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가치관…바이든, 문대통령과 '공통점' 거론

청 안보실, 일주일전 미국 찾아 숨가쁜 공동성명 조율

 

문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과 크랩케이크 오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 매우 만족(satisfied very much)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straight forward) 모습이 매우 인상적(really really impressive)이었다고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고위실무자가 알려온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소감을 전했다.

두 정상 모두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SNS에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문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하는 사진과 함께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세계를 위한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벽난로 중앙에 걸린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주고,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정상 모두 미국 대공황의 역경을 극복하고 부흥과 통합을 이끈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 의지를 다졌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원래 같은 가치관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격의 없이 대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며 거리감을 좁혔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뜻으로 들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으며 "장관들이 한국이 좋아 돌아오지 않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고 농담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점도 처음 만난 두 정상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하기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진실성과 진솔함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백악관 고위실무자의 전언이다.

 

또 문 대통령은 명예훈장 수여식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에게 사진을 건넸다고 한다. 바이든 여사가 지난 2015년 7월 방한했을 때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여사가 이를 기쁘게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을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 담기 위한 청와대와 백악관의 숨 가빴던 조율 과정도 공개됐다.

당초 한미 양국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공동성명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회담 일주일 전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인사들이 미국에 머물며 백악관 측과 관련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대면 협상을 했다"며 "안보실뿐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도 백악관의 관계부서와 직접 논의하는 등 다각도 협상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사'가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공급망 및 첨단기술 협력 강화 등 전방위적 파트너십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미, 중국에 대북정책 설명…한국도 중국과 방미 관련 소통”

 

청와대 관계자 “바이든, 대북제재 해제 신축적 검토 가능”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소인수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중국 정부에 설명하는 등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한국 정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강화된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견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으면서도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계기에도 중국과 대결이 아니라 경쟁은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경쟁해야 할 때는 경쟁해야 하고, 적대적이어야 할 때는 적대적이어야 하지만 협력할 수 있을 때는 협력한다고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방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난 이 관계자는 “미-중 간 협력, 대립, 경쟁의 세 가지 분야 중에서 북핵 문제, 기후변화, 이란 핵 문제 등은 양측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가 된다”며 “미-중 고위급 회의 계기 등에서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 교환을 갖고 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나 항구적 평화 정책이라는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양국이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 측에 설명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북미 대화를 중심으로 일단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겠지만 중국 등의 협조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양국이 필요한 소통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들어가 대중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대해선 “중국과 상시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만해협 관련 내용이 최초로 한미 간 공동성명에 포함되었지만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의 반응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라는 근거로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뒤 중국이 발표한 입장이나 여타국 발표에 대해서 중국이 발표하는 입장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오는 3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피포지(P4G) 정상회의에 중국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것이라고 전하는 등 한-중 관계는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한-미 공동선언에 판문점 선언·싱가포르 선언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2018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 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해서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과거 협상의 연속선상에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의미가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지만 북핵 문제의 진전에 따라서 대북제재 해제 등을 신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문 대통령, 26일 여야 5당 대표 초청 ‘방미 성과’ 공유, 협력당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연다. 청와대는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김기현(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국민의당 안철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간담회에 초청했다.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각 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정당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해 2월28일 이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민생당, 정의당 등 4당 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다시 평가하고, 정부 부처별로 후속 조처를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방미 성과를 경제협력, 백신,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의 분야별로 각 부처에서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밤 귀국한 뒤 방역 관련 절차를 끝내고 바로 업무에 복귀해 총리 주례회동과 내부 회의 등을 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