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망 1년 ... 흑인들 “현실은 도리어 후퇴”

미니애폴리스서 워싱턴DC까지 플로이드 이름 '메아리'

유족 만난 바이든 "경찰 개혁법안 통과되기 바란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 25일 사람들이 모여 그의 1주기를 기념하고 있다. 플로이드가 숨진 이곳에는 '조지플로이드 스퀘어'란 이름이 붙여졌다. [EPA=연합뉴스]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린 채 '숨 쉴 수 없다'고 외치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1주기인 25일 미국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CNN 방송은 이날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부터 텍사스주 댈러스, 수도 워싱턴DC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플로이드의 이름이 메아리쳤다고 보도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플로이드의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을 축하하기'란 추모 행사가 열렸다.

또 댈러스의 활동가들은 이날 연대 행진과 집회를 열었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퍼시픽심포니는 플로이드를 기리는 무료 콘서트를 스트리밍으로 개최했다.

 

흑인 시청자를 겨냥한 케이블 채널 BET는 가수 존 바티스트, 래퍼 나스, 전 유엔 대사 앤드루 영 등이 출연하는 행사를 포함해 이날부터 사흘간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 앞에서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백인인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땅바닥에 엎드린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간 짓눌렀고 "숨 쉴 수 없다"며 "엄마"를 외치던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

참혹하게 의식이 꺼져가는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은 이를 목격한 한 흑인 여고생의 휴대전화에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담겼다가 통신망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플로이드는 인종적 평등과 경찰 개혁을 향한 투쟁의 상징이 됐다고 CNN은 전했다.

플로이드의 숙모 앤절라 해럴슨은 "오늘 나는 안도의 하루를 느꼈다"며 "나는 기쁨과 희망에 압도됐고, 변화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서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플로이드의 벽화를 배경으로 추모 연주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플로이드의 딸인 지애나와 엄마 록시 워싱턴,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등의 유족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을 만났다.

필로니스는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만남이 "훌륭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가슴으로부터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감사하며 이것(조지플로이드법)이 장차 통과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플로이드의 가족이 지난 1년간 "비범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지플로이드법은 경찰관의 목 조르기를 금지하고 경찰관의 비위 행위에 대한 전국적 등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경찰관 면책 특권의 개정 등 경찰의 단속·체포 관행을 개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상원에 계류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의 1주기인 이날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무산됐다.

플로이드의 조카인 브랜던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법안의 통과를 지지하지만 이 법이 올바른 법이 돼야 하지 서두른 법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지플로이드추모재단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선출직 공무원들, 특히 상원의원에게 조지플로이드법의 통과를 요구하는 전화를 하라고 촉구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월즈 주지사는 "플로이드는 미국의 흑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직면해온 고통의 국제적 상징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며 "하지만 그의 딸의 말대로 그는 세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전 경찰관 쇼빈에 대해서는 1심에서 2급 살인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여기에 보태 연방대배심은 쇼빈을 포함해 현장에 출동했던 전 경찰관 4명 전원이 플로이드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기소한 상태다.

 

바이든, 플로이드 1주기에 유족 위로하며 경찰개혁법 통과 촉구

"경찰, 맹세 어기면 책임져야"…'조지플로이드法' 상원서 경찰면책특권 공방

유족 "더는 두려움 없이 살아야"…사건발생 미네소타 '9분29초' 침묵의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과 변호인(가운데)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인 경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년을 맞아 플로이드의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비공개로 1시간 이상 진행된 유족 접견에서 이들에게 애도를 거듭 표하면서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추진 중인 경찰 개혁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접견 후 낸 성명에서 "사랑하는 형제와 아버지가 살해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첫해 가족은 몇 초 전에 뉴스를 접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며 "끔찍한 9분29초가 재생될 때마다 그들은 고통과 슬픔을 되새겨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의회가 경찰 개혁법안인 이른바 '조지플로이드법'을 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 법의 통과 목표 시한을 이날로 잡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법 협상이 현재 의회에서 진행 중"이라며 "나는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의미 있는 법안을 상원에서 처리하기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의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법안을 내 책상으로 빨리 보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 하원은 지난 3월 조지플로이드법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목을 조를 수 없도록 하고, 면책 특권을 제한해 용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경찰을 고소할 수 있게 했다. 영장 없는 가택수색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상원은 이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경찰관 보호 등을 이유로 면책 특권 제한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플로이드 장례식에 동영상 메시지 전하는 바이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전 경관 데릭 쇼빈의 유죄 평결이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우리의 진보는 거기서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 체계 내에서 책임과 신뢰를 동시에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만 한다"며 진정한 변화를 일구기 위해 경찰이 맹세를 어기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접견을 마친 뒤 플로이드 변호인 벤 크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은 본질과 의미가 안 담긴 법안에 서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그는 서두르는 법안이 아닌 올바른 법안인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또 "우린 법이 통과되길 바랄 뿐"이라며 "흰머리 독수리 보호법을 만들 수 있다면 유색인종을 보호하기 위한 법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더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플로이드의 조카 브랜드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조지의 유산이 온전하게 담기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 유족은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만났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 우리는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법을 통과시키길 원한다"며 "조만간 법을 통과시켜 당신 가족을 위로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지역인 미네소타주(州) 팀 월즈 주지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9분29초 간 주 전역에서 침묵의 시간을 통해 플로이드를 기린다고 공표했다.

 

플로이드 1주기…미 법무부 민권책임자에 첫 흑인여성 상원 인준

51대 48로 클라크 변호사 인준…"안전하고 효과적인 법집행 전략 찾아야"

 

    크리스틴 클라크 미국 법무부 민권 담당 차관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법무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민권 분야 책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미 상원은 25일 크리스틴 클라크 법무부 민권 담당 차관보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서 51대 48로 가결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공화당에서는 수전 콜린스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클라크의 이날 인준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의한 목 눌림으로 숨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 이뤄졌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경찰 개혁법안이 상원에 계류 중이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관 데릭 쇼빈은 지난달 대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평결을 받아 다음 달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권 담당 부서는 지방의 사법기관을 조사하고 각 주(州)의 투표 규정을 전담하는 등 시민권리와 관련한 업무를 관장한다.

 

클라크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은 그가 반(反)경찰적이며 급진론자라면서 인준을 반대했고, 민주당은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하며 대립 양상을 보였다.

인준 표결에 앞선 법사위에서도 11대 11로 팽팽한 찬반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클라크는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법 집행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도록 하는 전략을 찾고자 한다"며 경찰 예산 지원 축소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클라크는 '법률에 의한 민권 변호사 위원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한편 법무부 서열 3위인 부차관에 지명된 배니타 굽타 변호사도 51대 49의 근소한 차이로 상원에서 인준됐다. 이 표결에서는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서는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클라크와 굽타 둘 다 사법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흑인 68%, “경찰 대응이 더 나빠졌다”

라틴계 47%, 아시아계 37%도 공감 표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기에 즈음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추모 전시회에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쓴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미 흑인들은 경찰의 대우가 더 나빠졌다고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월25일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흑인 차별 항의 움직임이 일었으나, 흑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후퇴한 셈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함께 미국 성인 1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흑인 응답자의 68%가 경찰의 흑인 대응 양태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경찰의 대응이 개선됐다고 답한 흑인은 6%에 불과했다.

 

흑인들의 이런 부정적인 평가는 다른 인종 상당수도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틴계 응답자의 47%, 아시아계 응답자의 37%는 경찰이 흑인들을 과거보다 못하게 다룬다는 데 동의를 표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흑인의 평가에 동의하는 백인은 응답자의 25%에 불과했다. 백인의 61%는 경찰의 흑인 대응이 한 해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나쁜 평가가 나왔다. 흑인의 72%, 라틴계의 49%, 아시아계의 44%, 백인의 32%는 경찰의 유색 인종 총격 사건이 더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치로는, 더 심각해졌다는 응답이 41%,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49%, 개선됐다는 응답이 9%였다.

 

이에 따라 흑인이나 라틴계 상당수는 경찰을 보호해주거나 봉사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흑인의 55%는 경찰에 전화하면 도움이 되기보다 피해를 입는 일이 더 많다고 답했고, 라틴계의 40%도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아시아계와 백인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플로이드 사망 1주기인 25일 그의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플로이드를 추모할 예정이라고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이번 행사는 민주당이 용의자 목조르기 금지와 경찰의 면책특권 제한 등을 담은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법’의 상원 통과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