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재활용 독려

“순환경제로 경제난 극복 노력…자력갱생 일환”

 

*지난달 <조선중앙방송>이 방영한 ‘내가 찾은 보물’ 장면 갈무리.

 

“여보! 이 사람이 어디 갔어. 내가 버리고 말아야지.” “내가 모아놓은 걸 다 버렸어요. 그 아까운 거. 이걸로 제품 만들어서….” “아까운 거? 남이 쓰다 버린 걸 구차스럽게….”

 

지난달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 방영한 ‘내가 찾은 보물’의 시작 장면은 남편이 아내가 모아놓은 파수지(폐플라스틱)를 내다 버리면서 시작한다. 16분짜리 영상물은 남편이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곤란을 겪으며 파수지 재활용의 가치를 깨닫고 끝난다. “당신이 버리라 버리라던 오물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젠 알겠죠?” “내 정말 귀한 보물을 찾았소.” ‘내가 버린 오물, 내가 찾은 보물’ ‘증산투쟁, 창조투쟁’ 등의 글귀가 지나간다.

 

최근 북한이 전국 기업소와 가정 등에 폐기물 재활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경제모델(순환경제)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은 함흥건설대학이 흔한 원료로 건설자재 국산화를 추진한다며 그 사례로 파수지를 이용한 칠감(페인트) 생산을 보도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도 폐기물 재활용을 ‘애국적 의무’ ‘당에 대한 깊은 충성심과 애국심’ 등으로 홍보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5일 ‘쓰레기를 보물로’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북한의 이런 노력을 소개하며 “북한은 재활용 혁명을 겪고 있다. 전국의 직장과 가정은 폐자재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 있으며 국영 언론도 이러한 방침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조선중앙방송>이 방영한 ‘내가 찾은 보물’ 장면 갈무리.

 

북한은 한국처럼 매일매일 수많은 물건과 포장재가 버려지는 소비 중심 사회가 아니다. 그런 북한 당국이 재활용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분간 풀릴 가능성이 없는 대북제재, 코로나19와 국경봉쇄 등에 따른 경제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일  “북한은 계획경제의 한계와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더해졌다. 재자원화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자력갱생 방침의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 재자원화 대상, 수거 절차, 관련 기술 개발 등을 규정한 재자원화법이 제정되면서 순환경제에 힘을 보탰다.

 

북한 당국의 재활용 독려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선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그 일환으로 재자원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북한의 순환경제 정책과 시사점’ 보고서 역시 “대북제재로 자원 확보가 원활하지 못한 조건 속에서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순환경제를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2019년 9월 <조선중앙통신>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오는 오물을 건재 생산에 이용한 평양시 오물처리공장, 파수지·파고무로 각종 수지관(플라스틱 파이프)·고무깔판을 생산한 강원도, 파유리로 마감 건재를 제작한 함경남도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1984년부터 ‘8·3 인민소비품 창조운동’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 정책을 시행해 왔다. 2007년에는 폐기물 전반을 관리하는 폐기폐설물취급법을 제정해 폐기물 배출량 최소화와 재이용을 원칙으로 세웠다. 순환경제 논의는 2016년 조선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제기로 본격화했다. 김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