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부인 마클의 ‘왕실 인종차별’ 폭로 관련
미 경찰에 목 눌려 숨진 흑인 플로이드 사건 빗대
2015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로 테러 당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해리 왕자의 부인 메간 마클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만평을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프랑스의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을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풍자하는 만평으로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발간된 <샤를리 에브도> 최근호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간 마클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모습의 만평(사진)을 게재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메간을 둘러싼 영국 왕실의 스캔들을 풍자한 것이다.

이번 만평의 제목은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결정을 뜻하는 ‘왜 메간이 그만뒀는가?’였다. 여왕에 의해 목이 짓눌린 메간은 ‘말풍선’에서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메간은 지난 7일 미국 <CBS>에서 방영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과의 갈등을 폭로했다. 그 중에서 특히 왕실에서 (태어날) 아기의 피부색에 대해 왕실 구성원으로부터 우려스런 말을 듣는 등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이 큰 충격을 안겼다.

영국에서는 <샤를로 에브도> 만평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왔다. 영국 인종평등 연구소인 ‘러니미드 트러스트’의 최고책임자인 핼리마 베굼은 트위터에서 “만평은 모든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메간의 목을 압박하는 조지 플로이드의 살인자로서 여왕?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메간?”이라고 물으며 “이는 인종주의 (비판의) 경계를 확장해, 인종주의를 조소하거나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만평은 특히 여왕을 경멸적인 정도로 하얗게 그리고, 붉은 눈, 다리의 털까지 묘사해 영국 왕실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지난 2015년 1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게재했고, 이에 격분한 이슬람주의 과격분자들이 잡지사를 공격해 12명이 사망하는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