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더 많이 형성될 확률 50% 넘어
사망 위험 37% 줄고 면역 체계 강화
운동을 하면 백신 접종 효과도 높아진다.
활발한 신체 활동, 즉 운동은 심장병 같은 비감염성 질환의 위험을 줄여줄 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에 대응하는 인체의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운동은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백신의 효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벨기에와 영국 연구진이 그동안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규칙적인 운동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감염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을 3분의1 줄여주고 백신 접종의 효과도 크게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0일 공개 국제학술지 ‘스포츠의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혔다.
이는 연구진이 미국의학도서관의 ‘메들라인’(MEDLINE)을 비롯한 7가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코로나19의 주요 사망 원인인 폐렴 등에 감염되거나 사망할 위험, 면역체계의 기능, 백신 효능에 대한 운동 효과와 관련한 모든 논문들을 수집해 검토한 결과다.
연구진은 우선 전체 50만명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6건의 운동면역학 연구를 검토한 결과, 권장 기준을 충족하는 운동을 하면 감염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37% 줄어든다는 일관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 같은 코로나19의 다른 위험 요인에 대해 운동이 갖는 효과보다 더 좋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만큼은 강력한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 가이드라인은 하루 30분씩 주 5일 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운동을 통해 건강 효과를 보려면, 18~64세 성인의 경우 1주일에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이나 75~150분의 강한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권고한다. 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중등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운동하면서 말은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빠르게 걷기, 춤추기 등이 이에 속한다.
운동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 노스웨스턴대 코로나19 중환자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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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감염병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방식
연구진은 또 규칙적인 운동이 인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는 증거들도 찾아냈다. 어떤 시험 결과가 과학적 증거로 채택되려면 독립적인 무작위 대조시험이 전제돼야 한다. 연구진이 이런 조건을 충족한 35건의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를 종합해보니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면역글로불린A(IgA)라는 항체 단백질 수치가 상승했다. 이 항체는 폐 등의 조직에 있는 점막을 에워싸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상피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준다.
규칙적인 운동은 또 면역세포 가운데 CD4+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킨다. 이 세포는 면역 시스템에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알리고, 어떻게 대응할지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무작위 대조군 실험 결과, 운동을 한 뒤에 백신 주사를 맞으면 백신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운동을 한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더 많이 형성될 확률이 50% 이상이었다.
연구를 이끈 영국 글래스고칼레도니안대 세바스티앵 샤스탱(Sebastien Chastin) 교수(보건행동역학)는 온라인 연구자미디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운동이 감염병 억제에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세 가지 메카니즘이 작동한다고 밝혔다.
첫째, 운동은 심각하고 치명적인 감염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비만이나 당뇨병,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코로나19는 이런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한테 더 위험하다.
둘째, 운동은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을 줄여준다. 코로나19의 주요 사망 원인은 사이토카인폭풍이라고 불리는 과도한 염증 반응이다. 셋째, 앞에서 예로 든 것처럼 운동은 인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해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운동량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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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문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운동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미국 ‘내과의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중 187개국 45만명의 스마트폰 만보계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30일 사이에 사람들의 걸음 수가 평균 27% 감소했다. 사회적 봉쇄와 함께 피트니스 및 각종 운동시설 폐쇄, 재택근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샤스탱 교수는 “운동량이 줄면 감염성 질환에 더 취약해진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질병 치료와 관련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년 발표된 노팅엄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기분 좋은 상태에서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더 오래, 더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이 우리에게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의 활력을 높인 뒤 접종 당일 유쾌한 기분으로 백신을 맞으라’고 권하는 셈이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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