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시리아로 백신 전달 안해 … 푸틴에 감사”
군 라디오 “네타냐후, 외교 수단으로 백신 거래 고려 언급”

 

지난 1월 2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교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시리아로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민간인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SANA통신은 백신 대리구매 협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과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국민 석방을 도와달라고 직접 2차례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외국 언론의 보도 후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비공개 명령'(gag order)을 풀었지만, 러시아와 맺은 합의서에 백신 관련 이슈는 비밀로 하자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바샤르 정권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위기가 결과적으로 두 적성국의 인도적 외교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접종하는 곳이며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백신 접종은커녕 방역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NYT는 그러나 양국의 이번 협상 소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 2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 수교를 맺는 수단으로 백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수단, 모로코 등과도 관계를 정상화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체 접종을 위해 필요 이상의 백신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 이후 잉여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일상 복귀' 본격화 이스라엘이 알려준 백신의 효능과 한계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신청 사이트에 게시된 일상 복귀 일러스트. [이스라엘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본격적인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했던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의 문을 다시 열었고 백신 접종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문화·스포츠 행사 등 참석도 허용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명대에 달하는 상황 속에 단행된 이번 조치는 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상당부분 의존한 조처다.

그러나 절대적인 백신 접종자 수가 집단면역 수준에 못미치는데다, 백신의 효능에 한계가 있고, 접종을 강력하게 거부하거나 청소년과 아동 등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이 있어 집단면역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았다.

 백신 접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전체 인구의 30%가 접종 마친 백신 효능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은 91.8%였다.

이는 2회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접종자 통계를 통해 확인했다.

발열과 호흡기 이상 등 유증상 억제율은 96.9%,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5.6%,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6.4%, 사망 억제율은 94.5%였다.

2차 접종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효능이 더욱 좋았다.

감염 예방 효능은 95.8%, 유증상 억제율은 98%,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9%,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9.2%, 사망 억제율은 98.9%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21일 오전까지 1차 접종자는 456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46%,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288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30.9%에 달한다.

강력한 봉쇄 조치와 함께 빠른 접종이 진행되면서 한때 1만 명을 넘어섰던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천 명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인구 상당수에 대한 효율적 백신 접종의 모델로 여긴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작은 나라지만 대국민 접종을 위한 조직적 능력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앞서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의 효능과 관련된 눈에 띄는 감염 사례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백신이 접종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중요한 암시"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백신 접종자에게 공짜 술 제공 이벤트 [로이터=연합뉴스]

 

◇ '그린 패스' 유효기간 접종·회복자는 6개월…음성 판정자는 72시간

이스라엘은 21일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했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6주간 이어온 코로나19 봉쇄를 지난 7일에 일부 완화한 데 이은 조치다.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에서는 누구나 일반 상점, 재래시장,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졌고, 박물관과 도서관에도 입장할 수 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난 사람과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자, 코로나19 음성 판정자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

이들은 '접종 증명서', '회복 증명서', 또는 '그린 패스'(green pass) 등 3종의 증명서 중 하나를 받아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 투숙도 가능하다. 또 실내 또는 야외에서 열리는 문화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그린 패스' 견본 [이스라엘 보건부 제공=연합뉴스]

 

백신 접종자와 감염 후 회복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패스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지만,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72시간 동안만 유효한 증명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미성년자의 경우도 부모의 '그린 패스'를 통해 인증이 가능하다.

그린 패스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사이트는 20일 저녁부터 방문자가 급증해 한동안 먹통이 됐다.

또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SNS상에 그린 패스 위조와 매매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위조한 그린 패스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4천 셰켈(약 17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집단면역' 달성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하고 시민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앞서 의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70%가 접종해야 한다"며 "그린 패스는 백신 접종자와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70%는 650만 명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2회 접종자는 288만 명이고 1차 접종자 기준으로도 456만 명에 불과하다. 완치자 수는 69만4천 명이다.

백신의 예방 효능과 접종을 거부하는 계층, 아직 접종이 불가능한 연령대의 존재는 집단 면역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힌 화이자 백신의 최대 예방 효능은 95.8%(2차 접종 후 2주일 경과 기준)다.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되는 사례가 적잖이 나온다는 뜻이다.

더욱이 화이자 백신이 영국 또는 남아프리카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등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거나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집단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임상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전면적인 접종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전체 감염자 가운데 접종대상이 아닌 아동과 청소년 비중이 최근 급증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감염자중 상당수게게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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