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성찰’ 등 잘못된 단어 사용에 조롱 이어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석열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대중 기념관 방명록에 남긴 문구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과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에 방문했는데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평선은 ‘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을 의미한다.

문맥 상 윤 전 총장이 사용해야 할 단어는 ‘지평’이다. 지평은 ‘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성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의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윤 전 통장의 글은 김대중 대통령이 성찰을 하고 그 것을 새기겠다는 뜻이어서 주객이 전도된 격이 된다. 문맥상 ‘통찰’(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봄)이 어울린다는 지적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작성한 방명록. 윤 전 검찰총장은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윤석열 측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단어의 잘못된 사용에 대해 지적하면서 “철저한 비문(非文)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비문’이란 문법이나 어법에 이긋나는 문장을 말한다.

 

율사 출신은 말과 글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단어를 틀리는 ‘무식함’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다는 비판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국어도 모르면서 무슨 국가를?”라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는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든든해요 김대중이었다. 정치 연습생 윤석열이 뭘 배우겠다는 것인가?”면서 “자동차 운전도 연습생에겐 운전대를 잘 맡기지 않는다. 대통령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방명록 하나 제대로 못쓰고 지평선을 연다느니 통찰과 성찰도 구분하지 못하는 자가 무슨 대통령을 꿈꾸시나. 언감생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지평을 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평선을 열다는 말은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이) 언어의 새 지평을 여셨다”며 “솔잎은 송충이를 먹고 될 성부른 떡잎은 나무부터 알아보겠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김대중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려면 김대중의 길을 가야지 김대중을 탄압했던 무리들 후예의 품에 안겨서야 되겠는가”라며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교회에 가겠다는 다짐인가 아니면 성경말씀 깊이 새겨 절에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에둘러 비판했다.

 

소위 '윤석열 X파일'을 언급했던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야당 경선 검증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고 탈락할 수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아마추어티가 나는데, 입당하면 조직적으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입당 마지노선을 8월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직접 첨삭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윤석열의 방명록은 철저한 비문에 가깝다. 율사는 말과 글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데 처참하다”며 “비문투성이 방명록에서 잘 알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단어를 틀리는 무식함과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어 수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통찰(洞察)과 성찰(省察)의 단어 뜻을 구분할 수 있다. “새 지평을 열었다” 라는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그러지 못했다. “새 지평선을 열었다(x)” 라고 이상한 문장을 썼고, “대통령님의 성찰(省察)(x)” 이라고 표기 했다. 창피하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의 앞날과 국가의 안위(安危)가 걱정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준석 글도 곤욕…민경욱이 방명록 비판 “

“취임 후 쓴 단 한 문장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가 방명록에 쓴 글을 두고 같은 당 민경욱 전 의원이 시빗거리로 삼아 논란이 됐다.

 

민경욱 전 의원은 같은 당 신임 대표의 글씨체를 대놓고 비난했다. 민 전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국립대전현충원에 남긴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방명록 문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글씨 하나는 참 명필”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풀어놨다.

 

그는 30대 젊은 대표를 겨냥해 ”디지털 세대, 컴퓨터 세대들의 글씨체는 원래 다 이런가”라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다. 옛 선조들은 사람이 쓴 글씨를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세 번째 기준으로 쳤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이어 “대한민국을 주어로 썼는데 그런 어법은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쯤이 쓰는 어법”이라며 “지금 이 젊은이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으로 아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KBS 앵커 출신인 민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돼 ‘박근혜의 입’으로 활동한 바 있다.

 

민 전 의원은 또 “대표가 됐으면 이렇게 어이없는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 주위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며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인 30대 젊은이의 가벼운 언행을 보인다면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큰 실수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는 당에 회복 불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어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쓴 젊은이의 단 한 문장이 이렇게 허술하다”며 한심하다는 투로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이에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다 “민경욱 전 의원, 적당히 하라. 당내에서 건전한 논쟁과 토론은 백번 환영하지만 당대표의 글씨체와 문구를 시비 거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라며 “MZ세대의 글씨체와 문구를 공감하지 못하고 꼰대 시선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당이 시급히 극복해야 할 꼰대문화 그 자체”라며 민 전 의원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