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출범 뒤 첫 북미접촉 시도 공식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또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표된 담화에서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15일(현지시각)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한 17일에 작성된 형식을 띄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발표됐고, 북쪽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북-미의 첫 접촉 시도가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미 모두 ‘침묵’을 뒤로 하고 초반 기세 잡기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쪽의 접촉 시도 방법과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오고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수준이든 북-미 당국자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제1부상은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눅거리수(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수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짐짓 어투는 강경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한국에서의 대북 발언 내용을 주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의 대미 담화는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난해 7월4일 담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제훈 기자

 

북, 블링컨 방한 전날 한-미 훈련 맹비난…남 때려 미에 경고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 담화 “3년 전 봄날 다시 오기 힘들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붉은선’(Red Line·한계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조선 당국”을 주된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말걸기’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8차 당대회 연설(1월5~7일)의 ‘대미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대상을 “미국의 새 행정부”로 특정한 북쪽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동맹 중시”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공언해온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가 어떻든,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은 대미 접근’ 시도는 오히려 북-미 관계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드리울 위험이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대남·대미 ‘경고’와 함께 내부 정치적 수요도 고려했음을 방증한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터라 ‘말’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후속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의 북쪽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쪽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김여정 담화’(6월4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6월12일)→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4대 군사조처 발표(6월17일)→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계획 보류”(6월24일)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항의군중집회”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9·19 군사합의’ 파기 땐 남북·북미관계 연쇄 파장 ‘먹구름’

이번에도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항의군중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환경의 악화와 ‘3중 악재’(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의 장기화 등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대남 적개심 고취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남정책의 내부정치화’인데, 남북관계에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남길 위험이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처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내용은, 대남 대화·교류협력 기구 폐지 엄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다. 9·19 군사합의 파기 조처가 실행된다면, 문재인-김정은 시기 남북관계의 지형을 뿌리부터 흔들며 한반도 정세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북쪽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도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6월4일 김여정 담화) 운운하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지피) 재건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로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으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멈췄다. 이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실행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면서도 ‘군사합의서 파기’는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단 뒤로 미뤄두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재개 등 다양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실질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탓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을 움직일 카드로 9·19 합의 파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쪽은 대남 공세가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미 정부는 조속히 포괄적 대북 협상 방안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통일부 “한-미 훈련 군사긴장 조성 계기 돼선 안돼”

서욱 국방장관 “방어적 · 연례적인 연습 비난 유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는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김 부부장 담화 관련 기자들 질문에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에서 시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에 대해 비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군사합의가)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할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수 이제훈 기자

 

<노동신문> <중통>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 비난…“‘붉은 선’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조평통 ·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폐지 검토 언급
미국엔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경고

 

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뒤편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8일 시작된 한미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우리 당중앙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의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것이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우리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대감과 불신으로부터 출발한 피해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16일은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인민 필독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으로도 공개됐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경고 발언’의 성격뿐만 아니라 내부 정치적 수요도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한 담화라는 방증이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담화라,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추가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며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대남 조처를 열거했다. 우선 “현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핵심 안전판이자 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인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거론하되 일단은 후순위로 밀어둔 셈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통일부에 조응하는 북한의 내각 기구인 조평통의 ‘폐지’를 거론한 것은 남북 당국 간 대화 창구를 없애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다만 조평통은 2019년 12월 위원장이던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공개 움직임도 없었다.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의 폐지도 검토한다는데, 그간 남북 교류협력에 깊이 관여해온 여러 기구들이 아닌 이미 여러 차례 자체 개발 방침을 강조해온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적시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며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명백히 천명된 바와 같이 대가는 노력한 것만큼, 지불한 것만큼 받게 돼있다”고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운운 등 짐짓 발언 수위가 매우 높고 강경하지만 한미훈련에 대한 대응 행동으로 ‘군사 행동’을 언급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린 점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번 한미군사연습을 국방부 등이 “연례적, 방어적”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지휘소훈련”이라 설명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자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 없는 궤변”이라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럭헤 변이되든 동족을 견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제훈 기자


국방부,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에 “북한도 유연해져야”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16일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을 예견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묻자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 대변인은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 대변인은 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한-미연합훈련,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의 입장”이라고 발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해 드릴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개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훈련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