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출범 발표…본인이 총리 맡아

‘1년뒤 선거’ → ‘2년반 뒤’로 약속 어겨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 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7개월째를 맞아 과도정부를 출범시키고 군부 총사령관이 신임 총리가 됐다. 군부는 쿠데타 당시 밝혔던 ‘1년 뒤 총선 실시’ 약속도 1년 6개월을 더 늦춰 2023년 8월까지 비상통치 체제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기존 군부 중심의 국가행정평의회(SAC)를 과도정부로 신속히 대체하고 군부 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이 총리직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총리 취임 연설에서 “2023년 8월까지 군부의 비상통치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반드시 총선을 치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과도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군부의 비상통치체제는 1년간 지속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지난 4월초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다.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 비상사태 기간을 1년 더 늘렸었다. 또 두 달여가 지난 뒤 비상사태 기간을 다시 6개월 더 추가했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약속을 믿지 않고 있다. 인권활동가 아웅 쿄 모에는 “군부 사령관의 선거 약속은 거짓이며,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얀마 국민들은 그런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과도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국이 쉽게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얀마는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는 줄었지만, 의료진과 교사, 공무원 등 상당수 국민들이 여전히 파업 등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이 마비돼 있다. 또 소수민족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소수민족 무장 단체와 군부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약속을 어기고 정권 장악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은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를 비호하는 상황에서 유엔(UN)과 미국, 유럽 등은 미얀마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은 겉으로는 “내정 불간섭”을 외치고, 안으로는 미얀마 군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쿠데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6개월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 등으로 사망한 시민이 무려 940명이고, 체포된 이들은 5400여명에 이른다.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된 이들도 25만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도 심각하다. 미얀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미얀마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5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6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군부 쪽 통계이고, 실제 확진자나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에는 ‘미얀마가 앞으로 2주 안에 국민 절반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바바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