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윤석열…‘전언 정치’ 한계 - 함량 노출

● COREA 2021. 6. 18. 18:19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국민의힘 입당 놓고 대변인 말 2시간 뒤 정정

“메시지 관리 주의를” 국민의힘 ‘시행착오’감싸

 본격 검증 앞서 함량 드러난 것 아니냐 지적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께 대선 도전 선언이 예고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향후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연일 혼선을 빚고 있다. 아직 내부 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탓에 발생하는 ‘메신저의 메시지 혼란’이라는 반응과 함께 자신이 직접 나서 의견을 밝히지 않는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 탓이라는 분석에 검증이 시작되며 '함량'이 드러나고 있는 게 이나냐는 시각도 이 없지 않다.

 

윤 전 총장 쪽 이동훈 대변인은 18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보수·중도 및 진보이탈층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을 주장하면서 “다만 텐트를 치려면 중심축을 어디에다 박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제3지대, 국민의당 등을 언급한 뒤 “하지만 여전히 보수의 중심,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행자가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냐’고 묻자 이 대변인은 “네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가 나간 뒤 2시간가량 지난 뒤 다시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勿令妄動 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며 “입당 여부는 민심 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정정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에 ‘물타기’를 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쪽이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인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대변인은 지난 14일 윤 전 총장의 발언이라며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대로 따라갈 것이다. 차차 보면 아실 것이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윤석열의 시간표와 이준석의 시간표는 상충하지 않을 것이다. 늦지 않게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또다시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든지 원샷 국민경선을 하든지 보수진영에서 중심을 잡고 중도·진보진영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도 했다. 17일엔 한발 더 나아가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 여야 협공에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마이 웨이’를 강조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여야 정치권에선 “국민들이 잘 못 알아듣게 얘기한다”(하태경) “아마추어티가 나고 준비가 안 된 모습”(이준석) ”자기 입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저어하는 분이 무슨 정치를 하실 건가”(박용진)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변인의 ‘물령망동 메시지’에도 여진이 가라앉지 않자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혼선이 커지자 직접 나서 수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또 지난달 윤희숙·권성동·정진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잇따라 만난 데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국민의힘 인사를 만난 것이다. 그 반대 진영에 있는 분도 만날 수 있다”라며 “당분간 진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시간을 계속 가질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바라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초보 정치인’이 겪는 시행착오로 돌리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초보 캠프라 내부 자체가 혼란스러울 테니 ‘영점조준 과정’으로 봐야 한다. 당에 들어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앞으로 메시지 관리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역량을 가늠해보는 검증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그의 함량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은 직접 소통하는 이준석이 될 거냐, 뜸 들이는 안철수가 될 거냐의 기로에 서 있다.  조직이 없기로는 윤 전 총장이나 이준석 대표나 마찬가지 아니냐. 국민들은 어떤 말이라도 정치인 본인의 입을 통해 정확히 듣고 싶어한다.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는 이런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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