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보좌관 “미접종자 자유 제한”

기민련 대표 “접종 강제·압박 반대”

녹색당·사민당 쪽 “다른 대안 없어”

 

프랑스 의회, ‘백신 여권’ 법 통과

 

24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백신 여권’이 있는 사람만 다중 이용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정부의 법률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논란 속에 프랑스 의회는 25일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독일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의 행동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의회가 26일 다중 이용 시설 출입을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독일에서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수석 보좌관 헬게 브라운이 25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식당, 극장, 경기장 입장 등을 금지당하는 등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도이체벨레> 방송이 전했다. 의사이기도 한 브라운 보좌관은 <빌트 암 존탁> 신문 인터뷰에서 “9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할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의 자유가 제한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시민의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는 만큼 이는 정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정치권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찬반 논란을 촉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9월 총선에서 메르켈을 이을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는 기독민주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는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체트데에프>(ZDF) 방송에 출연해 “강제 백신 접종도, 백신을 맞도록 간접적으로 압박을 넣는 것도 반대한다”며 “자유 국가에서는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가을에도 백신 접종률이 너무 낮으면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자유민주당의 마르코 부슈만 원내 대표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규제는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백신 접종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유인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들은 백신 접종 의무화 시행 여지를 열어 놓고 있다. 녹색당 소속인 빈프리트 크레치만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주지사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과 함께 백신 접종 의무화가 더욱 끌리는 대안이 될 여지가 있다”며 의무화 조처를 배제하지 않았다. 보건 전문가인 사민당의 칼 로터바흐 의원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을 막으려면, 백신을 맞았거나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이들에게만 다중 이용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민당의 롤프 뮈체니흐 원내 대표는 “지금 정치인들이 집중할 일은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백신을 기꺼이 맞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현재 독일 전체 인구 중 60.3%가 적어도 1차례 백신을 맞았으며,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이는 전체 인구의 48.7%다. 이는 미국, 프랑스보다는 높지만 캐나다, 영국, 스페인보다는 낮은 것이다.

 

한편, 프랑스 의회는 26일 새벽 ‘백신 여권(접종 증명서)’ 제도를 11월15일까지 시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50명 이상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하거나 술집·식당 등에 들어갈 때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시행될 수 있다. 앞서 24일에는 파리와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이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