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 니그로, 레드맨 ... 인종차별 지명, 곳곳에 아직도 많아

원주민 여성 비하 지명 ‘스쿼’, 호수 · 계곡 등 799곳에 여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종교, 사회적 회합인 파우와우(Pow-Wow) 모습.

 

미국 전역의 마을과 호수, 개울, 산 등 1000여 곳에 ‘스쿼’, ‘니그로’ 등 인종차별적인 지명이 남아있다고 현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6일 내무부 산하 연방지명위원회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보도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제거하고 인종차별주의자의 이름을 딴 공공건물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곳곳에 이런 인종차별의 유산이 끈질기게 살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스쿼’(Squaw)가 들어간 곳이 799곳으로 가장 많다. 미네소타에는 ‘스쿼 호수’가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스쿼 계곡 스키 리조트’는 1960년 겨울 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지난해에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항의로 이름이 바뀌었다.

 

또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부색과 연관된 차별적 용어 ‘레드 맨’(Redman)은 82곳에, ‘레드 스킨’(Redskin)은 12곳에 남아있다.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란 말이 621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리노이에 ‘빅 니그로 개울’이 있고, 버지니아에는 ‘니그로 발’이란 지명이 있다. 니그로 발은 노예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을 자른 끔찍한 사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의 검은 살갗을 비아냥거리는 ‘다키’(Darkey)도 7곳에 남아있고, 흑인의 야간통행 금지를 뜻하던 ‘Ain’t No(N-words) Allowed’를 가리켰던 ‘애나’(Anna)란 말도 5곳에서 살아 있다.

 

중국계 미국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한 ‘차이나맨’(Chinaman)은 29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오리건에 ‘차이나맨 모자’란 곳이 있고, 콜로라도엔 ‘차이나맨스 협곡’이 있다.

 

멕시코인을 차별한 말도 남아있다. ‘그리저’(greaser)는 12곳에 남아있고, ‘웻백 탱크’(Wetback Tank)는 뉴멕시코 저수지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동부 유럽이나 남부 유럽 출신 백인들을 차별하는 용어도 남아있다. 폴란드 출신을 겨냥한 ‘폴락’(Polack)이 6곳, 이탈리아계를 가리키는 ‘데이고’(dago)도 20여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부는 과거 인종차별적 지명을 변경하려고 노력도 했다. 내무부 장관 스튜어트 유달은 1963년 지도상 모든 연방 지명에서 흑인 비하를 뜻하는 ‘N-word’를 없애도록 했다. 그는 나중에 일본인을 모욕하는 ‘잽’(Jap)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미국 정부에는 사람들이 지명 변경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주민들은 기존 지명이 그들 집안이 몇 세대에 걸쳐 살아온 지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이들 지명의 본질적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지적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권익옹호단체의 활동가 ‘크리스털 에코 호크’는 “미국은 원주민을 비인간화하고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를 조롱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오랜 역사가 있다”며 “인종차별적 지명 변경은 시작이며 더 나아가 원주민을 보는 미국인의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