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면서 더 좋아지는 뇌 기능도 있다

● 건강 Life 2021. 8. 24. 13:15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새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는 떨어지지만

주의·집중력은 70대 중후반까지 좋아져

 

 

늙었다고 모든 뇌 기능이 다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뿐 아니라 정신 능력도 떨어진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뇌의 모든 기능이 다 저하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미국과 포르투갈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뇌의 기본 기능 가운데 두 가지 핵심 기능은 오래 숙성한 위스키가 더 좋은 맛을 내듯, 나이를 먹을수록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새로운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다른 하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이는 기억력과 의사 결정, 자제력, 탐색이나 수학, 언어, 읽기 같은 인지력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기능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58~98세의 실험 참가자 702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주의력과 실행력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이 이 연령대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지 기능이 변화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화면에 3개의 화살표를 띄워놓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중앙에 있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최대한 빨리 누를 것을 요청했다. 또 화살표를 보여주기 전에 화면에 화살표의 위치 등을 암시하는 신호를 띄웠다.

 

그 결과 나이가 더 든 사람일수록 다음 신호에 대해 반응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집중력이 좋다는 걸 뜻한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화면에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상충되는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잘 상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능력은 적어도 70대 중후반까지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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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보를 처리하는 3단계 뇌 네트워크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것은 1990년 포스너가 내세운 ‘주의력 이론’에 기반한, ‘경보-지향-실행 억제’라는 3단계 뇌 네트워크다. ‘경보’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지향’은 뇌의 관심을 특정 공간 위치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행 억제’는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 산만함 또는 상충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논문 제1저자인 주앙 베리시무 포르투갈 리스본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 뇌는 항상 이 세 기능을 사용한다. 예컨대 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치자. ‘경보’ 기능은 차가 교차로에 다가가면서 더 잘 각성된 상태가 된다. ‘지향’ 기능은 운전자가 보행자 출현 등 예기치 않은 움직임에 주의를 돌릴 때 작동한다. ‘실행 억제’ 기능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전하는 동안 새나 광고판 같은 것에 눈길을 주지 못하게 해준다.

 

실험 결과, 세 가지 기능 중 경보 기능만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질 뿐, 나머지 두 기능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지향’과 ‘실행 억제’는 사람들한테 선택적으로 사물에 주의를 갖게 하는 단순한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이 기술은 연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이 연습에서 얻는 효과는 노화에 따른 신경 감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클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반면 ‘경보’ 기능은 뇌의 기본 상태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향’과 ‘실행 억제’는 많은 행동의 기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이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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