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효과 있다” 잇단 발표, ‘65살 미만’서 입장 바꿔
영국 “80살 이상 입원 80% 줄이고 70살 이상은 화이자보다 효과 높아”

 

국외에서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리 정부가 “관련 자료가 충분히 쌓인다면 언제든지 접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 고령층에 대한 접종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특정 시기를 한정하지 않고, 충분한 자료가 쌓였다고 하면 언제든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 3월 말 나올 예정인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살 이상 고령층 접종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앞서 스코틀랜드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중증 예방 효과가 입증된 데 이어, 영국에서도 그동안의 접종 분석 자료가 나왔다. 1일(현지시각) 영국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은 1월부터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1회차 백신을 맞은 80살 이상이 접종 3∼4주 뒤 입원율이 80% 떨어지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70살 이상의 1회차 접종 4주 뒤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60∼73%)가 화이자(57∼61%)보다 높았다.

65살 미만 접종을 권했던 프랑스와 독일은 입장을 바꿨다. 프랑스는 이날 65~74살 고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다만, 75살 이상에게는 예전처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예방접종위원회 토마스 메르텐스 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에 출연해 “곧 새로운 권고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일 0시까지 1442명이 추가로 백신을 맞아 누적 인원은 모두 2만3086명이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만2191명, 화이자 백신은 895명이 맞았다. 예방접종 뒤 이상반응 의심 신고 사례는 전날 4건 늘어 누적 156건이 됐다. 모두 두통·발열·오심·구토 등의 경증 사례였으며, “입원이 신고돼 중증 이상반응인지 확인해본 사례 2건은 첫날 고열이 좀 있었다가 하루 만에 소실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정 반장은 밝혔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의 경우 접종 초기 강력한 봉쇄정책을 병행했을 당시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0.8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2월28일에 다시 0.99로 증가했다”며 “백신 접종과 별개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달 8∼17일 18살 이상 전국 성인 10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54.4%로 나타났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응답은 12.5%, ‘둘 다 맞다’는 26.7%였다. ‘모두의 책임’과 ‘개인의 선택’이 모두 49%로 나온 미국 비영리단체 케이에프에프(KFF)의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와 다른 양상이다. 최하얀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