼음비'…플로리다·조지아는 돌풍 가능성
눈 속에 길을 걷는 미국 워싱턴DC 주민 [AFP=연합뉴스]
미국이 최악의 한파로 얼어붙은 가운데 남부를 중심으로 큰 피해를 몰고 온 겨울폭풍이 북동부와 대서양 중부 지역에도 엄습했다.
18일 CNN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주 등지에 폭설과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불러왔던 한파는 동쪽으로 이동,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주 등 북동부 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눈과 진눈깨비, 얼어붙은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은 0.5인치의 얼음이 쌓일 것으로 관측됐다. 뉴욕에는 6∼8인치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텍사스주에서 매사추세츠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겨울폭풍 경보나 주의보가 발령돼 1억명 이상이 영향권에 들어있다고 CNN은 전했다.
조지아주 남부와 플로리다주에는 이날 오후까지, 앨라배마주 남동부에는 오전까지 토네이도 주의보가 발령됐다.
조지아와 플로리다의 경우 탤러해시, 파나마시티, 올버니, 발도스타 등지의 주민 150만명 이상이 토네이도와 큰 우박, 시속 70마일의 돌풍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텍사스에서 동북부 지역까지 영향을 끼친 겨울 한파를 초래한 폭풍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CNN은 이번 맹추위에 대해 "전형적인 겨울 추위가 아니다"라며 "이미 겨울 폭풍의 영향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물과 전기 없이 며칠을 보냈으며 다음 주까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에선 평소 눈 구경을 하기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주 등 남부 지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30명 넘게 숨지고 수백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한파에 장난감까지 땔감…미 텍사스 전력·식수·식량 3중 위기
울타리 뜰어내고 벌목해 불 때…식자재 공급도 붕괴 현상
눈녹여 설거지 · 화장실 용변…분노한 민심 "위기대응 실패로 고통"
8개주 최소 38명 사망…난방 자구책에 일산화탄소 중독 경보 발령
텍사스 수도관 동파로 얼어붙은 차량, 아파트 복도 선풍기에 매달린 고드름 [트위터 게시물 캡처]
기록적인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텍사스주가 설상가상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혹한으로 발전시설 가동이 대거 중단되며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는 나흘 연속 정전 사태가 이어졌다.
정전 피해는 한때 450만 가구에 달했지만, 차츰 복구가 이뤄지면서 현재 55만 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완전 복구가 아닌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가시질 않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력 복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한파가 계속돼 앞으로 이틀 동안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은 냉기가 서린 집을 나와 승용차에 시동을 켜고 몸을 데운 뒤 잠을 청했고, 바비큐 그릴과 가스스토브, 심지어 촛불까지 동원해 난방을 시도했다.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 목각 장난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땔감이 부족해지자 나무를 직접 벌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텍사스주 중부 킬린에 거주하는 엔젤 가르시아는 "장난감 나무 블록을 벽난로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여기 많은 사람은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서 불을 피우고 있다"고 울먹였다.
KP 조지 포트벤트카운티 지역 판사는 "많은 사람이 차 안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엉망진창"이라고 호소했다.
바비큐 그릴에 불을 피워 피자를 데우는 텍사스 주민[로이터=연합뉴스]
텍사스주는 정전 사태도 모자라 식수, 식량난까지 가중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수도관 동파와 정수장 가동 중단,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천200만명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또 주민 700만명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을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이미 많은 주민이 화장실 용변기, 설거지 용도로 눈을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크레스트뷰에 거주하는 스미스 팬더는 "생수가 떨어지면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주전자와 냄비에 눈을 담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현재 도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 한방울이라도 쓸데없는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2∼3일간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텍사스주 휴스턴 식료품점의 텅 빈 진열대 [트위터 게시물 캡처]
식량난도 텍사스 주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곳곳에서 식자재가 상했고, 유제품 유통망도 끊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때와 버금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었다는 주민들 증언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텍사스주 농업담당 부서는 코로나19 위기 당시의 식자재 공급 붕괴를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클로디아 레머스는 많은 식료품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그나마 문을 연 가게에서도 음식을 사려면 30분 동안 줄을 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텍사스 주민들은 음식이 있더라도 데울 방법이 없어 과자와 육포,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때우는 지경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많은 주민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자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텍사스 주민 필립 셀리는 "아내, 생후 11개월 아이와 함께 춥고 어두운 방에 앉아있지만, 이곳의 리더들은 답이 없다"며 "앉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임신 중인 아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목욕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정전사태 등을 두고 서로 싸울 게 아니라 자신을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했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사람들은 화가 났고, 혼란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미국을 꽁꽁 얼린 한파로 현재까지 8개 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 저체온증,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극단적 방법으로 난방을 하려다가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정전 사태에 촛불로 불을 밝히고 겨우 몸을 데우는 텍사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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