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부정 항의 시위 언론인 체포"…전투기까지 출격시켜

EU "용납못할 사건" 규탄…"여객기, 일부 민스크 남긴 뒤 재이륙"

 

강제착륙시킨 라이언 에어 승객들 짐을 검색하는 벨라루스 보안군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3일(현지시간) 해외에 머물던 반정부 활동가가 전격 체포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타스·인테르팍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민스크 공항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고 넥스타 측이 밝혔다.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넥스타 측은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승객은 보안 검색을 받았다"면서 "프라타셰비치는 체포됐다"고 전했다.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풀 페르보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여객기 비상착륙을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를 출격시키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당 여객기가 즉각 벨라루스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승객은 (리투아니아) 빌뉴스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에 모든 승객과 해당 여객기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이는 심각하고 위험한 사건"이라면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라타세비치가 거주하는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 테러리즘 행위"라고 비판하며 24일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모두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이날 오후 2시께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던 여객기는 저녁 8시50분께 공항을 이륙해 리투아니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에는 리투아니아를 포함해 12개국 승객 약 170명이 탑승하고 있다고 리투아니아 측은 밝혔다.

벨라루스 문화장관을 지낸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그러나 승객 가운데 러시아인 4명과 벨라루스인 2명 등 6명은 민스크 공항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프라타세비치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측은 기내 폭발물 설치 정보를 받은 여객기 기장의 결정으로 여객기가 가장 가까운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 항공사 측은 그러나 벨라루스 관제센터로부터 여객기를 착륙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라투슈코 전 장관도 "민스크 관제센터가 (비상착륙을 요구하며) 여객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를 위해 MiG-29기를 출격시켰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대선 후 신변 안전 위협으로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편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2019년 말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도피한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다.

대선 부정 항의 시위 당시 야권의 소통 플랫폼으로 이용된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법무부에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 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진 않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파 잡으려 여객기 착륙시킨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비밀경찰 KGB 운영 야권 철저 감시

부정선거로 임기 연장하며 철권통치 이어가…각종 기행도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6) 대통령이 야권인사를 체포하려고 비행 중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면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면모를 또 드러냈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많은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의 전(前) 편집장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가 탄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가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 때문에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그가 체포됐는데 비상착륙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으로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 중이다.

서방 언론에서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부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 국영농장(솝호스) 책임자로 일하다가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이듬해 소련을 해체하고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벨로베슈협정에 유일하게 반대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반(反)부패'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처음 벨라루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정치적 계획이 없는 포퓰리스트'로 평가됐다.

그가 결선에서 득표율 80%를 기록한 당시 대통령선거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루카셴코 퇴진요구 반정부시위

 

권좌에 오른 루카셴코 대통령은 철권통치를 펼친다.

그의 통치방식은 옛 소련의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연상시키며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자 여전히 KGB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비밀경찰을 동원해 야권 인사를 철저히 감시하며 권력을 유지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경제와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을 연장한 2006년과 2010년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낙인찍었다.

2015년 대선 뒤에도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작년 대선 역시 부정선거로 규정됐고, 벨라루스 내 대규모 불복시위가 일었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제재대상에 올라있다.

 

그가 '권력세습'을 노린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통령 궐위 시 법상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총리 대신 국가안보회의가 국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 빅토르가 NSC 위원이어서 '권력세습'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거리에서 일제히 손뼉을 치는 항의시위를 금지했는데 당시 벨라루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손이 하나인 남성을 체포해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우나와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작년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다.

 

오슬룬드 연구원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치의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극소수만 도입한 소련식 경제체제 복원', '정치적 억압의 점진적 증가', '러시아와 깊은 정치적 관계 형성' 등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그로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마지막 남은 '동맹'이자 '구원자'인 셈이다.

양국은 1999년 연합국가 창설조약을 맺은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왔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 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라이언에어 CEO "항공기에 벨라루스 비밀경찰 탑승한 듯"

아일랜드 "항공 해적행위"…영국 "동맹들과 추가 제재 등 조율"

 

벨라루스 당국이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강제 착륙시킨 항공기에 애초에 비밀경찰이 타고 있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아일랜드의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뉴스토크 라디오 인터뷰에서 항공기 강제착륙은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라고 규정했다.

오리어리 CEO는 또 "당국의 의도는 기자와 그의 일행을 내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벨라루스 KGB 요원들이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공항에서 같이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해외에 머물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여객기를 타고 가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오리어리의 발언은 민스크 공항에서 다른 승객 4명도 내렸다는 보도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보도로 프라타세비치가 보안요원들에게 미행당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리어리는 유럽 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러시아 국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서 대학을 다니는 소피아 사페가(23)도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그가 지난해 대규모 루카셴코 대통령 반대 시위를 선동했다고 비난해왔다.

빌뉴스의 대학은 학생인 사페가도 구속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프라타세비치의 친구는 BBC 라디오에 "우연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타세비치가 아테네를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미행당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고 전하면서 "그의 여자친구도 함께 체포됐는데 그녀는 러시아 국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벨라루스를 비난하면서 유럽연합(EU)에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RTE 방송에 "이는 항공 해적행위라고밖에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 항공사에 폴란드에 등록된 항공기이며 EU 국가를 오가던 중이었다"며 "EU가 매우 명확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프라타세비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벨라루스 추가 제재 등을 포함해 동맹들과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라브 장관은 또 루카셴코 정권이 민간 항공사 안전을 보장하는 국제 규범을 무시한 것과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긴급 회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U, 벨라루스 대사 초치…여객기 강제착륙 규탄

영 · 독 · 이탈리아도 대사 초치…국제법 위반 규탄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24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당국이 전날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킨 것을 규탄하기 위해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스테파노 사니노 EEAS 사무총장은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요청에 따라 알렉산드르 미흐네비치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

 

EEAS는 이는 "민간 항공기를 강제로 민스크에 비상 착륙하게 하고 벨라루스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활동가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구금한 벨라루스 당국의 용납할 수 없는 조치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EAS는 미흐네비치 대사에게 "EU 주요 기구와 회원국들이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벨라루스 당국의 강제적인 행위를 단호하게 규탄한다"는 점을 전하고 프라타세비치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체포장면

 

이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도 각각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규탄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규탄하면서 이 사건이 부끄러우면서도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강제착륙시킨 데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설명은 터무니없고 신뢰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여객기내와 착륙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프라타세비치를 납치한 것은 국제 항공운항규정을 심각히 위배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면서 벨라루스는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프라타세비치가 타고 있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프라타세비치는 해당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해당 여객기가 소속된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으로, 역시 EU 회원국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이날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벨라루스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정상들 임시회의…벨라루스 제재 등 논의

 

지난해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회의장 모습.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4∼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제재와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저녁 열리는 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이며, 해당 여객기의 출발지, 도착지는 EU 회원국 수도로,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리투아니아와 프랑스는 국제 항공편의 벨라루스 영공 운항을 막고 벨라루스발 항공기가 EU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개인에 대한 제재를 넘어서는 조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와 EU 회원국 간 육상 교통까지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벨라루스 인사 88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새 변이들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여름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조율된 대응을 계속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들은 러시아, 영국 등 대외 관계, 6월 중순 예정된 EU-미국 정상회의 준비, 기후변화, 중동 문제 등도 논의한다.

 

벨라루스 "하마스가 폭파 위협해 여객기 비상착륙시켜" 해명 

"하마스, 이스라엘 지지 중단 요구하며 아일랜드 여객기 폭파 협박"

 

벨라루스 당국이 24일(현지시간) 전날 발생한 아일랜드 항공사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과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위협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벨라루스 당국이 이 여객기에 탑승했던 자국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항공기를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시켰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교통부 항공국 국장 아르티옴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 착륙 사건에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여객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서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스크 공항 메일로 영어로 된 (경고) 서한이 들어왔다"면서 서한 내용을 소개했다.

아르티옴이 공개한 서한에는 '우리 하마스 전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유럽연합(EU)이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어 "(5월 중순 그리스에서 열린) 델피 경제 포럼(Delphi Economic Forum) 참석자들이 (라이언에어) FR4978 편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돼 있으며 만일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폭탄이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상공에서 터질 것"이라는 협박이 담겼다.

 

아르티옴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가 여객기 승객들에게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 국제의무에 따라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벨라루스 당국은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다.

 

그리스, 리투아니아, 아일랜드 등은 모두 EU 회원국이다.

벨라루스 측은 줄곧 이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폴란드 망명 벨라루스 야권 인사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그를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 테러 위협으로 벨라루스 출발 지연"

 벨라루스 당국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여파인 듯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운항할 예정이던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테러 위협으로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테르팍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민스크 국제공항 공보실은 앞서 이날 "공항 이메일로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루프트한자 LH1487편 여객기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신원미상자의 통보가 접수됐다"면서 "(이 여객기의) 이륙이 오후 2시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승객 탑승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공항 측은 "벨라루스의 항공안전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승객과 승무원, 항공기 안전 확보를 위해 공항 보안당국이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 현재 항공기와 모든 운송물에 대한 재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승객들도 재차 보안검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측도 이날 벨라루스 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항공기의 출발을 중단했다면서 "현지 보안당국의 지시에 따라 항공기 재수색과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검색 결과 테러 위협은 허위로 드러났다.

 

공항 공보실은 뒤이어 "승객과 화물, 항공기에 대한 검색이 완료됐으며 테러 위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가 보안검색을 마친 여객기는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날 루프트한자 여객기 운항 차질은 전날 벨라루스 당국이 자국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리투아니아로 비행 중이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으로 국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과 운항 차질도 전날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