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부 8명 사망…도로 막혀 배 탈출도

올 들어 지금까지 산림 9만5천㏊ 초토화

이상 고온에 그리스·이탈리아 등도 비상

 

 터키 남서부 무글라의 지중해 휴양도시 마르마리스를 덮친 대형 산불이 1일(현지시간)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지는 산불로 8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터키 남서부 지중해변의 대규모 산불이 엿새째 잡히지 않는 등 유럽 남부 지중해 지역에서 이상 고온과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터키 소방당국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남부 안탈리아주와 물라주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잡기 위해 엿새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8명이 사망했고, 1만여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도로가 막히자 배를 이용해 탈출하기도 했다.

 

베키르 파크데미를리 터키 농업산림부 장관은 “안탈리아와 물라 등지의 9군데 산불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지역은 터키의 유명 관광지다. 이스파르타, 데니즐리, 이즈미르 등에서도 산불이 계속 되고 있으며, 툰셀리 등 30개 지역 137군데의 산불은 진화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남서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이 6일째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드룸 지역의 한 주민이 소 두마리를 끌고 산불 발생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고 있다. 보드룸/AP 연합뉴스

 

터키에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9만5천㏊의 산림이 불에 타는 등 최악의 산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피해 규모는 2008~2020년 연평균 산불 피해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터키의 산불이 쉽사리 잡히지 않자,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란, 러시아 등이 산불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서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그리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에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최고 기온이 45도까지 치솟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터키 남부 해안에서 가까운 로도스섬 지역에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또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210㎞ 떨어진 파트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5개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비했다. 올해 그리스에서도 지난 10여년 평균치의 두배에 달하는 산불 피해를 봤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와 시칠리아, 스페인 내륙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며, 크로아티아 해안 도시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등 지중해 주변 곳곳이 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1일(현지시간) 터키 남서부 안탈리아주 도시 마나브가트 인근 마을에 산불이 덮쳐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휴양도시 안탈리아주와 물라주 등에서 시작된 대규모 산불이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 사망자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기후학자 댄 미첼 교수는 남부 유럽의 이상 고온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 때문에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 현상이 매년 더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올해는 특히 극단적인 이상 고온 사태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