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회복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죄지어도 가처분 방어선례 될라
방통위 위법이 원인주장 인정 안해시간 벌어주기언론단체 등 비판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6개월 업무정지 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MBN은 출범 당시 불법행위를 저질러 오는 5월부터 6개월 동안 방송을 전면 중단하라는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시간을 벌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24일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6개월 업무정지 등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방통위의 업무정지 처분 효력은 1심 판결 뒤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미뤄진다. 재판부는 “심문 결과 및 MBN 제출 자료에 의하면, 업무정지 처분으로 MBN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MBN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3일 열린 심문에서 MBN 쪽 대리인은 “협찬, 인터넷티브이(IPTV), 오티티(OTT) 등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출을 내야 하는데, 업무정지를 하면 120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방송이 중단될 경우 채널번호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쪽 대리인은 “MBN이 주장하는 금전적 손해는 과장된 것이며, 설사 손해를 입는다고 해도 그 손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MBN의 위법행위 때문”이라며 “방통위는 (처분을) 미리 준비하라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원칙대로 처분 효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MBN은 2011년 종편 승인 대상 법인으로 선정될 당시 납입 자본금(3950억원) 가운데 일부(560억원)를 임직원을 동원해 차명 투자하고, 이를 숨기고자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방통위로부터 방송·광고영업 등을 6개월간 전면 중단하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시민단체는 “승인 취소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처분 결과를 비판하며, 감사원에 방통위에 대한 국민감사까지 청구한 상태다.

언론시민단체는 이번 법원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앞으로 언론이 무슨 죄를 지어도 ‘가처분 소송으로 일차적 방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까 우려된다”며 “본안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문제는 롯데홈쇼핑 사례처럼 MBN 역시 본안 소송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6개월 프라임시간대 방송중단’ 처분을 받았지만, 2016년부터 정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무효 소송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6년째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법원 결정이 방통위 처분의 부당성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 결정으로 행정처분에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도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종편 자본금 사태로 촉발된 MBN의 위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겨우 한숨 돌릴 시간을 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류호길 대표는 즉각 사임하고 MBN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대표는 자본금 불법 충당의 책임자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방통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업무정지 행정처분 효력 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여 항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업무정지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