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해위증 지목 재소자 무혐의 관련…법무부-검찰 갈등 재발여부 주목

“대검 부장회의서 기소 가능성 심의, 한동수 · 임은정 의견 청취”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심의하라는 다소 온건한 방식을 택했지만, 공소시효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건 처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 앞으로 보낸 수사지휘서에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연루된 재소자) 김아무개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 사건 수사팀의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감찰도 지시했다. 한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과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공정성’이다. 그는 수사지휘서에서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검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의적 사건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대행 권한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간이 걸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대검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부장검사 7명 모두가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 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불거졌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대검 감찰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임은정 연구관은 최근 인사발령으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뒤, 대검 지휘부에 재소자 두명을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한명숙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이 사건을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배당했고, 임 연구관이 사실상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건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배당 3일 만인 지난 5일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회의를 열 가능성이 크지만, 사건 처분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