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미국 사이 컬럼비아강 홍연어들

“38도 날씨에 사람 마라톤하는 것과 같아”

 댐 건설로 높아진 수온에 폭염이 방아쇠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흐르는 컬럼비아강 지류에서 홍연어들이 폭염으로 21도가 넘은 물 속을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헤엄치고 있다.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

 

북미 대륙을 강타한 폭염에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 연어들이 뜨거워진 물 속에서 산 채로 ‘익어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컬럼비아리버키퍼가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태평양에서 컬럼비아강으로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은 온몸에 상처 투성인 채로 힘겹게 헤엄치고 있었다. 컬럼비아강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원해 미국 워싱턴주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홍연어는 원래 태어났던 산란지역으로 가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영상을 촬영한 환경단체 회원 브렛 밴던호이벌은 “불타는 빌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연어들이 원래 다니던 길을 바꿔 컬럼비아강 지류인 리틀화이트살먼강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고 27일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영상이 촬영된 날 강 수온은 21도를 넘었다. 연어나 송어처럼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생활하고 번식기가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본래 태어났던 하천으로 돌아오는 소하성 어류가 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컬럼비아강의 수온은 20도를 넘으면 안 된다.

 

밴던호이벌은 “사람이 38도가 넘는 날씨에 마라톤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연어한테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에 잡힌 연어들은 한눈에도 산란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붉은 건선과 흰곰팡이병 등 질병이나 화상으로 숨질 것이 뻔해 보였다.

 

컬럼비아강의 수온이 높아져 상처를 입은 연어가 끝내 죽어 바닥에 놓여 있다.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

 

이달 들어 북서태평양지역과 캐나다에 닥친 강한 폭염으로 수백명이 희생되고 10억마리 해양생물이 사멸했으며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밴던호이벌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단지 폭염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십년 동안 많은 댐들이 건설돼 워싱턴주로 흐르는 강물 속도가 느려진 점이 수온 상승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와 최근의 폭염은 단지 극한 상황을 촉발한 방아쇠 구실을 한 셈이다.

 

컬럼비아리버키퍼는 연어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7월초부터 수중 영상을 촬영해왔다. 밴던호이벌은 “얼마나 많은 연어가 뜨거운 강물 때문에 죽을지 짐작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컬럼비아강과 로우어스네이크강에 수십만 마리의 연어가 머물고 있고, 향후 두 달 이상 강물이 더 뜨거워지면 더 많은 연어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우어스네이크강의 홍연어가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일부 연어가 죽는다 해도 연어 생태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컬럼비아강의 수온이 높아져 상처를 입은 연어.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