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김정은 “대화와 대결, 다 준비”

● COREA 2021. 6. 19. 07: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첫 메시지

투트랙 전략… 대화 문 열어둬

성김 대북 특별대표 오늘 방한

 

*17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사흘째 회의에 참석 중인 김정은 총비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대화와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대남 공식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김 총비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 사흘째인 지난 17일 “최근 시기 국제정치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된 변화들과 우리 혁명의 대외적 환경에 대하여 개괄하고 평가”한 뒤 “특히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방향을 명시”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의 전략·전술적 목표인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 수호”와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와 대결에 모두 대비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선보이면서도, 아직은 대결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노동신문>은 이어 김 총비서가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관한 당과 공화국 정부의 대외정책적 입장과 원칙들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월 말 내놓은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 등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6월12일 열린 북-미 1차 정상회담의 성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해 가자는 쪽으로 대북 정책의 기조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미 간 싱가포르 공동성명뿐 아니라 2018년 4월27일 남북 간의 합의인 판문점 선언까지 언급하며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북한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북한이 언급한 적대시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한-미 연합훈련 중지, F-35 등 북한에 큰 부담이 되는 전략자산 반입 금지 등이다.

 

김 총비서는 이번 제3차 전원회의에서도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일단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좀 더 정세 변화를 관찰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또 김 총비서가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으니, 보수 쪽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총비서가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각)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19~23일 서울을 방문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회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다.

 

미 국무부는 “김 대표의 서울 방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 우리의 공동 안보·번영 보호, 공통의 가치 유지, 규칙 기반의 질서 강화를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의 근본적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길윤형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