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에게 ‘자위행위’ 표현…일본, 왜 이렇게까지 무례한가

● COREA 2021. 7. 18. 21:40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전쟁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고, 사회 우경화되며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뒤틀린 인식 생겨나

위안부 합의, 한-일협정에 부정적 태도 취하는 한국에

마음껏 무례해도 된다는 태도가 현재의 파국 만들어

 

 

주한 일본대사관의 ‘넘버2’인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극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사상 최악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조금이나마 개선시키려 했던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애초 올림픽 참가 자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 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고 몰상식한 일”이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정치권 내 최고의 ‘일본통’으로 꼽혀 온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일본 “정치인이나 당국자들이 망언으로 양국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걸맞은 조처를 취하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소마 공사의 ‘망언 사태’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15년 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28 합의 이후 한국을 향한 일본의 ‘외교 무례’가 예전과 달리 매우 구조화되고, 뻔뻔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옛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을 향해 내뱉는 ‘망언’은 1953년 10월 한일회담 3차 회담 때 큰 파문을 일으킨 ‘구보타 망언’(“일본이 진출하지 않았으면 (한국이) 러시아·중국에 점령돼 더 비참해졌을 것”)처럼 일본의 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며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정당화하거나,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였다”는 식으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이 가해자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기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며 일종의 ‘변명’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을 기억하는 옛 세대가 사라지면서 사회가 우경화한데다, 12·28 합의라는 변화가 생겨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한국이 위안부 합의 이행을 주저하거나(박근혜 정부), 사실상 무력화를 시도(문재인 정부)하면서,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국을 상대로 마치 피해자가 된 것 같은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 연합뉴스

 

이런 모습을 처음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일본의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이었다. 이 신문의 아비루 루이 논설위원(당시)은 2016년 7월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 따라 한국에 10억엔을 출연하고 나면 그동안 한-일 간 외교 문제였던 위안부 문제가 “한국 국내문제”가 되고, “나중엔 (소녀상 이전과 관련된) 한국 쪽의 합의 불이행을 공격하며 ‘도덕적 우위’에 선 외교를 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후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뒤 일본의 태도는 더 노골화됐다.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은 판결 당일 담화를 발표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야 한다”며 ‘양국 공동의 노력’이 아닌 한국의 ‘일방적 조처’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국가 간 약속(12·28 합의)을 지키지 않고, 이제는 국제법(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무시하는 한국을 상대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선 피해자가 됐다는 뒤틀린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례한 행동’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대법 판결이 나온 직후인 2019년 1월 시정방침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을 아예 빼버리며 문재인 정부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를 입증하듯 7월엔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상대로 비열한 경제 보복을 가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역시 관계 개선을 요청하는 한국의 지속적 요구에 “관계 개선의 계기를 먼저 만들라”고 밝혔다. 지난달 12~13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는 ‘약식 회담’을 요청하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극히 부적절한 소마 공사의 15일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마 공사는 이날 <제이티비시>(JTBC)와 오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날 발언의 핵심은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일 현안에 대해 일본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의 방일 만으로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성과’를 얻어내려는 한국의 시도를 극히 저열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한 것이다.

 

일본의 완고한 태도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한-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모험’에 나설 수도, 그렇다고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와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고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18일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있고, 실질적 성과도 있어야 한다는 기조로 실무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청와대 당국자는 <한겨레>에 “소마 공사와 관련해선 외교부가 이미 조치했고 청와대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정상회담의 성과 부분에 대해 일본 쪽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만 말했다. 길윤형 서영지 기자

 

꽉 막힌 ‘위안부’ 문제, 해법 찾는 한-일 전문가들

일본 지식인 · 언론인 등 18일 심포지엄

한국서도 ‘위안부’ 토론회 두 차례 열려

 

일본의 원로 지식인, 법조인, 언론인들은 18일 온라인에서 ‘위안부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화면 갈무리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 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한-일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는 모두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전문가들이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원로 지식인, 법조인, 언론인들은 18일 온라인에서 ‘위안부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자리는 논의의 불씨를 살리자는 목적이 크다. 올 3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진보적 원로 지식인 8명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낸 뒤, 한국에서 좀 더 논의를 확장시키기 위해 학자, 활동가 등이 참여해 지난 5월, 6월 두 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이에 성명을 냈던 일본 원로 지식인 8명이 다시 ‘위안부’ 문제에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오카모토 아츠시 전 <세카이> 편집장은 “이 문제에 관여해 온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그 장을 만드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논의됐다. 와다 교수는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중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만 강조하는 것은 합의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의 사과 편지,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자금을 ‘위안부문제연구소’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 일본 총리로서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는 부분이 있다. 와다 교수는 이 부분을 문서로 만들어 총리가 서명한 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와다 교수는 또 한일 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 등 계승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국회의 자료를 근거로 “고노 담화가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것은 우익세력의 압력에도 지켜졌다”며 “무라야마 담화도 정부가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쟁 책임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한일 합의에서) 사과를 했고 돈을 지불했으니 이제 끝이라는 생각으론 ‘위안부’ 피해자들을 치유할 수 없다”며 “(합의한 대로) 먼저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국 쪽 전문가 등의 논의 상황을 설명했다. 남 교수는 “지난 3월 일본 지식인들이 공동 논문을 발표하자 한국에서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지난 5월26일, 6월30일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사회적 대화를 위해’ 토론회가 열렸다. 그는 “토론회에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은 나뉘었지만 고노 담화에 대한 평가는 일치했다”면서 “참가자들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서울대 일본연구소는 지속적으로 대화 자리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심포지엄에는 공동성명을 주도한 8명의 원로 지식인 이외에도 언론인,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소연 기자

 

‘군함도 왜곡’ 유네스코 지적에 일본 “반론 하겠다”

“설명이 적절했다”…‘수용 불가’ 입장 정한 듯

 군함도 문제 결정문은 22~23일께 채택될 듯

 

    ‘군함도’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섬 하시마.

 

일본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1940년대 나가사키현 하시마(군함도) 등 일본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강제노동 역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지적에 대해 “설명이 적절했다”고 반론을 펴는 등 수용 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반론을 목적으로 지난 16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예정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반도 출신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설명은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할 방침”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일본 근대산업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한 결정문을 세계유산위에 상정해 22~23일께 채택할 예정이다. 통신은 “위원회가 이미 공개한 결정문 내용을 수정 없이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 쪽 주장은 역사수정주의(과거 침략전쟁에 따른 가해 책임을 외면하는 것)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어 일본 정부로서는 어려운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에 포함되지 않은 옵서버 자격이어서 결정문 논의나 채택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위원회에서 당사국 의견을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하시마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관련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하시마 주민 등의 증언 위주로 전시를 구성했다.

 

세계유산위는 센터를 직접 방문해 점검한 뒤,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일본이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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