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이 일부 접점…난제 장기화 전망 재확인

군비경쟁 억제 · 외교복원 위한 대화 필요성 공감

인권·해킹·시리아 공회전…아프간·이란에 원론 되풀이

 

*회담장에서 만난 미ㆍ러 정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장소인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렁주 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양국관계 경색 속에 일부 공감대를 확인하고 막을 내렸다.

 

양국 정상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핵무기 군비경쟁, 사이버안보, 인권, 양국 외교관계 복원,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군비경쟁 억제나 외교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으나, 체제 정통성이나 지정학적 이익이 걸린 현안에서는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 "핵전쟁 피하자" 군비경쟁 억제 필요성에 원칙적 공감

 

양 정상은 회담 뒤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자국 관리들에게 군비경쟁 억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응 시간을 줄이고 우발적인 전쟁의 가능성을 키우는 위험하고 정교한 신무기를 통제할 메커니즘을 두고 러시아와 공조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2026년 종료되는 양국 간 유일한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들에 대한 얘기가 오갔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양국이 이미 뉴스타트의 적용 대상 등을 두고 많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협상을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푸틴의 정적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AP=연합뉴스]

 

◇ 바이든 인권 외쳤으나 푸틴 '너나 잘 하세요'식 반박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은 미국이 상징하는 핵심 가치인 까닭에 푸틴 대통령에게 계속 우려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인 이상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러시아의 핵심 인권문제는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겨냥한 탄압 논란이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반부패운동가 나발니는 독살 위기를 넘긴 뒤 건강 악화 속에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죽으면 러시아에 해외투자 차단, 국제공조 배제와 같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체포가 합당하다며 미국에 내정간섭을 자제하고 자국 문제나 신경 쓰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의회 폭동, 경찰권 남용에 따른 흑인 사망사태를 미국의 인권 문제로 거론했다.

 

◇ 사이버안보 공회전…해결책 찾을 전문가 협의 진행하기로

 

최근 미국의 공공기관과 산업 기간시설들을 겨냥한 해커들의 공격을 두고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해 심각성에는 일부 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이버공격이 금지될 핵심 기간시설의 종류를 양국 전문가들이 정하도록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선거, 금융, 수자원 관리, 국방산업 등 16개 부문을 러시아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사이버 역량이 상당하다"고 말해 사태 악화 때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방관 속에 러시아 영토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커를 단속하는 데에는 일부 공감이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송유관 운영기업, 글로벌 정육업체가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돈을 뜯겼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사건을 해결하는 게 러시아에도 이익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좌진 배석하에 정상회담 하는 바이든·푸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발라 라 그렁주'에서 보좌진이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양국대사 부임지 복귀…외교갈등 풀기 위해 협의하기로

 

푸틴, 바이든 대통령은 경색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워싱턴,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들을 부임지로 다시 보내기로 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올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일컬으며 나발니 탄압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제재하자 귀국했다.

 

존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도 러시아 관리들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압박하자 모스크바를 떠났다.

 

이들 대사는 이날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대사의 복귀뿐만 아니라 영사관 폐쇄를 비롯한 외교관계 갈등을 해소할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 시리아 헛바퀴…푸틴, 아프간·이란문제 공조 의향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달린 의제에서는 원론적 입장이 되풀이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 인도주의 물자가 들어가는 통로를 막지 말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 이 의제에서는 어떤 합의도 도출되지 않았다.

 

시리아에서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 세력을 거의 진압해 승리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와 안정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간에서는 미군 철수에 따른 공백 때문에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의 테러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간뿐만 아니라 이란에서도 힘을 보탤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핵합의를 보완해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과 함께 이란핵합의에 서명한 당사국이며 이란과 상대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에 외신 "돌파구 없어…인권·사이버 문제 긴장"

AP "이견 드러낸 회담"…CNN "양국관계, 전과 거의 같아 보여"

타스, 전문가 인용 "전반적 긍정적…양측 간극 여전히 매우 커"

 

정상회담 하는 바이든과 푸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 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회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외신에서는 다소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에 큰 전환점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푸틴과 바이든이 정상회담에서 소득이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긴장감은 분명하다"며 사이버 공격, 인권 등의 현안에서 이견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도 회담이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의혹 등 구체적 현안에서 긴장이 분명히 남았다고 NYT는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해킹 의혹에 대해 "우리는 상당한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줬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의혹을 부인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수감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AP 통신은 "바이든과 푸틴이 정상회담 뒤 양국관계에서 '재설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을 통한 양국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렸다.

 

AP는 "두 정상은 소규모 영역에서 협력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분명한 이견을 드러낸 회담이었다"며 "그들은 상호 존중과 상호 회의감을 동시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미러 정상회담 주요 내용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도 "사이버 우려가 바이든과 푸틴의 정상회담을 지배했다"는 기사에서 회담의 한계를 짚었다.

 

더힐은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과 러시아 간 지난 몇 년의 높은 긴장감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방의 제재에도 사이버 공간에서 점점 공격적이고 대담해지는 러시아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또 CNN 방송은 이번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전과 거의 같은 것처럼 보였다"고 총평했다.

 

이 매체는 두 정상이 자국으로 귀국한 양국 대사들을 조만간 임지로 복귀시키고 사이버 안보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커다란 돌파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 타스 통신도 전문가를 인용해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의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결과는 다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폴 로빈슨 교수는 타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기대가 낮았고 그런 기대는 충족됐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누구도 현안의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긍정적 결과로 평가하지만,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