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델타 변이 전염력 비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빠른 변이 따라잡기 쉽지 않아…치명적 새 변이 출현 우려"

 

델타 변이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하면서 전 세계에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그 변이에 대한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팬데믹 종식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2일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와 해외 언론 등은 델타 변이가 이처럼 강력한 전염력을 갖게 된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감염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이 현재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고 치명적인 새로운 변이가 출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기존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나 영국발 알파 변이, 남아공발 베타 변이 등에 비해 월등히 강한 전염력을 보이고 있다.

 

원래의 바이러스나 변이들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에 비해 전염력이 강하지만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2~3명을 감염시키는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델타 변이는 1명이 8~9명을 감염시킬 만큼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델타 변이의 이처럼 강력한 전염력을 보이는 이유도 일부 밝혀지고 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질병관리예방센터 징루 교수팀은 최근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한 논문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의 비강에는 바이러스가 변이 전의 원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보다 1천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변이 전 원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바이스에 노출된 지 평균 6일 만에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지만 델타 변이 감염자는 바이러스 노출 4일 만에 검출됐다며 이는 델타 변이의 증식 속도가 훨씬 빠르고 잠복기도 짧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노엄 스턴-지노사르 박사는 네이처에서 "델타 변이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전염력을 갖게 됐는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델타 변이가 강력한 전염력을 갖게 만든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내 '퓨린분절부위'(furin-cleavage site)다.

 

알파 변이와 델타 변이에서 모두 나타나는 퓨린분절부위 변이는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가 자연적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제기한 바로 그 부위다.

 

알파 변이에서는 프롤린 아미노산이 히스티딘(P681H)으로, 델타 변이에서는 아르기닌(P681R)으로 바뀌는데, 두 변이 모두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세포에 잘 침투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퓨린분절 부위가 많을수록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에 침투할 준비가 잘돼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비니트 메나체리 박사는 사스 바이러스(SARS-CoV)에서는 전체 스파이크 단백질의 10% 미만이 인체세포 침투 준비가 돼 있는 반면, 변이 전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는 50% 정도, 알파 변이에서는 50% 이상이 인체세포 침투 준비가 돼 있으나 델타 변이에서는 이 수치가 75%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예상치 못한 변이로 강력한 전염력을 갖게 되면서 백신 개발과 보급으로 한층 커졌던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현재의 백신은 확진자 1명이 2~3명을 감염시키는 변이 전 원래 바이러스를 기준으로 개발된데다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이 증가하고 예방효과도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코로나19 백신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백신의 감염과 중증 예방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수년간 코로나19 백신 캠페인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지금 당장은 다행스럽게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크게 우려되는 것은 다음에 출연할 수도 있는 변이로 백신을 헛되게 할 수도 있다"면서 백신이 효과가 없는 변이 출현 가능성을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감염자가 많을수록 변이 발생이 증가하는 만큼 강력한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바이러스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백신 접종을 최대한 신속하게 전 세계로 확대하고,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기존 방역 정책도 병행할 것을 세계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델타 변이 막아라"…선진국들 속속 '부스터샷' 도입

 이스라엘 시작으로 영국 · 독일 내달부터 접종할 듯

 한국·일본서도 검토…미국도 부스터샷 가능성 커져

 

 부익부 빈익빈 '백신 불평등' 비판도

 

1일 이스라엘 한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부국들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부스터샷 접종에 가장 먼저 나선 국가는 현재 인구 60%가량이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면역취약자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30일 백신 2회차 접종 후 5개월이 지난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도 내달부터 면역취약자와 50대 이상 3천200만명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부스터샷 접종을 연내 끝낼 계획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은 지난달 31일까지 18세 이상 72.5%가 백신 2회차 접종을 마쳤고 1회차만 접종한 사람까지 합치면 접종률이 88.6%에 달한다.

 

독일도 다음 달부터 고령층과 취약군에 부스터샷을 접종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계획 초안을 입수해 1일 보도했다.

 

요양시설 거주자는 의료진이 찾아가 백신을 접종하고 집에서 요양하는 고령자나 면역취약자는 주치의가 접종한다는 것이 독일 정부의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요양시설 거주자는 이전에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와 무관하게 부스터샷으론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을 맞는다.

 

독일은 인구 61.6%가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았고 52.0%가 접종을 끝냈다.

 

아시아에선 캄보디아가 방역 일선 인력 50만~100만명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중국산 백신 접종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맞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중국 시노백이 부스터샷이 된다.

 

일본도 부스터샷 접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백신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은 전날 방송된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부스터샷 접종이 권고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전했다.

 

한국도 부스터샷 접종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은 지난달 30일 고령층과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 및 입소자 등 고위험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백신 접종자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부스터샷 접종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달 면역취약자 부스터샷 승인을 사실상 권고했다. ACIP는 지난달 22일 화이자와 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자 자료를 검토해 면역취약자에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에 '예비적 지지'를 밝혔다.

 

이틀 뒤 뉴욕타임스(NYT)는 부스터샷 필요성에 부정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 보건관료들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한 고위관리는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취약자가 부스터샷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현재로선 부스터샷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배우자와 함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AFP=연합뉴스]

 

부스터샷 논의가 활발해진 까닭은 델타(인도발) 변이에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르면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최근 화이자가 후원한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뒤 6개월이 지나면 유증상 코로나19 예방효과가 96%에서 84%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2분기 성과보고서에서 부스터샷을 맞으면 델타 변이 중화항체 양이 5~11배 이상 많아진다고 밝혔다.

 

다만 부국과 빈국 사이 '백신 불평등'이 심한 상황에서 부국들이 부스터샷까지 접종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나온다.

 

저소득과 중저소득 국가 인구의 85%(약 35억명)가 아직 백신을 한 차례도 접종받지 못한 상태로 이들에게 백신을 주는 것이 팬데믹을 종식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WHO의 지적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WHO는 최근 내부분석을 통해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거나 연내 시작을 고려하는 11개 부국이 50세 이상 국민 전체에 부스터샷을 맞춘다고 하면 4억4천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든 고소득·중상소득 국가가 같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에 나서면 8억8천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WHO는 분석했다.

 

 

영국 9월부터 코로나백신 추가 접종…일본은 내년부터

영국, 50살 이상자에 12월초까지 독감백신과 함께 접종

일본은 내년 실시 검토…백신 제조사 이 틈에 가격 인상

 

영국 정부가 9월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50살 이상자를 대상으로 12월 초까지 추가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수도 런던에서 고령의 남성이 백신을 맞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영국이 다음달부터 백신 접종 완료 고령자에 대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하고 일본도 추가 접종 검토에 들어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일 9월6일부터 50대 이상 성인과 면역이 떨어진 사람 등 3200만명의 영국인에 대한 백신 추가 접종이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가 9월 첫주부터 매주 250만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며, 공공 병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국을 통해 접종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 접종은 12월 초까지 모두 마치게 된다.

 

영국 정부는 겨울철에 코로나19 감염증과 독감이 동시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도 동시에 접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백신 접종·면역 공동위원회(JCVI)의 권고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인들이 추가로 맞게 되는 백신은 1·2차 접종 때 맞은 백신과 다른 종류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교차 접종의 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의 성인 가운데 88%가 백신을 한번 맞았으며,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성인은 전체의 72%다.

 

일본 정부도 내년에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의 면역을 강화하고,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3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자문기구인 코로나 대책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은 “해외 문헌 등을 보면, (백신에 의한) 면역 지속 기간이 수개월 지나면 감소하고, 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2회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일본인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난 1일부터 60살 이상자에 대한 추가 백신 접종을 세계 처음으로 시작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각각 25%, 10%씩 올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화이자의 백신 가격은 1회분에 15.5유로(약 2만1천원)에서 19.5유로(약 2만6500원)로, 모더나 백신 가격은 22.6달러(약 2만6천원)에서 25.5달러(약 2만9300원)로 각각 올랐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두 회사가 “백신이 효과가 있으니 백신의 ‘가치’도 높아졌다”는 제약 업계가 쓰는 전형적인 주장을 내세웠다고 전했다. 신기섭,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