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심서 징역 18개월 중 14개월 집행유예

“프랑스 ‘쇠퇴’에 화난 충동적 행동” 주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뺨을 때린 20대 남성이 4개월간 옥살이를 하게 됐다.

발랑스 지방법원은 10일(현지시각) 공직자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다미앵 타렐(28)에게 징역 18개월을 선고하고 이 중 14개월에 대해선 집행을 유예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즉심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타렐은 정식재판 요청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타렐은 이날 법정 심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충동적이었으며, 프랑스의 “쇠퇴”에 화가 나 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법정에서 똑바로 앉아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다고 <에이피>(AP)가 전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뺨을 “폭력적으로” 쳤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다정하고 거짓스러운 표정을 봤을 때 역겨움을 느꼈고 그래서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충동적인 반응이었다. 나 자신도 폭력적인 내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친구들하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달걀이나 크림 파이를 던지는 계획을 짰다가 포기했다며 이번 폭력적 행동이 미리 계획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세한 설명 없이 “마크롱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쇠퇴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몇 년 전 마크롱 정부의 긴축재정과 부유세 인하 등으로 촉발되어 프랑스 전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타렐이 전통적인 우파, 또는 극우파의 정치 신념”을 갖고 있으나, 소속된 정당이 없고 범죄 기록도 없다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남동부 드롬주의 탱레르미타주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다 다미앵 타렐(28)에게 뺨을 맞고 있다. 탱레르미타주/로이터 연합뉴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타렐에게 일자리를 찾거나 직업훈련을 받을 것도 명령하고 5년 동안 무기 소지도 금지했다. 타렐은 현재 무직이며 장애인 여자친구와 수당에 의존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친구는 이날 법정에서 판결이 내려지자 눈물을 보였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타렐과 함께 체포됐던 그의 동갑내기 친구는 내년 불법무기 보유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의 집에서는 경찰의 수색 결과, 불법무기와 함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 공산당을 상징하는 깃발, 러시아혁명을 상징하는 깃발 등이 발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일 프랑스 남동부의 마을 탱레흐미타주를 찾아 주민들과 인사하다가 타렐에게 갑작스럽게 빰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어떤 것도 민주 사회에서 폭력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