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2차 암 발병 위험 2배

● 건강 Life 2012. 2. 26. 16:37 Posted by SisaHan

치료 5년 후 부터 주기검진‥ 체중·혈당 최적관리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암을 치료하고 있거나 치료 뒤에 생존하고 있는 사람은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08년 말 70만 명에서 3년 만에 100만 명으로 늘어 암 환자 및 생존자는 앞으로 빠르게 늘 전망이다. 하지만 암 환자 및 생존자들 건강을 위한 행동 요령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고 값도 비싼 방법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한겨레>는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암 환자 및 생존자가 암 재발과 2차 암 발병을 예방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2차 암 검진, 피로 및 통증 관리, 식이 및 운동 요령 등에 대해 시리즈 기획을 마련했다.
 
암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치료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많은 암 환자들이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을 앓지 않은 사람과 같은 수명을 누리거나 암을 앓은 뒤 건강관리를 잘해 더 오래 살기도 한다. 하지만 암에 걸렸다가 치료가 된 암 생존자들은 일반인에 견줘 다른 암에도 더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른바 ‘2차암 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보통 암 치료가 끝난 암 생존자들은 자신이 진단을 받았던 암에 대해서만 주기적으로 재발 여부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암 생존자들 4명 가운데 한명은 ‘한번 암에 걸렸으니 또 걸리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아예 암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직 암 생존자의 2차 암 예방이나 검진에 대해서 병원에서 체계적인 추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2차 암 검진 및 예방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개발과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암 생존자들은 일반인에 견줘 다른 부위에 암이 또 생기는 ‘2차 암’의 발생 위험도가 더 높거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암 환자 1만4181명을 2001년부터 7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면, 2차 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2.3배 높았다. 구체적으로 폐암은 2.1배, 대장암 4배, 간·담도·췌장암 1.9배, 비뇨생식기암은 2.6배 더 많이 생겼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에는 반대쪽 유방에 암이 발생하는 위험뿐만 아니라 대장암이나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생길 위험도 일반인에 견줘 높았다. 특히 유방암에 대한 호르몬 치료제를 먹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에도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전립샘암, 위암 등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자궁경부암도 방광암이나 폐암 등이 생길 위험이 일반인에 견줘 2~3배가량 높다. 
특히 65살 이상의 고령 암 환자나 암 진단 전에 담배를 피웠던 경우에는 2차 암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을 진단받기 전 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예전에 담배를 피우다 끊었던 암 환자보다 원래 암의 치료 뒤에 폐암이 생길 위험이 3.7배나 높았다. 이 때문에 암 생존자는 의료진과 2차 암 검진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표준 검진안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이 지났다면 일반인에게 추천되는 암 검진 권고안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비만 또는 과체중이 되지 않게 몸무게를 유지하고, 당뇨가 있다면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도 암 생존자의 2차 암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한 남성 암 환자는 2차 암으로 대장암 3.5배, 비뇨생식기암은 3.6배 많이 발생했다. 치료가 끝난 유방암 생존자에도 비만할수록 유방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암 치료 뒤 생존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비만한 유방암 환자는 2차 암으로 대장암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암협회의 전문가들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정상 범위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운동 등으로 신체 활동량을 늘리며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암의 재발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제시했다. 
당뇨병이 있는 암 환자 역시 혈당이 정상인 암 환자에 견줘 2차로 간·담도·췌장암이 3.3배, 폐암 등이 1.9배 더 많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암 환자들은 당뇨나 당뇨 전 단계인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지를 검사해 보고, 운동과 식사 조절 및 약물요법 등으로 적절한 혈당 관리를 해야 한다.

< 박상민 서울대병원 암 정보교육센터 교수 >



가족력 있을 땐 검진주기 당겨야
비만 경우 대장암·유방암 주의를

암 환자 및 생존자의 2차암 검진은 꼭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의학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확립된 안은 아직 구성중에 있다. 검사에 따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 전문의들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권고안을 제시한다. 이찬화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은 “암을 사망선고가 아니라 당뇨처럼 관리 가능한 만성병으로 인식해, 우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암 진단 뒤 2~3년까지는 치료에 집중하더라도 치료 뒤 3년이 지나면 원래 앓던 암 이외에 다른 암 검진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료 뒤 재발 없이 6년이 지나면 원래 암이 없었던 이들처럼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검진을 받도록 권고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암정보교육센터 교수는 “치료를 담당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각 환자의 암 발생 위험 요인에 맞는 추가적인 2차암 검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위암 환자라도 가족 중에 대장암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대장암 검진만큼은 꼭 필요하며, 검진 주기도 보통 일반인에게 권장되는 5~10년보다는 짧아야 한다. 간암 등 소화기계에 암이 생겼다면 췌장이나 담도, 위, 대장과 같은 소화기계에 2차암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에 유의하며, 이들 암에 대한 검진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비만한 경우 비만이 위험 인자인 대장암, 유방암 검진을 더 잘 챙겨야 한다. 담배를 피운 암 환자의 경우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지만, 마땅한 검진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다. 다만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 대안으로 거론되나, 방사선 노출량이 높아 아직까지는 논란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