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장관 "헌법가치 짓밟아 검찰개혁 허무의 강 될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일부러 검찰개혁을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언론사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공소장을 유출해 헌법 가치를 짓밟았다면, 언론의 화살받이가 돼 건너온 검찰개혁의 강이 허무의 강이 될 것"이라며 "법무부는 누가 특정 언론사에 공소장을 몰래 넘겨줬는지 신속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한 무신경함으로 저지르는 인격 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유출된 공소사실 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관여 정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지검장의 혐의 특정과 무관한 제3자들에 대해 공소장에 기재한 추측이나 주관적 사실"이라며 "제3자들은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가 보장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사실인 양 간주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의 빌미로 삼을 계략을 의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의사실 특정과 무관한 것을 공소장에 마구 기재하지 않도록 '공소장 일본주의'를 법에 명시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개인정보 등 보호 법익 침해 의혹 있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지적…"피고인도 공정 재판 받아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소장 유출로 피해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기소가 완료돼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또 수사기밀과 같은 보호 법익이 있는데 그걸 통칭해 침해된 게 아닌가 의혹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4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불법 유출된 의혹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했다.

 

박 장관의 지시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돼 불법 유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출된 공소장엔 이 지검장의 개인정보도 들어있지 않다.

 

이에 박 장관은 공소장 공개와 관련해 "제1회 공판 기일 전후, 또 당사자에게 공소장이 송달되기 전, 법무부에 정식으로 보고되기 전, 국회와 같은 헌법상의 기구에 알려지기 전후의 상관관계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진행 경과에 관해서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유출자 징계 여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법적 정의, 무엇을 노린 것인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마지막 '퍼즐'... 어떻게 풀리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2019년 3월22일 밤 10시49분. 법무부 출입국본부 내 ‘중점관리대상 알람’이 울렸다. ‘별장 성접대 사건’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비행기표를 발권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늦은 밤 출입국본부 사무실엔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전 별장 성접대 사건 진상조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김 전 차관이 국외로 출국한다면 여론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출입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아,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차 본부장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통화 중,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에게 연락하면 필요한 조처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국금지 서류는 수사기관 검사만 작성 권한이 있기 때문에 차 본부장은 이 검사에게 출금 관련 서류 작성을 요청했고, 곧바로 이 검사가 만든 서류를 전달받아 출금 조처가 이뤄졌다. 급히 작성된 ‘긴급출국금지신청서’에는 가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가 적히는 등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출금 조치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던 중 23일 아침 7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문건의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김학의 출금 사건 발생 당일 8시간 동안 상황이다. 출금 과정에 관여한 검찰 고위간부와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다. 출입국 관리 책임자인 차규근 본부장과 출금 서류를 직접 작성한 이규원 검사는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차관 출금 조처에서 시작된 사건은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외압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사건이 2019년 3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시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지검장이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팀의 ‘불법 출금 보고서’ 작성 경위를 따져 묻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연락해 “법무부와 대검이 승인해 이뤄진 일”이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수사외압의 정황이 담겼다. 이 지검장 쪽은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반박했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은 수사외압 의혹에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김학의 차관 재조사와 출금 과정에 관여한 청와대에 겨눠졌다. 검찰 안팎에선 출금 과정과 수사외압 의혹에 모두 연루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다음 타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유포했단 의혹과 함께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김학의 사건을 부각했다는 기획사정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연루 의혹도 정국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비서관을 겨냥한 것은 무리한 출국금지를 하게 만든 문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를 겨냥한 것”이라며 “청와대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정권 말 정부-검찰 간 갈등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를 받은 영상이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처벌받지 않은 검찰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문제는 증발했다. 재수사를 피하기 위한 김 전 차관의 국외도피 시도는 무고한 시민의 국외출국 자유를 침해한 ‘절차적 불법’이란 프레임에 가려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은 불법 출금뿐 아니라 검찰의 과오를 조사하는 과거사위에 대한 검찰의 비협조와 보이지 않는 반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부 갈등까지 함께 볼 때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의 사건과 정권 말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 친정부 성향으로 낙인찍힌 검사들에 대한 기소…. 검찰이 생각하는 법적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다. 옥기원 기자


박범계 장관, 대검에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지시

대검 감찰1 · 3과 · 정보통신과 협업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출국 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른 조처다.

 

대검은 14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공소장 유출 사안에 대해 대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박 장관은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검찰 내부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지검장의 공소사실을 유출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조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날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 사건 공소장이 당사자 쪽에 송달되기 전에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박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이 지검장 공소장에 이 지검장의 공소 사실과 사실상 무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들을 대거 끼워 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아침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공소장 유출 관련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지난달 재보궐선거를 앞뒤로 김학의 출금 사건 관련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될 때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며 후속 조처를 예고했다. 옥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