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기 태우고 짐은 가득… 러, 두만강 철교 건너는 모습 공개

러 외무부 "귀국길 길고 어려워"…북한, 작년 2월부터 국경 봉쇄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봉쇄된 탓에 귀국길에 직접 수레를 밀며 국경을 건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이날 두만강 철교로 양국 간 국경을 넘으면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짐을 실은 철로 궤도 수레를 직접 밀었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은 평양에서 34시간가량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함경북도 나선시까지 온 뒤 여기서 짐과 아이들을 태운 궤도 수레를 1㎞ 이상 밀며 국경을 건넜다.

25일 북한에서 귀국하고자 직접 철길 궤도 수레를 밀고 있는 러시아 외교관 일가. [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갈무리=연합뉴스]

수레에 탄 3명의 아이 중에는 세 살배기도 있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8명 가운데 유일한 남성인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3등 서기관이 주로 수레를 끌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주북 대사관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과 자체 페이스북 계정 등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국경이 닫혀있고, 여객 운송이 중지돼 귀국하는 길이 길고 어려웠다"고 밝혔다.

외무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외교관 일행이 두만강 철교를 통해 국경을 넘은 뒤 환호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외교관 일행은 러시아 연해주(州) 하산역에서 다른 외교부 동료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비행편을 이용해 다음 날인 26일 오전 모스크바로 향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태다.

지난해 2월 초부터 외부 세계와의 연결 통로였던 중국, 러시아와의 항공·철도 교통을 전면 중단하고, 외국인의 북한 출·입국도 완전히 차단했다.

다만 외교관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출국을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강화하면서 다수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이 북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해 7월 열차를 통해 러시아인 27명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해 3월 9일에는 북한 고려항공 소속의 특별항공편은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 등을 실어나른 바 있다.

북한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북한이 지난해부터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양성은 없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초 방역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했다.

한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자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귀국한 러시아 외교관 일행이 근무 기한이 끝나면서 돌아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외교관의 고생스러운 귀국 일정에 대해 언급하며 "유감스럽게도 이는 북한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취한 엄격한 봉쇄 조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로 돌아오기 위해 중국을 경유하는 다른 경로가 있긴 하지만 그 경우 중국에서 3주간 격리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자하로바는 북한이 러시아 측의 요청에도 이미 여러 차례 이처럼 예외적인 방식으로만 출국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 외교관뿐 아니라 북한 주재 외국 외교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질병으로 귀국하려는 외교관에게도 특별한 예외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