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장관 “촛불 주권자 개혁완수 여망 주저말아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다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처리 시기를 두고 여권 내 속도조절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무엇을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추 전 장관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며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우리나라도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조만간’이 어언 67년이 지나버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버린다”며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은 검찰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무엇을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함으로써 검사실에 배치된 수사관을 빼게 되면 수사·기소 분리가 당장 어렵지 않게 될 것”이라며 “2022년부터 어차피 검사작성의 조서능력이 경찰조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검사가 직접 수사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에 맞추어 수사청을 분리 설치하는 법 통과가 지금 요구된다”고 적었다. 이어 “쉽게 바꾸지 못한 것은 시간이 오래 지나 익숙하기 때문일 뿐이다. 절대 옳거나 바람직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촛불 주권자의 개혁완수를 받드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당에 요청했다. 현재 민주당에는 검찰개혁특위 위원들 중심으로 검찰에 남긴 6대 범죄의 직접수사권까지 완전히 회수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자는 의견과, 지난달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안착시키기 위해 검찰개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있다. 김원철 기자


민주, 박범계 ‘수사청’ 놓고 비공개 당정회의…강온조절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가 추진해온 수사청 신설이 착수 시기와 속도를 둘러싼 당·정 간 이견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들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3일 비공개 당정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추진해온 수사청 신설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민주당 내 기류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온건론과, 당장 수사청 신설에 착수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회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으로 나뉘어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이날 오전 박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를 열어 수사청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조기 안착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나는 아직 민주당 국회의원이니 수사-기소 분리(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원칙에 대해선 당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복수의 참석자들 전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날 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며 언급한 ‘검찰개혁 속도조절’ 문제도 논의됐다고 한다. 앞서 박 장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 1월부터 시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청 설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수사청 신설로 검찰개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원도 있었고, (수사청 설치 등이) 당장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에선 시행 초기 단계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고, 수사-기소 분리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협의가 안 됐으니 지금 당장 수사청 신설에 착수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논지를 폈다는 것이다. 특위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더 해서 이견을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수사청 문제는 추가 당정협의를 통해 시기나 속도 등이 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내 의원들 일부는 여전히 수사청 신설에 조기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애초 3월에 수사청 설치 법안을 발의해 6월까지 국회에서 처리하고 1년 뒤 시행한다는 이른바 ‘3-6-12 플랜’까지 짜놓은 상태였다.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15명은 이날 여의도에서 ‘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어 수사권 조정 뒤에도 검찰에 남아 있는 6개 분야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권력으로 갖고 있는 한 검찰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고, 그런 검찰개혁은 허울에 불과하다. 지금 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의 ‘수사-기소 완전분리 티에프’ 팀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속도조절론에 대해선)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며 “‘검찰개혁 시즌 2’는 당이 주도하는 사안이다. 내용적 합의는 거의 된 상태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발표하는 단계만 남았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안착’이 대통령의 의중임이 확인된 만큼 수사청 신설은 추후 과제로 남겨둬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에 좀 더 힘이 실릴 여지가 생겼다. 강·온 대립이라는 게 수사-기소 분리라는 목표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라, 추진 시기와 속도와 관련한 견해 차이인 만큼 추가 협의를 거쳐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