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명 목표했는데 일본인만 1명 구출

  자민당에서도 늑장 대응 비판

“철저히 경위 파악해야” 지적도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위해 투입되는 일본 항공자위대 수송기 모습.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500여명의 현지 직원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철수하기로 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안에서도 정부의 늑장 대응 탓이라는 비난이 나왔으며, 철저히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맞춰 자위대를 이르면 9월1일 철수시킬 예정”이라며 “조만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구체적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31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대사관과 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일한 아프간 직원, 가족 등 500여명을 탈출시키기 위해 수송기 3대, 정부 전용기 1대, 자위대원 300여명을 파견했지만 일본인 1명만 구출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외교적 위상을 봤을 때, 납득하기 힘든 결과로 ‘완벽한 실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위한 자위대 파견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며 “여당 내에서도 정부의 늑장 대응에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390명을 탈출시킨 한국과 비교하며 일본 대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두 나라의 결과가 달라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 탈출을 희망하는 현지인들을 카불공항까지 데려다 줄 버스였다. 일본은 한국보다 하루 늦은 26일 버스를 준비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날 저녁 공항 주변서 ‘이슬람국가 호라산’이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무산됐다. 이 신문은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카불로 돌아와 버스 준비 등에 직접 나선 반면, 일본 대사관 직원들은 아프가니스탄 밖에서 (전화·온라인 등) 원격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이 신문에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대사관 직원들이 없었다는 것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총리 관저의 미흡한 대응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총리 관저에는 외교‧안보의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국과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내각관방 ‘사태 대처‧위기관리 담당’이 있다”며 “이번 대응에선 거의 외무성·방위성에 맡겨졌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남겨둔 채 자위대를 철수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정부가 그동안의 경위를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자위대 등) 파견 판단이 늦지 않았는지, 공항으로 이동을 지원할 방법이 없었는지, 일본대사관 직원 전원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것 등의 경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