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박해 규탄…영국 여왕들 동상 끌어내려 훼손

● CANADA 2021. 7. 3. 00:15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인종청소 정황' 원주민 어린이 집단무덤 후폭풍

영국여왕은 캐나다 국가원수이자 식민지배 잔재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주변에서 1일 원주민 어린이 유해가 집단으로 발견된 데 항의하는 시위대가 넘어뜨린 대영제국 당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동상.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원주민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영국 여왕의 동상을 끌어 내렸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1일 원주민 인종청소 규탄 시위대가 주 의회 앞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쓰러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캐나다의 공식 국가수반이다.

 

영국 여왕이 명목적으로나마 국가수반을 맡는 것은 식민지배 잔재라는 지적이 있다.

 

시위대는 동상을 끌어 내리기 전 "제노사이드(인종청소)는 자랑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쓰러진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을 돌며 춤을 췄으며 동상과 기단에 붉은 페인트로 손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 캐나다 시위대에 수난 당하는 빅토리아 영국 여왕 동상: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주변에서 1일(현지시간) 원주민 어린이 유해가 집단으로 발견된 데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영제국 당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동상을 훼손한 뒤 넘어뜨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대변인 명의로 동상 훼손을 비판했다.

 

대변인은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동유해가 발견된) 비극엔 유감이다"라면서도 "여왕의 동상을 훼손한 점은 명백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선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수백구씩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1912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원주민 어린이 훈육과정을 운영했다.

 

건국기념일인 전날 캐나다 곳곳에선 기념행사 대신 인종청소 피해 원주민 어린이들을 애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2015년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6년간 조사 끝에 원주민 기숙학교 학생 4천100명이 영양실조와 질병, 학대 등에 숨졌다면서 정부가 '문화적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공식 사과했다.

 

캐나다에선 교황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월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라서 이 자리에서 사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동상이 1일 원주민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의해 쓰러져 있다. [캐네디언프레스/AP=연합뉴스]

 

교황, 캐나다 원주민들 만난다…가톨릭 인종청소 사과할까

어린이 무덤 발견 여파…12월 바티칸에서 회동

원주민 "배상 · 캐나다 방문 사과 등 요구하기로"

볼리비아 · 아일랜드 이어 캐나다 과거사도 청산기대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과거 만행을 고발하고 있는 캐나다 원주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가톨릭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자들을 오는 12월에 만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교황은 퍼스트네이션스, 메티스, 이누이트 등 3대 원주민 단체의 대표자들을 따로 만난 뒤 마지막에 함께 접견하는 나흘 일정을 세웠다.

 

캐나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심 어린 친밀감을 표현하고 식민지화의 영향, 기숙학교 체계에서 가톨릭이 한 역할을 거론하며 원주민 부족들의 말을 직접 듣겠다고 확약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최대의 원주민 단체인 퍼스트네이션스는 교황과의 회동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하고 교황이 직접 캐나다를 방문해 사과하도록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리 벨레가르드 퍼스트네이션 대표는 "교황청과 로마 가톨릭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볼리비아 원주민들에게 사과했다"며 "그런 정신이 적절한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2018년 각각 볼리비아,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식민지 개척시대의 원주민 탄압, 사제들의 성적인 학대를 사과한 바 있다.

 

벨레가르드 대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나 캐나다 방문 등 연말 회동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집단무덤의 존재가 레이더로 탐지된 곳에 있던 가톨릭 원주민기숙학교와 수용된 원주민 어린이 학생들 [EPA=연합뉴스]

 

현재 캐나다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기숙학교 부지들에서 원주민 어린이들의 무덤이 수백개씩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 무덤은 캐나다 연방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지난 세기 중후반까지 100년 넘게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저지른 학대 정황으로 간주된다.

 

당시 정부와 가톨릭은 15만여명에 달하는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 수용해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가 구성한 진실화해위원회는 100여년간 이어진 훈육 프로그램을 7년간 조사한 뒤 2015년 결과를 보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원주민 학생 4천100명이 학대, 방치로 숨졌다고 지적하며 이런 사태를 문화적 제노사이드(인종청소)로 규정했다.

 

캐나다 원주민들은 만행에 가톨릭의 책임이 있다며 가톨릭교회의 최고지도자인 교황이 직접 사과할 것을 오랫동안 촉구해왔다.

 

가톨릭교회는 원주민 어린이들에 대한 훈육 프로그램이 시행되던 기간에 정부를 대신해 70%에 이르는 학교들을 운영했다.

 

교황청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까지 2017년 탄원했음에도 끈질기게 사과를 거부해왔다.

 

사과 요구는 최근 어린이 무덤의 발견 때문에 힘을 얻었고 원주민 단체들은 기회가 왔을 때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교황의 사과를 촉구하는 원주민 단체들의 시위[AFP=연합뉴스]

 

원주민대표단,기숙학교 집단유해 발견에 "교황 사과촉구"

주교회의 "대화·치유의 중대한 만남"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이 연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캐나다 내 기숙학교 운영과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캐나다 통신이 29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주교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원주민 대표들이 오는 12월 17~20일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면담이 "대화와 치유를 위한 중대한 만남을 조성할 것"이라고 성명은 말했다.

 

대표단은 토착 인디언과 북극권 이누이트족 및 유럽계 혼혈족인 메티 등 세 갈래 원주민 대표로 각각 구성되며 교황 면담도 대표단별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대표를 초청했으며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황은 기숙학교 제도가 끼친 식민주의의 영향과 교회의 역할 문제와 관련, 원주민의 고통과 세대를 넘는 트라우마의 기억에 응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나 교황이 사과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근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와 매니토바주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총 1천여 명에 달하는 아동 유해 매장 현장이 발견되면서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급속히 높아졌다.

 

가톨릭교회는 189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캐나다 정부와 함께 원주민 아동 기숙학교 운영을 주도해 도덕적 책임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원주민 아동은 가족과 떨어져 전국 139곳에서 운영된 기숙학교에 강제 수용됐으며 총 15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학대와 엄격한 통제 아래 백인 동화 교육을 받았다.

 

아동 유해 집단 발견이 잇따르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초 "캐나다에서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며 "이는 우리 모두 과거의 식민지개척 모델과 거리를 둬야 함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나 직접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원주민 방문단을 이끌 '매니토바 메티 연합'의 데이비드 차트랜드 대표는 이날 교황과 한 시간 동안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며 교황에게 캐나다를 방문해 사과와 애도를 표명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26일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직접 말씀드렸다"며 교황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울한 캐나다 데이…곳곳 '원주민 아동 유해' 애도 시위 

행사 취소…의사당 조기…총리 "경축만 할 수 없는 날"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열린 원주민 아동 애도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가 우울한 건국 기념일을 보냈다.

 

캐나다는 1일 건국 기념일인 '캐나다 데이(Canada Day)'를 맞았지만 최근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동 유해가 잇달아 발견된 후유증으로 경축의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전국 곳곳이 기념일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대신 희생 아동들을 기리는 시위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타와 의사당 앞 광장에서도 행사 대신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희생된 아동들을 기리는 시위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에도 공식 행사는 생략됐지만, 올해 사정은 판이했다.

 

의사당 건물 첨탑인 '평화의 탑'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국기 상징색인 붉은 색과 흰색이 넘치던 예년과 달리 시위대 티셔츠의 오렌지색이 광장을 장식했다.

 

캐나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퀘벡주의 가티노를 출발, 인근 오타와 의사당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의 흑인 인권 구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를 본떠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고 적힌 피켓이나 '우리 아이들을 집으로'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또 "부끄러운 학살"이라거나 "캐나다 데이 취소"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위는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의 세인트존스와 퀘벡주 몬트리올, 앨버타주 에드먼턴 등 동·서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잇달았다.

 

문화유산부는 이날 저녁 정부 차원의 기념 음악회를 열었으나 온라인 행사로 진행했다.

 

원주민 아동 유해는 지난 5월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캠루프스에서 251명의 매장을 확인한 이후 매니토바주 카우세스에서도 751명을 찾아냈다. 또 전날에는 BC주 크랜브룩 기숙학교 부지 인근 묘지에서 182명의 매장 터를 발견,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와 이 나라를 조국으로 여기는 모든 이들을 경축한다"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데이가 아직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주민 아동 유해 발견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실패와 원주민이 처한 불의를 성찰하도록 우리에게 정의로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건국기념일 행사 참석 대신 원주민 기숙학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원주민회의의 페리 벨가드 대표는 건국기념일 메시지에서 "원주민의 삶에 전환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각급 정부 단체들이 모두 원주민 정책을 앞세워 실행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반중 성명' 캐나다 비판…"원주민 아동 유해에 충격"

 

    캐나다 원주민 집단사망 추모 [AP=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원주민 아동들의 유해가 잇따라 발견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소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 원주민 아동 유해 발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이어 "캐나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기숙학교 유적지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역사적인 죄악은 쉽게 잊히지 않고, 캐나다 원주민들에 대한 불공정 대우와 차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캐나다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신장(新疆), 홍콩, 티베트 지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주도한 점을 거론하며 "캐나다는 자국 원주민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원주민 학대와 차별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원주민이 억압받는 불공정한 현상을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5월말 이후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1천184명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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