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 경고에 ‘백기’
설명 · 사과 없이 재일동포 혐오글 삭제
시민 100여명 DHC 본사 앞 “사과하라”

 

                      일본 DHC

 

일본 화장품 대기업 디에이치씨(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재일동포를 비하하는 글을 잇따라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주요 거래처이자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에는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이온’이 지난 2일 서면 발표문을 통해 “디에이치씨가 부적절한 글이 게재된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발언을 철회한다”, “앞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는 내용을 공개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온은 디에이치씨의 반성을 받아들여 “거래를 계속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온은 요시다 회장 명의로 작성된 혐오 발언이 디에이치씨 공식 누리집에 계속 실려 있는데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온은 “요시다 회장의 발언은 이온의 ‘인권 기본방침’과 맞지 않는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온은 발표문에서 “우리 회사는 인종, 국적, 민족, 성별, 연령, 출신지, 종교, 성적지향 등의 이유로 일체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방침은 당사의 임직원 전원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모든 파트너와 공유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에이치씨는 이달 1일 별다른 설명이나 공식사과 없이 재일동포 등을 비하한 회장 명의의 글을 모두 삭제했다. 지난해 11월 첫 번째 글이 올라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불매운동에 이어 한‧일 언론,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졌는데도 꿈쩍하지 않던 디에이치씨가 이온의 압력에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에서 상품을 팔 수 없게 되면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이 가는 만큼,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 이온 누리집 갈무리

 

일본의 시민 100여명은 지난 3일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디에이치씨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요시다 회장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해 11월, 올 4월, 지난달 재일동포를 혐오하는 글을 디에이치씨 공식 누리집에 올렸다. 지난달 12일엔 “엔에이치케이(NHK), 아사히신문, 국회의원, 변호사, 재판관 등 일본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코리안계가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국에 있어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코리안계는 “뒤통수가 절벽” 한국인은 “화려하고 숨을 내쉬듯 거짓말하는 성격”이라고 비하했다.

              일본 화장품회사 DHC의 회장 요시아 요시아키

 

지난해 11월에도 건강보조식품 경쟁사인 산토리를 겨냥해 “산토리 CF에 기용된 탤런트는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열 일본인”이라며 “그래서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로 풀이된다.

 

지난 4월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디에이치씨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취재하자 “NHK는 출연하는 학자, 연예인, 스포츠 선수의 상당수, 심지어 우연을 가장한 거리 인터뷰조차도 코리안계를 선택하고 있다”고 황당한 발언을 늘어놨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