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경기부양책 겹치면서 OECD 회원국 사상 최고 수준
뉴질랜드는 최대 23%까지 오르면서 “집 구하기가 악몽같다”
북미·유럽도 과열 조짐…일부 국가 대출 규제 나섰지만 역부족

 

전세계 부자나라들의 집값이 저금리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급증하면서 과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크라이스트처치/AP 연합뉴스

 

전세계 부자나라들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주택시장 과열을 막을 수단이 마땅하지 않아 각국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금리도 최저 수준으로 낮춘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집값이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연간 집값 상승률도 약 5%로 지난 20년 사이 최고치였다.

미국의 지난해말 기존 주택 판매 가격은 중간값 기준으로 한해전보다 13% 상승했고 거래량도 14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보다 경기 회복세가 약한 유럽의 집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네덜란드의 경우 공급 부족 여파로 집값이 2019년에 6.9% 올랐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높은 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덴마크의 경우는 대출 수수료를 뺀 순수 이자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지역에 따라 집값이 연 5~10%씩 상승하자, 중앙은행이 최근 과열을 경고했다. 카르스텐 빌토프트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런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달 집값이 연율로 환산하면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집값도 계속 오르지만, 시드니의 경우 주택 담보대출 신청이 줄지 않고 있다. 대출 알선 업체 쇼어파이낸셜의 크리스천 스티븐스 신용 자문역은 최근 대출 신청 처리 기간이 며칠에서 한달 이상까지 늘었다며 “대출 문의가 이렇게 쇄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2월 집값 상승률이 한해 전보다 23% 상승하자, 정부가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이 나라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의 지역에 사는 샘 힌들(29)은 입찰 방식의 주택 구매 경쟁에서 6번 떨어진 뒤 친구 집을 넘겨받았다며 “집 구하기가 악몽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마땅한 주택시장 과열 해소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 데는 금리 인상이 효과적이지만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않아 금리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 기준 강화가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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